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제니오' 급여 2주년‥'전이성 유방암'에서 보여준 대활약

내분비요법과 병용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제고'
간 전이·높은 종양 등급 등 예후 나쁜 환자에서도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 확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7-26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릴리의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가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 급여가 된지 2년이 지났다.

버제니오는 2019년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여성 환자의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요법 ▲내분비요법 후 폐경 여부와 관계없이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됐다. 이후 2020년 6월, 국내 급여 등재됐다.

버제니오는 임상 연구를 통해 전이성 유방암의 중요한 치료 목표인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제고' 모두를 입증했고, 급여까지 해결되면서 계속해서 처방액이 늘어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사진>를 만나, 전이성 유방암의 최신 치료 지견과 버제니오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해 들어봤다.

◆ 'CDK 4&6 억제제' 전후로 달라진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뇌, 폐, 뼈,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질환이다. 병기상으로는 4기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10%가 전이성 유방암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은 예후가 좋다고 할 수 없다. 국내 유방암 전체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2015-2019)은 93.6%로 높게 집계되지만, 전이성 유방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절반 가량인 42.6%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이성 유방암 치료는 환자 상황과 종양의 특성에 따라 내분비요법 및 항암화학요법 등이 시행돼 왔다.

이 중 내분비요법은 반응지속기간이 길고 부작용이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그렇지만 일부 환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항암화학요법은 빠르게 높은 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나, 부작용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필요했다. 이러한 갈증을 채워준 것이 'CDK 4&6 억제제'다.

CDK 4&6 억제제는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음성(HR+/HER2-)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CDK 4&6 억제제는 전이성 유방암은 생존기간, 무진행 생존기간 향상 뿐만 아니라 예후가 나쁜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제공했다.

 

Q. 국내 여성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0% 이상이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전이성 유방암은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인가?

박경화 교수 =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혈액을 따라 전신에 퍼져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질환이다. 암세포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약으로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전부 정복하기 어렵다.

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새로운 돌연변이로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암세포 증식 속도를 따라가기도 굉장히 어렵다.

Q. 그렇다면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어떻게 설정돼 있나?

박경화 교수 = 전이성 유방암의 완치율은 5% 미만이다. 따라서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환자의 생존기간을 개선시키고, 생존기간 동안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부합하는 약이 많지 않아 의료진 입장에서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 연령의 중간 값은 50세 전후로 비교적 젊은 환자들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시기에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Q. CDK 4&6 억제제 등장 이전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 환경은 어떠했는가?

박경화 교수 = CDK 4&6 억제제가 사용 허가를 받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에 국한해 설명하겠다.

전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3분의 2 이상, 거의 70% 가량이 HR+ 유형의 환자들이다. 

CDK 4&6 억제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이들에게 암세포 전이가 확인되면 일단 내분비요법을 진행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고, 복용 중 재발한 경우 주사제인 풀베스트란트를 처방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평균 10개월 전후였기 때문에, 두 가지 치료제를 사용한 이후에는 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 바로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신 항암화학요법은 머리가 빠지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Q. 현재 CDK 4&6 억제제는 전이성 유방암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CDK 4&6 억제제 등장 이후 실제로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율이 향상됐는가?

박경화 교수 = 그렇다. 관련 데이터가 이미 발표돼 있다.

현재 국내에는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3가지의 CDK 4&6 억제제가 출시돼 있다. 그리고 각 치료제마다 생존율 향상을 보인 3상 임상연구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 중 버제니오는 MONARCH-2 연구에서 이전에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치료한 환자나 예후가 좋지 않았던 환자에게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했을 때 생존기간이 굉장히 많이 연장됐다. 사망 위험이 25% 정도 감소했기 때문에 확실히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개선했다고 할 수 있다.

Q. 각 CDK 4&6 억제제는 어떠한 환자들에게 처방되는가? 치료제에 따라 선택 기준이 있는가.

박경화 교수 =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팔보시클립은 First in Class로서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직접 사용한 경험이 가장 많다. 환자를 오랜 기간 동안 추적 관찰하며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팔보시클립의 처방을 뒷받침하고 있다.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은 기전이 유사하다. 이 두 약제를 사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호중구 감소증은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환자에서 조금 더 나타난다. 

두 치료제는 이를 주의해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환자가 가진 기저질환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리보시클립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 초기에 2주 간격으로 세 번 가량 심전도를 확인해야 하고, 간기능 수치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조금 있다.

그리고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은 3주 복용 후 1주 간의 휴약기를 둬야 한다. 혼자 생활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복용 스케줄을 혼동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다른 질환으로 평소에 여러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휴약기는 우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버제니오는 휴약기 없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된다. 그만큼 복용 스케줄을 혼동할 위험이 없다.

