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성과 필요성 높은 '신약'‥미충족 수요있지만 도입은 소극적

KoNECT, 국내 미도입 글로벌 신약 244개 중 도입이 시급한 34개 선정
환자가 치료 적기 놓치지 않도록 신약 도입 제도 및 전문 기관과 인력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14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에 미도입된 신약 244개 약물 중, 국내 미충족 수요를 고려해 도입이 시급한 약물은 34개였다.

여기서 말하는 미충족 의학적 수요는 대체 치료법 여부(Alternative Treatments), 질환의 심각성(Disease Severity), 환자 수(Patient Population)를 고려한 개인적·사회적 미충족 의료수요(Individual·Societal unmet medical need)로 정의해 반영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은 2020년 선행 연구를 토대로 ① 국내 미도입 신약 244개 약물을 사전 분석 후에, ② 도입 재고 필요성이 낮은 신약을 제외하고, ③ 미충족 의료수요 질환별로 구분해, ④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국내 미도입 신약 244개 약물 중,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미 허가받은 것으로 확인된 약물은 15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관리하고 있어 국내 환자들이 공급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약물은 11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미도입 신약은 16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195개, 유럽 EM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119개, 일본 PM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약물은 81개였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15개, 해당 질환에 대한 상대적 치료 결과가 우월한 타 신약이 국내에서 표준치료제로 사용 중인 4개, 국내 시판 이력이 있으나 사후 취하된 3개, 해외 주요 국가에서 시판이 중지된 5개, 총 27개 약물을 목록에서 제외했다.

KoNECT는 국내 도입 재고 필요성이 낮은 신약 27개를 제외한 217개 신약 약물 중, 미충족 의학적 수요를 고려한 117개 신약을 선별했다. 국내 미도입 신약 117개 중에서는 암 치료제 19개, 희귀질환 의약품 55개, 공중보건위기질환 치료제 37개(백신 19개, 치료제 18개),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제 6개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도입 시급성과 필요성이 높고, 해외 신속 심의 대상인 1순위 약물에는 항암제 말초 T 세포 림프종 치료제 '벨레오닥(Beleodaq)'이 꼽혔다. T세포 림프종은 통상적으로 B세포 림프종보다 치료가 힘들며, 예후 역시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도 많지 않다.

도입 1순위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성인과 청소년의 페닐케톤뇨증(PKU) 치료 '팔린지크(Palynziq)'가 포함됐다.

공중보건위기감염병 도입 1순위 치료제에는 항생제와 전염, 감염 질환에 대한 약물이 요구됐다.

'진플라바(Zinplava)'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에 따른 항생제 치료 경험이 있으며, 환자의 재발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중증 말라리아 치료제로 '알테수네이트(Artesunate)'가 1순위에 들어갔으며, 복합적인 복부 감염 치료 항생제인 '제라바(Xerava)'도 제시됐다.

2순위는 국내 도입 시급성·필요성이 높은 약물이다. 암 치료제로는 진균증 곰팡이와 세잘리 증후군 치료제인 '포텔리지오(Poteligeo)', 모구 형질세포양 수지세포 종양(BPDCN) 치료제인 '엘리존스(Elzonris)'가 2순위에 들었다. 또한 보다 다양한 혈액암 치료를 위해 CAR-T 세포 치료제인 '테카투스(Tecartus)'와 '예스카타(Yescarta)'가 2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순위 희귀질환 의약품에는 성인 후천성 혈우병 A형 치료제 '오비주르(Obizur)'가 있었다. 후천성 혈우병은 100만 명 중 1~2명에게 나타날 만큼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2순위 공중보건위기감염병 치료제에는 수막구균 혈청형 B군 백신 '트루멤바(Trumenba)'가 있다. 혈청형 B는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주로 영아들에 많이 발병한다. 이전까지 허가된 백신은 혈청형 A, C, Y, W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이며, 혈청형 B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루멤바가 차별성을 갖는다.

3순위는 시급성 높고,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질환으로 학회에서 언급된 약물이다. 여기엔 공중보건위기감염병 치료제가 대부분으로, 수막구균 혈청형 B군 백신 '벡세로(BEXSERO)', 탄저병 응급처치약 '락시바쿠맙(Raxibacumab)'이 있다.

크론병 환자의 복합 항문루를 치료하는 재생의료 의약품 '알로피셀(Alofisel)'도 3순위 약물에 들어갔다. 건강한 성인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해 배양, 증식시킨 동종이계간엽줄기 세포의 현탁액(Suspension of allogeneic mesenchymal stem cells)이다.
 
4순위는 문헌과 학회에서 필요성이 언급됐으나, 도입에는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4순위 암 치료제에는 자가말초혈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한 전립선암 백신 '프로벤지(Provenge)'가 있다. 2010년 FDA로부터 승인받은 최초의 치료 백신이지만, 기대만큼 상업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췌장의 악성 신생물(전이성 도세포 암종)의 치료제인 '자노사르(Zanosar)'도 4순위다.

