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기관 종별 역할기준 강화…의료전달체계 개편 목표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 논의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13 15:5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전문의 중심 병원에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정부가 앞서 제시했던 의료개혁 과제가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3일 한덕수 본부장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의료개혁 과제 추진현황 및 비상진료체계 운영현황과 의사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

◆ 의료전달체계 개편 속도전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속도감있게 이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이루는 상급종합병원, 2차병원, 1차병원 등 종별 역할·기능을 강화한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은 임상, 연구, 진료 역량을 균형적으로 강화시킨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이 되도록 육성하고,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 방안도 검토한다.

그 일환으로 1월부터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회송하는 동시에 회송된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받을 수 있도록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3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협력 진료 이용, 중증 진료 강화, 환자 건강 결과, 환자의 이용 경험 등 "성과 보상"을 적용해, 성과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차 의료기관은 기능과 역량을 대폭 높이고 이를 위한 보상지원도 강화한다. 그 선도모델로 각 지역의 의료수요를 감안해 중진료권별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한다. 

또한 전문 병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역량이 있는 전문병원은 보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행의 전문병원 제도는 심장, 뇌, 수지접합 등 19개 질환 유형별로 운영하고 있으며, 3월 현재 총 109개 전문병원을 지정했다. 현재는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는 경우 (평균 3억원 수준의)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평균 4천만원 수준의) 전문병원 관리료 외에 별다른 지원은 없는 상황으로, 정부는 상당한 역량을 갖춘 전문병원 사례를 감안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원해서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고난이도 전문 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제도개선을 검토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환자의 초기 증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다학제 일차의료 협력을 강화하고 의원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과 장비 기준 등 제도를 합리화한다.

그리고 1·2·3차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진료 협력 계획을 평가해 시범사업 기관을 선정할 계획으로, 시범사업에 선정되는 경우에는 권역별로 3년 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필수의료 체계 강화 지원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의료공급 뿐만 아니라 의료이용 관점에서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의료이용체계로 전환되도록 할 계획이다. 종이의뢰서 대신 시스템의뢰를 활성화하는 등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 제도 전반을 개편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시 2차 의료기관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 의료전달체계 개편 토론회를 개최해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의료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 중증·응급 안정적…비대면진료 건수 증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중증·응급환자의 의료이용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일 평균 입원환자는 2월 첫주 대비 3월 첫주 36.5% 감소했지만 3월 12일 현재 지난주(3.4~3.8) 대비 약 5% 가량 증가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평상시와 유사한 3천 명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5대 병원도 유사한 상황으로, 입원환자는 지난주 대비 4.2% 증가했으며,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지난주 대비 0.1% 증가했다.

응급의료기관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전체 408개소 중 98%에 해당하는 398개소가 병상 축소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3월 11일 기준 중등증 이하의 응급 환자는 1주일 전인 3월 4일에 비해 4.5% 가량 감소했다.

중등증 환자의 입원과 경증 환자의 외래 수요는 종합병원 진료 및 지역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일부 해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환자는 2월 첫 주 대비 3월 첫 주 7% 증가했고, 3월 12일 기준 입원환자는 전 주 대비 1.9%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실시 건수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2월 23일부터 의원 뿐 아니라 병원 등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재진 구분없이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가 시작된 2월 23일부터 2월 29일까지, 1주일 동안의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 진료는 30,569건이 청구됐으며, 전주 대비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76건을 비대면진료로 청구했다.

병원에 확인한 결과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자가 주된 이용자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는데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소요되기도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는 더 많은 국민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환자 만족도 등 성과를 지속 모니터링하며 국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경증환자를 신속히 전원하고 진료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일(3.13)부터 1개월 간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환자가 1,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될 경우 전원에 사용되는 구급차 이용료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간 구급차 이용료는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신속한 환자 의뢰 및 전원이 다소간 제한됐으나, 이번 지원 대책으로 전원에 대한 환자 수용성이 제고되고 보다 원활한 진료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정부는 의료현장의 의견을 지속 경청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한덕수 본부장은 "오랫동안 누적돼 온 의료체계의 비정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미래의 국민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개혁은 우리 시대 모두의 숙제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부는 반드시 의료개혁을 완수해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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