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상시험'의 벽‥지난해에도 기대받던 '후보 물질' 대거 탈락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 이유 90%가 '임상 효능' 부족
안전성 및 내약성은 좋았으나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 차이 보여주지 못하면 실패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20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제가 개발되고 시장에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 그 자체다.

'엎치락뒤치락'이라는 말 그대로 임상시험은 완료가 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기대를 받았으나 임상시험의 벽을 넘지 못해 '실패'한 후보 물질들이 상당하다.

국가신약개발재단의 '2021년 실패한 임상시험 TOP 10'에 따르면, 신약 개발 프로그램들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대략 90% 정도가 대부분 임상 효능의 부족으로 실패한다. 대부분 안전성 및 내약성은 좋았으나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케이스가 많다.

지난해 J&J는 'HIV 백신'을 개발 중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 이어 2021년 J&J는 또 다른 HIV 백신 개발에 실패했다. HIV 백신은 수십 년 동안 개발 노력이 이어졌지만, 다양성과 돌연변이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성공하기 어렵다.

J&J가 진행한 아데노 바이러스 기반 HIV 백신 연구는 2,600명의 남아프리카 여성을 대상으로 일년에 네 차례 접종을 실시한 2b상 연구다. 이 백신은 안전한 것은 밝혀졌지만 위약에 비해 HIV 발생률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2년이라는 추적 관찰 기간에도 이 연구에서 보여지는 효능은 25% 수준이었으며, 이조차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해 임상은 중단됐다. 

현재 이 백신 후보 물질은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남성 및 트랜스젠더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대상으로 다른 버전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파이프라인의 강화가 필요한 GSK는 2019년에 독일 머크와 이중 기능 융합 단백질인 '빈트라푸스프 알파(bintrafusp alfa)' 개발에 협력했다.

이 치료제는 한때 MSD의 키트루다의 미래 경쟁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1년 1월, 4기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담도암 2차 치료제, 담도암 1차 치료제에 연달아 실패했다.

결국 GSK는 이 약물에 대한 권리를 반환했으며, 독일 머크 또한 R&D 파이프라인에 해당 약물은 기재하지 않은 상태이다.

2021년은 갈라파고스, 그리고 파트너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에게 고난의 해였다. SIK 2/3 억제제인 'GLPG3970'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궤양성 대장염 임상시험을 실패했다. SIK 표적 약물은 광범위한 자가면역 질환 치료의 기대주였다. 그렇지만 또 다른 약물인 pan-SIK 억제제 'GLPG3312'도 임상 1상 이후 비공개로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갈라파고스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대상으로 하던 오토탁신 저해제(Autotaxin Inhibitor) '지리탁세스타트'(ziritaxestat) 임상 3상에서도 실패했다. 

갈라파고스가 길리어드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YK2와 SIK 후보에서 좀 더 인상적인 결과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영웅이 되고 싶었으나, 지난해는 계속된 좌절이 있었다. 아밀로이드 타깃 약물 아두헬름(Aduhelm, 아두카누맙)' 외에도 작년 6월 항 타우 항체(anti-tau antibody)인 '고수라네맙(gosuranemab)'은 임상 2상에서 중단됐다.

고수라네맙은 78주차 치매의 임상적 진행도인 1차 평가지표와, 인지 기능 장애 및 일상생활 활동을 반영한 2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위약을 이기지 못했다. 이 항체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진행성 핵상마비(PSP) 환자 대상 초기 임상에서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은 아이오니스(Ionis)와 협력한 ASO 약물 '토퍼손(toferson)'도 연구했다. 그런데 토퍼손은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ALS)에서 효능 부족을 보이며 3상 실패를 알렸다. 파킨슨병 치료제인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항체 '신파네맙(cinpanemab)'은 임상 2상 실패로 개발이 중단됐다.

노바티스도 2021년에 실망스러운 후기 임상 결과가 이어졌다. 졸레어(오말리주맙)의 후속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 치료제 '리겔리주맙(ligelizumab)', 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일라리스(카나키누맙)', 신장 이식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이스칼리맙(iscalimab)'은 모두 실패했다. 

리겔리주맙의 경우, 위약 대비 개선된 치료 효과는 보였으나 졸레어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2개의 임상 3상의 최종 결과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리겔리주맙은 만성유도성 두드러기와 땅콩 알러지를 대상으로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일라리스는 두 차례의 임상 시험에 실패했다. 일라리스는 새로 진단된 환자에게 키트루다+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도전했으나, 화학요법 병용 및 2차/ 3차 라인 치료 임상 모두 실패했다.