4순위 희귀질환 의약품에는 후천성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aTTP) '카블리비(Cablivi)'가 있다. 혈장교환요법 및 면역억제 치료에 병행해 투여한다.

4순위 공중보건위기감염병 치료제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H5N1) 1가 백신 '아우덴즈(Audenz)'가 합류했다. 아우덴즈는 H5N1로부터 보호하도록 개발된 최초의 면역 증강제 세포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최첨단 기술인 MF59 adjuvant 및 세포 기반 항원(cell-based antigen) 제조법을 활용했다.

동시에 HIV 치료제 '루코비아(Rukobia)'와 '트로가조(Trogarzo)'가 있다. 이 두 치료제는 여러 HIV 약물에 내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과 함께 사용된다.

그리고 말라리아 치료 및 예방에 사용되는 '크린타펠(Krintafel)'도 4순위에 있다.

4순위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제에는 파킨슨병과 관련된 환각과 망상 치료에 사용되는 '뉴플라지드(Nuplazid)', 파킨슨병 치료제 '아포킨(Apokyn)'이 있었다. 

시급성 높고 해외 신속 심의 대상이지만 학회로부터 언급이 없었던 약들은 5순위로 밀려났다. 5순위 암 치료제에는 두경부암 치료를 위해 붕소 중성자 포획 요법(BNCT)에 사용되는 '스테보로닌(Steboronine)'이 있다.

5순위 희귀질환 의약품은 적혈구생성프로토포르피린증(erythropoietic protoporphyria) 피부광과민성 예방 치료제 '시네스(Scenesse)', 점액다당류증 VII(MPS VII, Sly 증후군)의 치료제 '멥세비(Mepsevii)', 성인과 소아의 요소회로 장애 관련 질환 치료제 '라빅티(Ravicti)', 알파-만노사이드 축정증 치료제 '람제드(Lamzede)', 지방이영양증 렙틴대체요법제 '마이아렙트(Myalept)'로 정리됐다.

5순위 공중보건위기감염병 치료제로는 간질증(fascioliasis) 기생충 감염 치료제 '이가텐(Egaten)',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Tpoxx)', 트리코모나스증(Trichomoniasis) 감염 치료 '솔로섹(Solosec)'이 있다.

5순위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제에는 '보락세이즈(Voraxaze)'가 있다. 보락세이즈는 메트트렉세이트가(MTX)의 혈중 농도가 독성 수준만큼 높아졌을 때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신장 이식 시 탈감작 치료제인 '아이데피릭스(Idefirix)'도 5순위다.

KoNECT은 글로벌 신약의 국내 도입 활성화를 위해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xpended Access Program, EAP)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AP는 대체 치료 방법이 없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주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아직 시판되지 않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은 전체 환자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시적·일시적 방법이므로, 미충족 수요 질환에 대한 미도입 신약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근본적 제도 개선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국가필수의약품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도입이 필요한 34개 미도입신약 중 국가필수의약품에 해당하는 약물은 4개(Artesunate, Egaten, Krintafel, AUDENZ)가 있었으며, 이 중 이가텐, 크린타펠 2개는 긴급도입 의약품으로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이 가능한 약물이다.

추후 국가필수의약품의 품목허가 시 우선 신속심사, 약가 및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 인센티브가 명시화되는 경우 국내 품목허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oNECT는 국내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전문 기관 또는 전문 기관 내 관련 조직(신약접근성향상센터; 가칭) 설치도 제안했다.

전문 기관(조직)은 경쟁력 있는 신약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1년 단위로 후기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미충족 의료 수요에 대한 미도입 신약을 모니터링하고, 암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공중보건위기감염병 치료제,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제 등 미도입 신약에 대한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KoNECT는 "전문 기관(조직)의 정기 모니터링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하는 신약의 다국적 임상시험에 국내 사이트들이 참여할 기회를 발굴하고, 해외 소규모 제약사에게 국내 제약사와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한 필수적 선행 조건이다"라며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도입 필요성·긴급성 등이 확인된 약물에 대해서는, 해당 약물 임상시험에 국내 사이트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국내 사이트, 임상시험 수탁기관(CRO), 국내 질환 및 유병인구 수 등 한국으로의 임상시험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전략적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NECT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통해 정식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신약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에 자가치료용 의약품 또는 긴급도입 의약품으로 신청하게 함으로써 환자가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다.

KoNECT는 글로벌 신약 국내 도입을 위한 전문가에도 주목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설계 시 급여 협상에 필요한 자료인 질 보정 생존 연구, 기대 여명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설계하고 있다.
 
KoNECT는 "국내 임상시험 인력이 BD(Business Development), RA(Regulatory Affair), MA(Market Access), PV(PharmacoVigilance) 등 임상시험 유관 업무를 신약 도입의 큰 틀 안에서 이해하고 습득함해야 한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임상시험 디자이너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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