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국내 환자가 15명뿐인 ‘CAPS’, 들리시나요?

환자 극소수 그쳐 치료개선 요청에 정부·사회 주목받기 어려워
희귀질환별 공식 소통채널 마련 필요…조기 진단 확대 기대감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1-08-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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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혹시 CAPS라는 질환, 알아?”
 
어느 날 지인과 소식을 주고받던 중 CAPS라는 희귀질환을 접하게 됐다. 그 지인은 기자가 다국적 제약사를 출입하면서 여러 질환을 접해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Cryopyrin associated periodic (fever) syndrome, 크라이오피린 연관 주기 (발열) 증후군)’, 줄여서 CAPS36~100만분의 1의 빈도로 발생한다고 보고된 극희귀질환 중 하나다. 국내에서 관련 환자 수는 15명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PS‘NLRP3’ 유전자 이상-‘크리오피린·NLRP’ 단백질 이상-‘인터루킨-1베타과다분비로 이어지는 자가염증질환으로, 이유 없는 발열, 두드러기 발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관절통·관절염, 두통, 신경유두부종, 결막염, 청력 장애 등도 나타나고, ·청력··눈 등에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진단·치료가 필요하다.
 
뒤이어 그에게서 듣는 얘기는 희귀질환자가 겪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다. CAPS와 같이 환자 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극희귀질환은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든 과정이 고통에 가깝다. 우선 극희귀질환 대부분이 그렇듯이 질환을 제대로 아는 의료진조차 적다보니, 이 질환 또한 온갖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증상이 더 심각해져서야 어렵게 진단을 받는 사례가 대다수다.
 
지인 역시 온갖 난관 끝에 우연한 과정에 아기 질환을 제대로 진단받게 됐다. ‘이제야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이제까지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치료였다. CAPS는 인터루킨-1베타 물질을 차단하는 약물을 지속 주입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키너렛(성분명 아나킨라)’이 공급되고 있다.
 
그나마 치료제가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키너렛은 하루 한 번 체중에 맞춰진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피하주사해야 한다. 아기에게 매일 최소 20에 달하는 주사를 놓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주사기를 알아보고 기겁하거나 자지러지는 아기에게 강제로라도 주사를 놔야하는 부모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5년 국내 허가된 CAPS 치료제 일라리스(카나키누맙)’8주 간격으로 피하주사할 수 있다. 이같은 용법은 11회에 비해 환자 투여편의성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비용 격차가 상당하다. 키너렛은 센터를 통해 인정된 보험급여가 1시린지당 76,392, 28시린지가 들은 1박스 당 약 214만원이다. 반면 일라리스는 센터를 통해 공급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지 비급여품목이다. 해외에선 1년 약값이 1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8주 용법 치료에 급여가 적용되길 요청하고 있지만, 환자 수가 적은 탓에 사회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온갖 온라인 채널과 사이트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국민청원도 올려보지만, 정부·사회에게 주목받긴 어려운 실정이다.
 
CAPS를 비롯한 극희귀질환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현실을 겪고 있다. 희귀질환명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같은 질환자와 가족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공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급여 문제는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해야하는 만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극소수인 이들이 조금 더 쉽고 자유롭게 질환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하에 각 희귀질환별로 온라인 공식채널을 마련하는 것 정도는 복지 차원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목소리가 커져 조기 진단 문제에도 한 발 접근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해볼 수도 있다. 덧붙여 해당 질환을 연구하는 의료진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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