또한 버제니오는 간 전이가 있거나 암세포 성향이 공격적인 경우에도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데이터가 있다. 따라서 해당 환자군에는 버제니오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버제니오는 경미한 설사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입맛이 조금 없거나 피곤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1~2개월이 지나면 적응을 한다. 기존에 이미 설사 관련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고려해 처방하고 있다. 

역으로 우리나라 환자 특성 상 많은 환자들이 변비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버제니오를 편하게 처방한다. 

현재 나는 진료를 통해 파악한 환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한 후 치료제를 선택하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승부사' 버제니오
 

최근 한국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가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버제니오는 '임상데이터'로 제대로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MONARCH-3 연구는 완치를 목적으로 한 수술적 절제 또는 방사선 요법을 시행할 수 없는 HR+/HER2- 국소 재발성, 그리고 전이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경 후 여성 환자가 대상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버제니오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요법을 살펴봤다.

그 결과,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버제니오 병용은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이 28.18개월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요법 14.76개월보다 약 2배 길었다.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을 병용한 환자군이 내분비요법 단독 사용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버제니오+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의 ORR은 49.7%였으며,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 37.0%로 보고됐다.

MONARCH-2 연구는 내분비요법 후 암이 진행된 HR+/HER2-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을 살펴본 임상이다.

연구 결과, 버제니오는 풀베스트란트 병용 시 폐경 상태와 관계없이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을 7.2개월 연장시켰다.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 16.4개월, 풀베스트란트 단독 9.3개월)

MONARCH-2 연구에서는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 시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46.7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 투여군의 중앙값 37.3개월에 비해 9.4개월 연장됐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 35.2%, 풀베스트란트 단독 16.1%으로 나타났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내분비요법으로 질환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흔히 항암 치료로 불리는 항암화학요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항암화학요법은 전신에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합병증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돼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림프구 등의 수가 감소하기도 한다.

이 탓에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겨운 과정에 놓이게 된다. 결국 이들의 삶의 질은 크게 낮아진다.

그런데 버제니오는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시 생존기간 중앙값 연장 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의 시작 시기 지연 효과'도 보여줬다.

MONARCH-2 임상에서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 환자군의 항암화학요법까지 소요된 시간(TTC: Time to chemotherapy) 중앙값은 50.2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 사용 환자군 중앙값 22.1개월에 비해 28.1개월 더 연장됐다.

버제니오의 임상적 혜택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 환자(한국, 일본, 대만)에서도 증명됐다.

MONARCH-2 임상의 하위 분석 연구 결과,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를 병용 투여한 동아시아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PFS)은 21.2개월, 풀베스트란트 단독 11.6개월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 47.5%, 풀베스트란트 단독 23.4%로 보고돼, 전체 임상 결과와 일관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이성 유방암 중에서도 간 전이, 높은 종양 등급(Tumor grade), 짧은 재발 기간(Treatment free interval),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음성, 뼈 이외 전이 환자의 예후는 특히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이런 가운데 버제니오는 임상 하위 분석 결과, 버제니오는 이러한 환자군에서도 일관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연장 효과를 보여 해당 환자들의 치료에 상당한 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버제니오는 투약이 편리한 경구용 제제다.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아침과 저녁 2회를 복용하는 방식인데, 별도의 휴약 기간 없이 28일 주기 동안 연속적인 복용이 가능하다. 이 복용 방법은 환자가 약물 복용 스케줄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Q. 버제니오는 2019년 국내 허가 이후 2020년 급여가 적용됐다. 버제니오의 급여가 실제 처방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가?

박경화 교수 = 버제니오가 급여 적용되면서 환자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폭이 넓어졌다.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처방에 도움이 많이 됐다.

Q.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는 특히 큰 의미를 지닐 것 같다. 버제니오의 OS 개선은 어떠했나?

박경화 교수 = 버제니오는 MONARCH-2 연구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OS를 유의하게 연장시켜,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버제니오는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생각된다.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데이터는 결국 제도권 안에서 치료제가 허가되고 처방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버제니오는 이미 MONARCH-2 연구에서 OS 개선 효과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한 바 있고, 이러한 측면에서 MONARCH-3 연구에서의 OS 관련 데이터 또한 기대하고 있다.

Q. 버제니오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이 데이터가 의미가 있나?

박경화 교수 = 버제니오 MONARCH-2 임상의 한국인 포함 동아시아 환자 대상 하위 분석 연구 결과,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의 PFS 중앙값과 객관적 반응률(ORR)이 전체 환자군의 임상 결과와 일관됐다.

