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처방' 필요한 국내 복막투석…'대한복막투석연구회' 나섰다

[인터뷰] 대한신장학회 대한복막투석연구회 이영기 교수
대한복막투석연구회 지난해 9월 발족…복막투석 활성화 목표
'환자 중심 치료' 위한 연구로 치료환경·정책제도 개선 추진
국민인식조사 추진, 팩트시트 발행, 치료지침 마련 등 계획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1-10 06:05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에선 상당히 오랜 기간 복막투석에 대한 장점이 논의돼왔다. 상대적으로 일상생활이 자유롭고 낮은 의료비용과 높은 생존률을 갖추고 있어, 투석이 필요한 신장 환자가 늘고 있는 국내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내에서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 비율은 비교적 낮다. 국내 신장 환자 중 80% 이상은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그간 여러 방면으로 수차례 복막투석 활성화에 힘써왔던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지난해 9월 '대한복막투석연구회' 구성이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놨다.

복막투석 이점과 효과, 실제 처방 사례 등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복막투석을 활성화하기 위한 근거와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연구회 조직은 궁극적으로 국내 환경에서도 복막투석을 활용해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겠다는 목표와, 환자 중심인 투석 치료를 구현해내겠다는 학회 의지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한복막투석연구회 정책이사를 맡은 이영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사진>를 만나, 복막투석 현 주소를 진단하고 복막투석연구회가 나아가려는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이전에는 대한복막투석연구회 같은 조직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전에 '복막투석 질 향상 연구회'와 같은 소그룹이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활동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4월 대한신장학회가 '국민콩팥건강증진계획 2033(KHP 2033)'을 발표하면서 2033년까지 말기콩팥병 환자 재택치료 비율을 33%까지 늘리자는 미션을 제시했고, 최근에는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까지 진행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됐다.

결정적으로 국내 말기콩팥병 환자가 10년간 2배 이상 많이 증가했음에도 복막투석과 신장이식을 통한 재택치료 비율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학계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복막투석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재택치료 활성화나 복막투석이 유리한 환경 조성 등을 추진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그래서 대한복막투석연구회가 발족했고, 최근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덧붙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께서 연구회 회장을 맡으셨고, 연구회원들은 임상에서 복막투석 환자를 직접 진료하시는 교수분들이다. 일부 학회 임원이 있기는 하지만, 학회 임원으로만 구성되진 않았다.

Q. 학회에서는 '사회적으로 투석 유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복막투석 비율이 낮은 이유로 꼽는데, 대국민 설문조사를 시행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맞다. 사실 그동안엔 말기콩팥병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조사가 부족했다. 대한복막투석연구회에서 환자와 정부를 대상으로 복막투석 인식을 향상하는 캠페인을 계획 중인데, 투석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투석 유형에 대한 정보 부족은 하나의 이유일 뿐이다. 국내는 의료 접근성이 좋아 혈액투석 병원을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복막투석은 본인이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복막투석 비율이 아니다. 복막투석을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 환자가 복막투석을 선택하지 않는 환경이 가장 큰 문제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연구회 목표다.

Q. '복막투석을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아시겠지만, 직장·학교 등 사회생활을 해야 되는 분들은 복막투석이 더 적합하다.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지만 복막투석의 경우 1~2개월 중 한 번 정도만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 직장생활 등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보호자들이 투석 환자들을 모시고 병원에 오는 경우도 많은데, 복막투석을 하게 되면 보호자가 겪는 사회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Q. 비교적 직장인들은 적극적으로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인가.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 분들에겐 복막투석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까지 해드리지만, 복막투석보다는 혈액투석을 선택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자기 관리에 대한 확신이 잘 안 서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보니 복막투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거부감 없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셈이다.

Q. 교육에 있어선, 궁극적으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

맞다. 의료진들이 복막투석 환자를 보려면 상담도 많이 진행하고 교육도 해야 하는데, 현재는 복막투석을 위한 교육 상담료가 거의 없다. 정책적 지원이 없이는 복막투석 환자가 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투석 환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재택치료 비율을 늘리고자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는 부족한 측면이 있어서 연구회에서도 정책적인 제언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국가별 특성에 맞게 투석 치료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재택치료 비율이 많이 줄고 있고 재택치료를 원하는 사람들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고 있다. 대한복막투석연구회 활동이 치료 환경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Q. 정부가 진행 중인 '2차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은 어떠한가.

재택관리 시범사업은 환자가 복막투석을 집에서 잘 투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간호사가 매달 전화나 문자로 환자를 모니터링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정책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본 사업이 되면 안정적으로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

다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예로, 외래 환자만 대상이 되고 입원 환자는 적용이 안 되고 있다. 교육 횟수도 제한돼있어서 더 교육이 필요한데도 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또,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디지털 모니터링이 가능한 복막투석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Q. 현재 복막투석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

NECA(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과제로 '다기관 신대체요법의 공동의사결정 연구'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 10여개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받은 그룹에서 복막투석이나 재택치료 선택 비율, 응급 투석 여부 등의 환자 예후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진행된 1차 재택관리 시범사업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는 지난해 제출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2차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까지 나오면, 환자 중심 치료에 대한 국가적·정책적 제안을 하는 근거가 될 것 같다.

Q. Fact sheet 등을 발간할 계획은.

만성콩팥병 및 말기콩팥병에 대해서는 대한신장학회에서 제작하고 있다. 대한복막투석연구회에서는 복막투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일반인도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팩트 시트를 만들고자 고려 중에 있다.

Q. 올해 대한복막투석연구회 계획과 우선 목표는.

지난달에 연수 강좌를 진행했다. 연구회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문제들과 하고자 하는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복막투석 환자 케이스를 학술적으로 공유했다. 앞으로도 이처럼 연수 강좌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앞서 말씀드린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인 제언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복막투석 치료 지침 마련,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향상 캠페인, 젊은 신장내과 의료진 대상 교육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 목표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지는 않았고, 여러 구체적인 목표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Q. 마지막 당부 한마디.

이제 투석 치료는 의료 기관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치료로 바뀌어야 한다.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말기콩팥병 환자들에 있어서도 재택치료가 중요시돼야 하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예후와 삶의 방식에 맞게 투석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복막투석에 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연구회 활동에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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