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행정 부담'과 '초고가약'‥'위험분담제' 제대로 활용하는 법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는 초고가약 등 불확실성 매우 큰 경우에만 적용
'허가-평가-가격협상의 연계' 시, 평가 소요 시간 대폭 단축 예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15 11:5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3년 12월,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 및 급여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위험분담제도'가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위험분담제는 표시 가격과 실제 가격의 이중 가격 구조로 약가의 투명성이 저하된다. 또한 계약 만료 시점에서 재평가 결과에 따라 비급여로 결정될 경우 환자의 반발 등 사회적 부담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위험분담제는 환급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경우 실제 가격에 따라 환자본인부담금을 환급해야 하는 등 위험분담 사후관리로 인한 행정 부담이 증가한다.

더불어 최근 등장한 '초고가 신약'들을 주목해야 한다.

초고가 신약 상당수는 생존기간 개선 효과 등을 입증하기엔 아직 자료가 미성숙한 상태로, 대조군 없이 단일군 시험설계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다.

이에 반해 이들의 약값은 매우 높은데,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의 비용 또한 매우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질병의 중증도, 대체 가능한 치료법의 유무, 잠재적 치료 효과를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급여 결정을 미루는 것도 쉽지 않다. 

일부 국가에서는 관리된 접근(managed access)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추가 정보 수집을 의사결정의 일부로 포함하기도 하나, 국내에서는 성과기반 위험분담제의 실시 경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험분담 적용 대상에 대한 신중한 확대 및 불확실성 관리, 제약사가 제출한 위험분담유형 외 필요 시 보험자가 유형 추가, 행정 부담 경감 등을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위험분담제도의 성과평가 및 발전 방향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위험분담제도는 경제성평가에 근거한 기존 일반 등재 제도와는 구분된다.

우리나라 신약 접근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지 않기 때문에, 연구팀은 기존 제도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분담제도의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연구팀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가 아닌 경우 보건의료 필요도 등을 고려하는 현재의 규정대로 운영하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 근거 생산 조건으로 위험분담제 적용 또는 근거생산 조건 별도기금 활용을 제시했다. 단, 이는 건강보험과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

아울러 제약사가 제안하는 위험분담 유형 외에도 평가 및 협상 과정에서 보험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새로운 유형을 추가하는 것도 대안이다. 상대적으로 행정부담이 적은 재정기반 위험분담제 중심으로 운영하되,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는 초고가약 등 불확실성이 매우 큰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위험분담 적용 여부 및 적용 유형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초기부터 공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 시 새로운 유형을 제안해야 한다. 고가약일수록 임상적/재정적 불확실성이 커진다. 협상에 임하는 공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자단체와 국민들에게 협상은 제약사와 공단 모두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험분담 계약 종료 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는 위험분담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는 방법이 있다. 계약이 종료되면 제약사가 기존 환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한다는 문구다. 다만 이 경우 위험분담 약제 사용 전에 환자 및 보호자에게 사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당 연간 소요 비용 1천만 원 이상 고가약 중 1천만 원~5천만 원 사이의 고가약이 재정 지출 비중이 크고 부담이 증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 약제에 대한 관리 전략이 중요해진 상태다.

위험분담 유형별 장단점을 비교하면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데는 재정기반협약이 유효했다. 성과기반협약은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성과기반협약의 경우 관리 운영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제한점이 있어, 일정 기간 내 불확실성이 해소 가능한지, 자료수집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 성과지표가 있는지 등을 살펴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연구팀은 위험분담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에 따라 적용하는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예를 들어 임상적 불확실성 해소가 일차적 목표라면 성과기반 위험분담 방식, 그 중에서도 근거생산(Coverage with Evidence Development, CED)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재정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면 환급, 혹은 총액 제한형 같은 재정기반 위험분담방식이 낫다.

장기 편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면서 최대 5년 이내에 불확실성 해소가 가능한 경우는 재정기반 접근법과 함께 CED를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 

성과 연계 지불은 개인별로 성공과 실패를 명료하게 판정해야 하므로 사용가능한 성과지표가 제한적일 수 있다.

5년 이내에 불확실성 해소가 어려운 경우 성과기반보다 재정기반 위험분담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권고됐다.

불확실성이 큰 초고가약에 대해 '별도기금' 조성도 꾸준히 나오는 의견이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별도기금에 대해 찬반이 나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건강보험재정과는 별개로 기금 조성 검토를 요구했다.

최근 등재되는 신약의 경우 경제성평가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로 진입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경평생략 약제는 임상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고, 경제성평가를 생략했으므로 비용-효과성 역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평생략은 비밀 가격 협상 등으로 신뢰도가 낮은 제외국 가격을 참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경평생략을 적용하는 기준 개선 차원에서 '현행 치료법에 비해 환자의 생존 기간이나 삶의 질의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음' 혹은 '상당한 정도의 임상적 편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반대로 '재정영향이 일정 규모 이상인 약제'는 경평생략 조건에서 제외하거나 경제성평가 상세 계획을 사전에 제출해 검토 혹은 재평가하도록 했다.

초고가약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등재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허가-평가-가격협상의 연계'가 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약들에 대해 허가와 급여 평가를 동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만료되기 전에 급여결정신청을 하고 평가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연구팀은 "건보공단의 가격협상팀이 급여적정성 평가과정에 긴밀하게 관여하고,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가격협상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급여평가와 가격협상의 과정도 일부 동시 진행한다면 기간 단축 효과는 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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