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티쎈트릭-아바스틴' 급여, 간암 1차 표준 치료 세대 교체

'티쎈트릭+아바스틴', 소라페닙 대비 우월한 생존기간 연장
티쎈트릭 병용요법 이후 사용할 '후속 치료'는 앞으로의 해결 과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12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 5월 1일,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1차 치료에 급여가 됐다.

전이성 간세포암 환자 중 stage III 이상, Child-Pugh class A, ECOG 수행능력 평가(PS: Performance status) 0-1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환자가 대상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사진>를 비롯, 간세포암을 치료하는 많은 의사들이 이 소식을 기다렸다.

지난 11일 티쎈트릭 병용요법 급여 기자간담회에서 임호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간세포암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7.7%로, 모든 암의 상대생존율인 70.7%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국소 및 원격 전이가 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각각 22.4%, 2.8%에 불과해, 10대 암 중 췌장암과 함께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호영 교수는 "간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약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의 병용요법 급여는 간암 치료에 있어 굉장히 혁신적인 일이다.


간세포암은 타 암종과 달리 항암화학요법에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는 질환이다. 게다가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간암에 적용할 수 있는 약은 아주 소수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신규 약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약물들도 저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10년 넘게 간세포암 1차 치료제였던 소라페닙에 이어 렌바티닙이 허가를 받았으나, 이는 표준 치료보다 비열등함을 보여줬을 뿐이다. 일부 면역항암제들은 적극적으로 연구가 됐지만, 단독요법으로는 간세포암에 큰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면역관문억제제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은 달랐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약 10년 만에 기존 표준 치료(소라페닙) 대비 유의한 생존율 개선 효과를 나타낸 치료제다.

이번 급여 적용의 근거가 된 3상 임상 IMbrave150 연구에 따르면,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소라페닙 대비 사망 위험을 42%,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에 알려진 각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관되게 관찰됐으며, 대조군 대비 삶의 질, 신체 기능, 역할 기능이 저하되기까지의 기간을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1 ASCO에서 발표된 IMbrave150 업데이트 연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대조군 대비 34% 긴 19.2개월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객관적 반응률은 29.8%, 완전 관해율은 7.7%로 대조군의 11.3%, 0.6% 대비 개선된 수치를 확인했다(RECIST v1.1 기준).

이러한 데이터에 근거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선호 요법(preferred option)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유럽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표준 요법(Standard of Care)으로 권고된다.

임호영 교수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우월한 전체 생존기간을 바탕으로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한 치료제이자, 완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치료제다"라고 평가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한국인 대상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일관된 혜택을 입증했다.

국내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6개월 시점의 전체 생존율 80.7%, 객관적 반응률 36.8%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IMbrave150 연구는 엄격히 선별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반면 리얼월드데이터는 동반질환과 다양한 전신 상태를 가진 실제 국내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럼에도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글로벌 허가 임상과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급여로 의사들은 간암 1차 치료가 소라페닙에서 티쎈트릭 병용요법으로 단숨에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

일본은 렌바티닙이 1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다가,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뛰어난 효과를 입증한 뒤부터 처방 1순위가 바뀌었다.

임 교수는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현재 간세포암 치료에서 가장 좋은 옵션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급여 적용 이후 보다 많은 국내 환자들이 골든타임인 1차 치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임 교수는 "안전성 측면에서 자가면역질환을 갖고 있거나 이식을 한 환자, 출혈 염려가 있는 환자는 티쎈트릭 병용요법 사용에서 제외된다. 안전성 데이터를 보면 위장관출혈 및 위장관천공이 3% 정도 보고된다. 의사들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먼저 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티쎈트릭을 처방할 것이다"고 말했다.


티쎈트릭 급여로 기뻐하기도 잠시. 임 교수는 이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 어떤 2차 약제를 사용할지 확실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ASCO 가이드라인도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1차로 사용한 뒤, 후속 치료는 다른 기전의 TKI 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을 뿐, 이와 관련된 명확한 데이터는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간암 2차 치료제 중 '레고라티닙'이 유일하게 급여가 돼 있으나, 소라페닙으로 치료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허가사항 상으로는 소라페닙이 간세포암 1차 이상에 허가를 받았기에 티쎈트릭 병용요법 후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데이터가 부족하다.

임 교수는 "일본은 약제가 허가되면 1, 2차 상관없이 약을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에 따라 약을 순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티쎈트릭 이후의 대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전에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투약한 환자들이 존재한다. 임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2차 치료 효과를 살펴보는 후향적 연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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