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기피 이유 '저수가'와 '감정 노동'‥의사들 공감대 형성

인터넷에 소청과 현실 토로하는 글들 이어져‥"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위험에 보호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13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매년 줄어들면서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의사 인력의 부족은 결국 소아청소년과 진료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왜' 소청과를 의사들이 기피하기 시작했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로 개원가의 소아청소년과 폐업이 크게 늘어났다.

경증질환을 주로 보는 개원가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대부분 급여이고,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조차 대부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돼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만 18세까지 진료를 보지만 대부분 1~3세 미만의 영유아가 내원을 한다. 현 의료수가로 계산할 때, 개인 병원을 유지하려면 통상적으로 하루 평균 8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그렇지만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방문하는 환자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소청과 의사들은 비정상적인 수가 문제 개선을 현실적인 대책으로 꼽고 있다.

한 소청과 A 개원의는 "소청과의 진료시간은 성인 환자보다 몇 배 더 걸린다. 보호자의 궁금증도 많고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은 500원 정도다. 소청과는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적은 것이 맞다"고 말했다.

중증질환을 담당하는 대학병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공의 부족으로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해 왔던 지방과 수도권 거점 수련 병원은 응급진료 및 입원 진료량 축소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실제로 소청과 전공의가 부족한 강남세브란스, 이대목동병원 등 대학병원은 소아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전국에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수준으로 보고된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조차 의료진 부족으로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도 소청과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필수의료과에서는 의료사고나 환자의 치료 결과에 따른 의료소송 부담이 큰 편이다.

A개원의는 "명백한 고의가 없는 의료행위는 형사 처벌 면제, 불가항력적 손상에 대한 배상을 의사가 떠안게 하지 않으며 소아 진료 수가와 경환 보험 본인부담금 비율만 조율해도 소청과에 손을 들 학생들은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소청과의 위기 상황이 알려지자 '소청과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글들은 공통적으로 소청과 의사들의 '감정 노동'이 심하다고 언급한다.
 
익명의 인터넷 사연 캡쳐

감정노동이란 실제 느끼는 감정은 통제하고 고객에게 맞춰 응대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은 평균 70.03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정신건강의학과(75.8점), 재활의학과(73.3점)에 이어 소아청소년과(72.3점)가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는 병원 존립의 근간이고, 의사의 감정노동은 의사 개인 뿐만 아니라 진료 받는 환자, 속한 병원, 더 나아가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의사의 감정노동은 반드시 관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소아 진료를 볼 의사는 많다', '아동병원을 활용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반응에 한 익명의 소청과 의사는 일침을 가했다.

소청과에는 감염, 내분비, 소화기영양, 신경, 신장, 알레르기 및 호흡기, 혈액종양, 신생아, 심장 등 9개 세부·분과가 있다.

익명의 의사는 "감기 진료는 10년 뒤에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숙아를 낳았을 때 그 아이를 살릴 의사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때 전문성을 가진 세부전문의는 없다. 기침약 처방은 아무나 해도 중환자실을 지켜줄 의사는 없을 것이며, 팔 부러진 아이는 어떡해든 고치겠지만 사고로 중증 외상을 입은 소아를 볼 수 있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요와 공급을 운운하기에 시간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3차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과 중증도 중심의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과 지원 장려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 인력 부족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과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학회는 전공의가 적어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 전환되려면 이에 상응하는 인건비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난도, 중증 입원진료의 인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시범사업으로 인건비의 50% 긴급지원을 제시했다.

아울러 현행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인건비 보전율은 35%로 가산 지원이 필요하며, 소아청소년 입원 환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병원 평가 및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 환자안전 평가점수에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및 응급전담전문의 운영점수 가산을 요청했다.

필수진료 유지의 가장 근간이 되는 1차 진료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저출산과 코로나로 인한 진료량 감소 40%에 대한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학회는 구체적으로 환자수 기준의 대량 진료에 의한 보전이 아닌 연령 가산과 관리, 중재 상담료 산정으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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