일라리스는 이미 소아 특발성 관절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에 대해 사용되고 있다. 노바티스는 이 약물의 적응증을 종양학으로 확장하길 바라고 있다.

다케다는 단백질 항상성을 교란하고 암세포를 세포자살(apoptosis) 및 자가포식(autophagy)으로 유도하는 메커니즘 NEDD8 활성화효소 NAE 억제제 '페보네디스타트(Pevonedistat)'를 만들었다.

2020년 고위험 골수이형성 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시험에서 아자시티딘(azacitidine)과 페보네디스타트 병용은 아자시티딘 단독에 비해 완전 관해율이 2배 증가한 바 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페보네디스타트는 10년 만에 MDS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로 주목받았고,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지정받았다.

페보네디스타트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같은 다른 혈액암에서 잠재적인 가능성도 보여줬다.

아쉽게도 작년 9월 고위험 MDS, 만성 골수성 백혈병(CMML)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임상 3상에서 페보네디스타트와 아자시티딘 병용 그룹은 아자시티딘 단독 그룹에 비해 무사건 생존기간(Event-free survival, EFS)의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이 실패로 인해 다케다는 페보네디스타트 관련 모든 연구를 중단했다.

이밖에 다케다는 2021년 여러 실패를 겪었다. 최초의 호산구 식도염 치료제가 될 수 있었던 '에오힐리아(eohilia, TAK-721)'의 시판 신청이 FDA에서 거부당했으며, 뎅기열 백신 'TAK-003'의 유럽 출시가 연기됐다.

사노피는 2020년 프린시피아(Principia Biopharma)를 37억 달러에 인수하며 BTK 억제제인 '릴자브루티닙(rilzabrutinib)'을 얻었다.

반면 기대와 달리 릴자브루티닙은 중등도 내지 심각한 단계의 심상성천포창(pemphigus vulgaris), 낙엽성천포창(pemphigus foliaceus) 성인 대상 임상 3상에서 완전 관해를 보이는 환자 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1차와 2차 평가지표도 충족하지 못했다.

이 임상시험은 BTK 억제제가 다른 일반적 염증성 질환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척도로 여겨져 왔다. 결국 비슷한 시도를 계속해왔던 BMS/세엘진, 길리어드, 로슈와 같은 다른 빅파마들처럼 실패했다.

다만 사노피는 릴자브루티닙의 임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약물은 희귀 혈액질환인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TP) 대상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토피 피부염 및 IgG4 매개 자가면역질환 대상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천식, 아토피 피부염,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자가면역용혈빈혈(autoimmune hymolytic anemia) 대상의 임상 2상이 기획됐다.

로슈는 아이오니스와 신경퇴행성 질환인 헌팅턴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질환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용도로 FDA로부터 룬드벡의 '제나진(tetrabenazine)'과 테바의 '오스테도(deutetrabenazine)'만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로슈는 이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HTT의 생성을 감소시키도록 설계된 ASO 기반 치료제에 '토피너센(tominersen)'을 2017년에 3억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안타깝게도 기대는 무너졌다. 헌팅턴병 후기 단계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연구는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의 검토 결과에 따라 중단됐다.

로슈는 후향적 분석을 통해 질병 부담이 낮은 젊은 성인 환자 그룹에게 토피너센이 잠재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올해 1월, 로슈는 임상 2상 설계 초기 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헤이븐의 '베르디퍼스타트(verdiperstat)'는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라이센싱한 약물이다. 신경 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는 골수세포형과산화효소(MPO)의 활성을 저해해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으로부터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FDA로부터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베르디퍼스타느에 대한 기대는 높았으나, 다계통위축증(MSA) 환자를 대상으로한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바이오헤이븐은 MSA를 대상으로한 임상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루게릭병(ALS)의 치료제로 베르디퍼스타트를 개발 중이며, 2022년 중반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바이오헤이븐의 알츠하이머병 후보 물질 '트로릴루졸(troriluzole)'은 경증에서 중등도 환자 대상 임상 2/3상에서 인지 능력을 위약 대비 개선시키지 못했다. 트로릴루졸은 ALS 치료제 릴루졸(riluzole)의 전구 약물이다. 트로릴루졸은 강박장애와 유전성 척수소뇌성 운동실조증 임상시험을 아직 진행 중이며, 두 적응증 모두 올해 말에 결과가 나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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