안전성 프로파일 또한 전체 환자군의 데이터와 유사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Q. 버제니오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등 전이성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군에서 일관된 이점을 보였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박경화 교수 = CDK 4&6 억제제가 등장하기 전에는 공격적인 형태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간이나 폐 등으로 암세포가 전이되고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내분비요법 대신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이나 폐에 전이가 있더라도 환자의 증상이 아주 심각하지 않다면 CDK 4&6 억제제를 선택할 수 있다.

CDK 4&6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효과적이라면, 빠른 시간 내에 암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증상이 호전된다. 아울러 장기부전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간 전이가 바로 조절되지 않으면 황달이 발생하고, 이후에는 다른 어떤 약도 사용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버제니오는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동료 의료진들도 간 등 내부 장기에 전이되고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CDK 4&6 억제제를 첫 번째 치료로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Q. 버제니오는 '삶의 질' 측면에서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시기를 늦춘다는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박경화 교수 = CDK 4&6 억제제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치료 효과도 좋은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CDK 4&6 억제제가 삶의 질 개선 효과를 연구하고 있는데, 모두 좋은 결과를 보였다.

항암화학요법은 시작하는 순간 탈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병원에 더 자주 방문해야 하므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긴다.

환자들은 치료제로부터 직접적인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고 느낀다.

때문에 항암화학요법 시작 시기를 늦추는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직결된다. 실제로 버제니오로 치료 받으며 직장 생활과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버제니오를 포함한 CDK 4&6 억제제는 매우 의미 있는 약이다.

Q. 버제니오는 부작용 측면에서 안전한가?

박경화 교수 = 버제니오는 다른 CDK 4&6 억제제에서 나타나지 않는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사용해보니, 설사가 나타나더라도 잘 견디고 이에 적응하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고령의 환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신약을 사용할 때,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조기 암 환자들이 전이가 발생한 환자에 비해 치료를 잘 견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버제니오는 오히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암세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치료에 상당히 빠르게 적응을 했다. 그래서 버제니오의 삶의 질 개선 데이터에 매우 동의하는 편이다.

더불어 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버제니오는 팔보시클립이나 리보시클립에 비해 호중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등 혈액학적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비교적 적었다.

만약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약의 용량을 조절하면 되며, 한 번 용량을 조절하면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괜찮다.

혈액학적 부작용인 골수 독성도 금방 회복이 되는 가역적인 독성이기 때문에, 호중구 감소증이 나타나더라도 잠깐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회복된다.

기전적으로 설명하자면 CDK 4&6 억제제는 골수에서 혈액을 만들어낼 때, 조혈모 세포 단계에서 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에서 어린 세포들이 성장 및 분열하는 것을 막는다. CDK 4&6 억제제 복용을 잠깐 멈추게 되면 세포가 다시 분열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금방 회복된다.

Q. 버제니오는 CDK 4&6 억제제 중 유일하게 '휴약기'가 없다. 휴약기는 복약 순응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박경화 교수 = 휴약기 여부는 복약 순응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휴약기가 있는 CDK 4&6 억제제는 환자들이 복용 스케줄을 다소 헷갈려 할 수 있다.

CDK 4&6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PFS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오래도록 약을 먹게 된다.

보통 진료 주기는 한 달 간격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면서 별다른 증상이 없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면 최소 3개월마다 반응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환자의 개인 사정으로 2개월 분의 치료제를 처방하게 되면 특별히 휴약기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버제니오는 내분비질환 치료제처럼 휴약기 없이 계속 복용할 수 있다. 이는 환자가 따로 복용 스케줄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CDK 4&6 억제제의 장점 중 하나는 누적 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여러 번 사용하다 보면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이 오거나 손발 저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CDK 4&6 억제제는 효과가 있는 한 중단 없이 계속 복용한다. 내성이 생길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Q. 전이성 유방암에도 치료적 희망이 생겼는가?

박경화 교수 = 환자들은 암이 재발하는 순간 암을 처음 진단받았던 순간보다 훨씬 더 크게 좌절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굉장히 좌절하고 치료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CDK 4&6 억제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오래 여명을 누리는 환자들이 있었고, 또 지금은 CDK 4&6 억제제가 있기에 더 오래 일상을 누리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그 희망은 환자 본인이 만드는 것이다. 담당 의료진 및 가족과 힘을 합치면 주어진 일상을 충분히 누리며 잘 살아갈 수 있다.

결국 낫지 않을 텐데 희망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희망'이라는 말이 고문처럼 들린다는 환자도 있다. 그렇지만 희망을 가져야 내일, 내년, 심지어 10년 후를 기약할 수 있다.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기간 중앙값이 5년 정도가 됐다. 이제는 5년 후를 기약할 수 있는 환자가 절반이라는 의미다.

지금 이 순간 개발되고 있는 약들이 이후에도 환자를 더 오래 살릴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환자들에게 꼭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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