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 해법 아니다"‥응급의학醫, 입법조사처 비판

"현장 배제된 보고서, 응급의료체계 붕괴 우려"
"재이송은 정상 운영…강제수용은 환자 위험 초래"
"상급병원 과밀·인프라 개선 없이 법안 무의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08 18: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국회입법조사처의 '응급실 뺑뺑이' 관련 보고서를 두고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방향 제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보고서를 근거로 입법이 진행될 경우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현황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원인 파악을 기반으로, 현장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이번 보고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환자 수용과 관련된 주요 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법 개정으로 다뤄져 왔다. 2011년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능력 이송 전 확인 의무화, 2021년 코로나19 시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할 수 없다'는 법안 강행 통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후 시행규칙은 마련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2024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수용곤란 표준지침과 이송지침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응급실 재이송 건수가 2024년 한 해 1430건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응급실 뺑뺑이'의 지표로 삼았다. 그러나 의사회는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재이송은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 운영"이라며 "119가 현장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하는 상황이야말로 '진짜 응급실 뺑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수용곤란 고지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은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애초에 원론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용불가 사유를 지나치게 구체화하면 오히려 나머지 모든 상황에서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고,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행정처분과 법적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응급실 뺑뺑이 해법으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병원 선정 권한 강화 ▲통합정보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사회는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의사회는 "수용을 강제하면 119는 편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고 응급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며 "응급환자의 수용은 진료의 일부로, 현장 책임전문의의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수천억 원을 들여 통합정보체계를 구축하더라도 현장의 모든 상황을 담아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결론적으로 현재 논의되는 응급실 강제수용 법률 개정안은 "응급실 환자 수용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송 지연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부적절한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3대 조건으로 ▲상급병원 과밀화 해소 ▲최종치료 및 취약지 인프라 개선 ▲의료진의 법적 위험성 감소를 제시했다.

의사회는 응급환자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보고서를 현장이나 전문단체와 아무런 교감 없이, 편향된 참고자료에 기반해 결론을 낸 국회입법조사처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잘못된 판단으로 법률이 개정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려면 응급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환자 수용 결정은 전문적인 진료 행위의 일부이므로 존중돼야 하며,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순간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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