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만 냈을 뿐"‥'실효성' 없는 필수의료 지원책에 소청과 낙담

"저출산 속에서도 소청과 진료 인프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수가 인상' 요구‥하지만 대책에는 언급 없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12 06: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놓고 '흉내'만 냈을 뿐 '실효성'은 없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중증·응급, 분만, 소아 진료를 우선순위로 내세워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치료 시급성·중대성이 큰 중증·응급 수술의 지역 내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의 효율적 활용, 배치와 양성 ▲중증·응급수술, 최소한의 인프라 필요분야(산과, 소청과) 보상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소청과 의사들은 "막연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수가' 부분은 빠졌고, 소청과 의사가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의료서비스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작 소청과 의사가 없는데 진료, 협력 기관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나와 있다. '저출산'과 '비정상적인 수가' 문제다.

저출산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줬다.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등 경제적 불안감으로 한국 젊은이들이 가정을 갖지 못하고 출산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출산율의 감소와 함께 소아청소년 의사들까지 정책적인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사진>은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청과 의사들 중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뛰어든 의사는 없다. 보상이 적더라도 보람을 느껴 전공을 택한 사람들이지만 이제 한계가 왔다"고 말했다.

미래 비전의 상실과 노동집약적 필수 진료과에 대한 보상 지원이 없어 소청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최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는 전국 199명 중 33명만 지원했다.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그리고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은 16.6%까지 폭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위기는 진료체계의 붕괴 및 진료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의 필수의료 대책은 의사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 줬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권역 위주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 달빛어린이병원 등 병·의원급과 협력한 야간·휴일 소아 응급진료 지원은 표면적으로는 좋은 방안이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이것을 시행할 '의사'가 과연 충분한지를 되물었다.

지금도 소청과 개원가는 경영난을 호소하며 폐업률이 올라가고 있다.

전공의 부족으로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해 왔던 지방과 수도권 거점 수련 병원은 응급진료 및 입원 진료량 축소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실제로 소청과 전공의가 부족한 강남세브란스, 이대목동병원 등 대학병원은 소아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수준으로 보고된다.

게다가 국내 소아청소년암 전문의 67명 중 절반 정도가 5~10년 내 은퇴 예정자다.

임 회장은 "소청과 전공의 및 전문의가 계속 줄어드는 와중에 진료 협력기관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 응급 및 중증 진료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가뜩이나 적은 인력의 소청과 의사들 중 평일, 주말 밤낮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를 비롯 소청과 의사들은 2019년부터 인력 부족과 진료체계 위기를 우려하며 수차례 대책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계획만 발표할 뿐, 실질적인 정책 실행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과 진료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은 '수가' 개선이 필수적이다.

앞서 저출산 위기를 겪은 프랑스와 일본도 필수진료 수가 정상화로 위기를 이겨낸 바 있다.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병상과 전문 인력 부족 사태에서도 입원진료수가 100% 인상으로 병상 증설과 의료 인력의 유입이 가능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 위기는 1차, 2차, 3차 병원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진료를 보는 개원가가 굉장히 많이 폐업했다. 봉직의 자리가 없어지면서 후배 의사들은 선배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소청과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소청과 진료를 멈출 수 없으므로 남아있는 인원으로 뼈와 살을 깎으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소청과의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청과 전공의가 부족하다면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2·3차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과 중증도 중심의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과 지원 장려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 인력 부족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과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학회는 "현 위기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기본 입원 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2, 3차 병원의 부족한 인력이 중증질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을 인상하면, 경증질환을 보는 개원가에도 환자들이 분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 학회는 "소청과도 전공의 임금지원과 PA 보조인력 비용 지원이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전공의가 적어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 전환되려면 이에 상응하는 인건비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난도, 중증 입원진료의 인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시범사업으로 인건비의 50% 긴급지원을 제시했다.

아울러 현행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인건비 보전율은 35%로 가산 지원이 필요하며, 소아청소년 입원 환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병원 평가 및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 환자안전 평가점수에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및 응급전담전문의 운영점수 가산을 요청했다.

필수진료 유지의 가장 근간이 되는 1차 진료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저출산과 코로나로 인한 진료량 감소 40%에 대한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환자수 기준의 대량 진료에 의한 보전이 아닌 연령 가산과 관리, 중재 상담료 산정으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명시했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가 말 그대로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는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주 오래도록 소청과는 정책 수가를 마련해 달라는 동일한 요구를 해왔다. 지난해 5월 익명게시판에 한 소청과 개원 의사가 이번 달 25만원을 집에 가져 갔다고 글을 썼다. 계약 기간이 남아서 버티고 있지만, 직원 월급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글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돈보다 사명감으로 일하는 현 소청과 전문의들의 대를 이을 수 있으려면 인력 유입이 있어야 한다. 부디 정부가 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큰 그림을 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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