[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증원된 1509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원점 회귀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 현장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으며 더블링된 예과생 교육대책과 유급·제적 등 학생 피해에 대한 구체적 해법 없이 수업 참여만을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잇따른다.
휴학 투쟁은 일단락됐지만 유급 투쟁과 교육 정상화를 위한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7일 정부가 의대협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KAMC)와 의총협(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지난달 말까지 학생 전원이 복귀하면 2026학년도 모집인원에 한해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다.
다만, 현재 의대생 수업 참여율은 당초 의총협과 의대협회에서 제시한 전원복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부 조사에서 유급 대상자를 포함해 재학생 약 1만9760명 중 실제 복귀율은 40개 의대 전체 학년 평균 25.9%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의대는 40%, 지방의대는 22% 정도다. 수업참여율 50% 이상 의대는 4곳에 그쳤다.
모집인원이 증원 전 규모로 동결됐지만 정부나 언론에서 '증원 0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5학년도 정원 증원이 이뤄진 상황을 덮으려는 모습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자발적으로 수업에 복귀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A의대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이 동결됐다고 하지만 원점으로 되돌려진 것은 아니다. 1509명 증원된 상황은 그대로다. 만약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면 2026년 모집인원은 3058명이 아닌 1549명이 됐어야 한다. 정부가 '동결'이나 증원 '0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학생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 마치 비합리적이지만 참고 수업에 참여하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수업거부 등 투쟁을 할 불씨는 여전하지만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의대 교수는 "증원으로 인해 교육파행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학교별로 파행의 정도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계속 하면서 유급 투쟁을 지속할지, 아니면 수업에 참여해 빨리 졸업하는 것을 택할지, 또는 타 의대로 편입을 할지는 학생들 각자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다"고 언급했다.
2026년도 모집인원만 동결됐을 뿐 더블링된 교육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유급, 제적, 국시 응시 제한 등 피해를 본 학생들을 구제할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은 "2026학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정책 철회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실질적인 수습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5년 전, 2020년 의대 증원정책 당시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 정부가 정책을 철회했지만 출구전략은 마련되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복귀가 이뤄지면서 피해를 본 이들이 있었다"며 과거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한 구제방안과 24·25학번 학생들의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준비 없이 수업 참여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결국 의학교육 정상화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갈등과 투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 위원장은 "의학교육 자체가 무너진 현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려는 준비조차 갖추지 못한 교육 현장을 마주한 학생들이 과연 투쟁을 끝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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