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책임, 끝까지 묻겠다"‥건보공단, '담배소송' 총력전

"흡연 피해를 왜 국민이 책임지나"…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533억 청구
WHO·FCTC "담배회사가 책임져야"…국제기구도 공단 손 들어줘
발병 인과관계 입증에 총력, 캐나다 33조 합의도 참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23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피해로 인한 의료비 손실에 대해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법적 싸움을 시작한 건 2014년이다. 흡연으로 유발된 암 치료비를 국민이 낸 건강보험 재정으로만 부담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후 1심 패소와 항소를 거쳐 지금까지 10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공단은 이번 소송을 단순한 손해배상이 아니라,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투쟁으로 보고 있다. "흡연 피해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항소심에서도 과학적 증거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면 대응하고 있다.

올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사무국은 각각 과학적 의견서와 정책 서한문을 공단에 전달했다.

WHO는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이며, 니코틴 의존은 중독질환"이라고 밝혔고, FCTC 사무국은 캐나다 담배회사 대상 집단소송 사례를 언급하며 "담배 규제와 관련된 공중보건 정책은 담배 산업의 상업적 이익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이를 놓고 "이는 국제 공중보건 기구들이 한국 내 담배소송의 공익성과 정당성을 사실상 뒷받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5월 22일 열린 항소심 제12차 변론에서 공단은 직접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함한 주요 쟁점 전반에 대해 종합 입장을 표명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십 년간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소비자를 기만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특히 "흡연중독 피해를 '개인의 선택'으로 돌리는 주장은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소송 대상도 엄격히 선별했다. 폐암 중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해당하는 환자 중 30년 이상 흡연하고 20갑년 이상이었던 3465명에 대해 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급여비 533억원이 청구액이다. 피고는 KT&G(세종), 한국필립모리스(김앤장), BAT코리아(화우)다.

소송의 과학적 근거로 공단은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고 20갑년 이상인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54.49배 높다"며, 소세포폐암의 98.2%, 편평세포후두암의 88.0%가 흡연에 기인한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이선미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흡연과 폐암 및 후두암 발생 간 인과성 분석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요인의 영향을 통제한 것은 물론, 유전요인이 암 발생에 미치는 기여도까지 규명한 연구"라며 "흡연은 암 발생의 강력한 위험요인임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공단이 개최한 '2025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의 '담배소송 특별세션'에서도 이 문제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이두갑 교수는 "공단이 제기한 소송에서 활용한 역학자료와 제품설계 증거, 그리고 미국 법원의 Kessler 판결(RICO소송)은 모두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임에도 한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과학과 법이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이고, 과학은 법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기둥이며 법은 과학의 손을 잡을 때 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단은 2014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후, 15차례 변론을 거쳐 2020년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흡연과 폐암 발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제조물책임 및 불법행위 여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단은 2020년 12월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올해 5월 제12차 항소심 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쳤다. 피고 측은 7월 말까지 참고서면을, 공단은 8월 말까지 추가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며 이후 선고기일이 확정된다.

공단은 해외 판례 중 캐나다 퀘벡주의 집단소송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1998년 약 10만명의 흡연 피해자가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1심에서 약 13조 8천억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항소가 기각됐고 올해 3월 최종적으로 33조원 규모의 배상 합의가 이뤄졌다.

공단은 "이 판례는 흡연이 폐암 등의 질병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국내 법원의 판단에도 주요 참고기준이 될 것"이라며 "제품 위험성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면 제조사에 막대한 책임이 부과될 수 있음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공단은 이번 소송이 단순히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고 흡연 예방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공단은 수많은 과학적·의학적 근거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선고 이후에도 공단은 흡연 예방과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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