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병원 지정 강제 법안‥의협 "행정 편의 규제"

실시간 정보·인프라 부재 외면…"단순 강제 지정은 반복 이송·치료 지연"
인력·장비 지원 없이 규제만…"중증도 분류 훼손·방어적 의료 확산 가능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4 15:5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거쳐 정리한 내용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을 우선 선정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응급의료기관이 해당 환자를 우선 수용해 응급처치를 한 뒤 필요한 경우 전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협은 "응급환자의 신속 이송과 적시 치료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현장의 중증응급환자 진료 역량 보존과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인프라 개선이 부족한 상태에서 행정 강제와 규제부터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커 행정 편의 중심의 규제 강화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의협은 먼저 이송 지연의 근본 원인에 대해 "단순한 '진료 거부'가 아니라, 환자 수용 가능 병원의 실시간 상황(병상·전문의·중환자실 등)을 정확히 파악·공유할 수 있는 정보체계와 인프라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상이 가용하다고 표시돼도 집도의가 수술 중이거나, 중환자실 가동률이 100%이거나, 필수 장비 고장으로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의협은 "그럼에도 개정안은 단순 행정 정보만으로 병원 수용을 강제해 반복 이송, 부적절 전원, 응급처치 지연 등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증응급 대응 역량의 소모와 한계 문제를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응급센터는 경증환자 과다 내원으로 인해 중증환자 치료 자원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형병원 응급실에서도 내원 환자의 27~37%가 경증환자라고 보고되고 있다. 2023년 NEDIS 통계 기준 전국 응급실 이용환자의 46.9%가 경증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경증·중증 환자 분산 체계 없이 강제 수용을 시행하면 중증환자 진료 여력의 한계로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법적 책임 부담 역시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의협은 "상급기관 전원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를 우선 수용할 경우, 악화나 사망 시 민·형사상 책임이 전적으로 의료기관·의료진에 귀속된다"며 "이는 '수용 거부'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기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판단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행정 강제 지정이 초래할 부작용도 경고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충분한 진료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규제 위주 정책만 추진되면,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자발적 의지가 저하되고 인력 이탈과 응급의료 기피가 심화될 것이란 시각이다.

의협은 "병원 지정 권한은 행정기관이 가지면서 진료 및 결과 책임은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는 법적 리스크만 가중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선 수용 후 전원' 방식은 중증도 분류(Triage) 원칙을 훼손하고, 과밀화 및 중환자 진료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이송 병원 지정은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하며, 장기적으로 환자의 생명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보건복지부 소속 응급의료정보센터(1339)가 종합 병원 정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송 조율을 수행했으나, 소방청 이관 이후 해당 기능이 약화돼 병원 배정의 실효성이 떨어진 바 있다.

의협은 "이러한 인프라 미비 속에서 병원을 일방 지정하는 것은 행정적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응급의료는 의료진의 임상 판단에 기반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를 보장할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가 정당한 사유 시 응급의료 거부 또는 기피를 허용함에도, 개정안은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협은 "지방 중소병원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전원이 불가피한 상황이 빈번한데, 구급상황관리센터의 병원 지정이 우선되면 중증환자 전원 지연과 예후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경증·중증 환자 분산 및 전원 관리 체계 확립이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권역 내 소규모 병원과 지역응급실에 경증 환자 전담 기능을 부여하고 재정·인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상급기관은 항시 중증환자 대응 역량을 비축해야 하므로, 이를 위한 장비·전문인력 확충과 충분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협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송 판단은 실시간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며 "행정 주체의 과도한 개입은 의학적 판단을 배제하고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동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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