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최성훈 기자] "그 동안 항생제 내성에 있어 우리나라가 가진 무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염 환자에 대한 치료율은 매년 떨어졌다. 적절한 무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에 저박사가 그 첫 번째로 급여 등재된 약이 됐다."
국내에서 19년 만에 신규 항생제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MSD가 개발한 차세대 항생제 '저박사'다. 저박사는 지난 10월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 면제를 통해 급여 등재됐다.
저박사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지닌 의미는 항생제 치료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특히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인 '다제내성균'과 카바페넴계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감염자에게도 쓰이는 항생제기 때문이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추은주 교수(대한항균요법학회 보험이사,
사진)도 지난 27일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저박사 급여등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급여 등재 의미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저박사는 두 가지 성분(세프톨로잔/타조박탐)의 복합제로, 카바페넴계 항균제에 실패한 경우 또는 다제내성균에 사용된다.
정부의 항생제 관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제내성균 감염자는 최근 2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또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국내 CRE 감염자는 크게 증가했던 상황.
이에 대해 추 교수는 "국내 2차 종합병원 및 상급병원에서 이미페넴 내성 녹농균의 비율은 약 35%였으며, 중환자실에서는 59.2%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에 감염될 경우, 카바페넴 감수성이 있는 녹농균 감염 대비 사망 위험은 약 3배 높아진다"며 "카바페넴 사용을 줄이고 내성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새 치료 옵션의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박사는 중증 감염 치료에 있어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추 교수는 저박사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해 "하기도 감염으로 입원한 우리나라 중환자 대상 녹농균에서 저박사는 97.1%의 높은 감수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또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메로페넴, 피페라실린-타조박탐에 내성이 있는 녹농균에서도 모두 90% 이상의 높은 감수성을 나타냈다"면서 "다제내성 녹농균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저박사가 임상 현장에서 실제 쓰이더라도 처방은 제한적일 거라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최후의 치료 수단으로서 저박사를 남겨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추 교수는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 장기요양시설의 급속한 증가 등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항생제 내성은 그 환자가 병에 걸렸을 때 쓸 수 있는 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카바페넴도 과거에는 감염 치료에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CRE 내성 증가로 인해 그 가치가 퇴색됐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 결과,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감염 중증 환자 치료에 있어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신독성 부작용으로 인해 1980년 초반 이후 사용이 중단된 항생제인 '콜리스틴'을 끌어다 썼다는 설명이다.
추 교수에 따르면 콜리스틴은 효능이 낮은데다 처방받은 30% 이상의 환자에게서 신독성이 나타난다. 신독성이 발생하게 되면 감염 환자의 사망률은 증가한다.
이에 그는 "저박사 처방은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중증 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처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항균요법학회도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을 전개해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내성균 관리와 올바른 항생제 사용하기 등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MSD 김요한 상무는 이번 저박사의 급여 등재를 계기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도입을 위해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협력을 당부했다.
김요한 상무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항생제 신약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평균 12년, 18억 달러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또 개발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항생제 신약 개발의 동기를 갖기 어렵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도입을 위해서는 한 회사를 넘어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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