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S5', 억제자가 아닌 조력자?‥간세포암 발병 기전 규명

가톨릭대 의과대학 남석우 교수팀, 간암 촉진 유전자 메커니즘 확인
종양 억제 인자로 알려진 GAS5, 간세포암에서 종양 촉진 기능 수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01 16:21

(왼쪽부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남석우 교수, 김상연 연구강사, 하진웅 연구원
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전자가 간세포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남석우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김상연 연구강사, 하진웅 연구원)은 종양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GAS5(Growth Arrest Specific 5)'가 간세포암(HCC)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종양 촉진 유전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세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TCGA, ICGC 등) 분석과 세포·동물실험 등을 통해, GAS5가 RNA 수준의 m6A(methylation of N6-adenosine) 변형을 받으면 분해되지 않고 안정화되며, 이후 복합적인 유전자 조절 축을 통해 간암 진행을 유도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GAS5는 여러 암종에서 세포 성장 억제와 전이 차단 등 암 억제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간세포암 환자의 조직에서는 오히려 GAS5의 발현이 높게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에 주목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간질환 환자 빅데이터, 공공 유전체 데이터, 실험 모델을 활용해 GAS5의 후성유전적 조절 기전을 분석했다.

그 결과, GAS5에 m6A 변형이 생기면 RNA가 분해되지 않고 안정화돼 생물학적 활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GAS5는 'miR-423-3p'라는 마이크로 RNA를 흡수함으로써, 종양 억제 유전자인 SMARCA4의 발현을 간접적으로 조절하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 간 상호작용은 'GAS5–miR-423-3p–SMARCA4' 축으로 정리되며, 이는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결망으로 기능한다. 단일 유전자가 아닌 복합 조절 구조가 암의 진행에 관여함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GAS5의 작용은 후성유전학적 환경에 따라 억제자와 촉진자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며 "암의 종류와 세포 환경에 따라 유전자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 의미를 넘어 임상적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GAS5의 발현 조절, miR-423-3p 억제, m6A 변형 효소 조절 등을 통해 간세포암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AS5와 그 연결 축은 간암의 조기 진단 마커이자 예후 예측 인자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남석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적 조절이 암 발병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GAS5는 RNA 기반 항암제 또는 바이오마커 개발의 유력한 후보로, 향후 다른 암종에서도 유사한 기전이 작동하는지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mpact Factor 12.9)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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