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올해 첫 약평위 상정될까‥'실질적 2GDP' 적용 기대

복지부,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예고‥그동안 ICER 최고값 5000만 원 수준
10년 전 GDP 참조, 해외에 비해 월등히 낮아‥실질적 2GDP 6000만 원 기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0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오는 11일 올해 첫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이 약평위에 한국다이이찌산쿄·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상정돼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엔허투의 1월 약평위 상정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여기에 더 나아가 오 과장은 "엔허투가 생존기간의 상당 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보였기 때문에, 혁신신약 적정가치 인정 방안 제도 시행 전이라도 '탄력 ICER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신약 엔허투가 약평위에 상정될 시, 최초로 5000만 원 이상의 ICER가 적용될지 주목되고 있다.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는 효과가 개선된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판단 기준으로, 비교 대안에 비해 신약의 증가된 효과 혹은 효용 한 단위 당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ICER는 특정 임계값과 비교해 그 이하일 경우 신약이 비교 대안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명시적인 임계값은 사용하지 않으며,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혁신성 등을 고려한 기존 심의 결과를 참조해 탄력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정부가 혁신신약에 대한 적정가치를 인정해주는 약가제도 방안을 발표하면서, ICER 탄력 적용은 제약업계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혁신신약 가치 인정 방안은 얼마 전 국무총리 주재로 발족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 주요 안건인 '바이오헬스분야 킬러규제 철폐 방안'의 일환이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세 가지 혁신성 인정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의 경우 탄력적으로 ICER 임계값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혁신성이 인정된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의지를 범정부 차원에서 표명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신약의 기준 요건은 ①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②생존기간의 상당 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③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GIFT) 또는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다.

이 세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하면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데, 엔허투는 전부 부합한다.

혁신신약 약가 우대 방안에서 이전과 같이 기존 약제 대비 가중치 반영 등의 방법이 아닌 ICER 임계값이 고려된 것은, 엔허투와 같은 신약들이 겪고 있는 현행 경제성평가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엔허투는 말기 유방암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mPFS) 28.8개월, 1세대 ADC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사망위험 67% 감소라는 뛰어난 데이터를 보여줬다.

하지만 기존 약제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PFS로 인해 예상되는 투약량과 이에 따른 약제비도 증가하면서, 엔허투는 비용효과성 입증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결과적으로 생존 연장 정도가 크면 클수록, 환자를 오래 살리면 살릴수록 비용효과성은 떨어지는 현행 경제성평가의 한계를 엔허투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엔허투의 상황을 놓고 제약업계에서는 이전부터 꾸준히 요구해 왔던 '탄력적 ICER' 적용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2GDP'를 반영해 ICER값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ICER 임계값을 보통의 신약보다 2배 많은 범위인 GDP 5000만 원(2GDP, 1인당 GDP의 2배) 수준까지 탄력 적용 중이다.

그동안 ICER 임계값이 5000만 원으로 한정돼 왔던 것은 2013년도 기준의 1인당 GDP 2500만 원 수준을 참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이미 3000만 원을 넘어선 상태로, 이렇게 되면 ICER 임계값이 6000만 원으로 커져야 하는 것이 맞다. 제약업계는 10년 전 기준에서 벗어나 ICER 임계값 또한 상향돼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ICER 임계값 범위가 2500만 원~5000만 원 수준이라면, 해외는 5000만 원~1억 원 등으로 훨씬 높은 기준을 정해 신약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GDP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약업계는 충분한 데이터를 보여준 혁신 신약에 대해 ICER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면 환자의 접근성 확대 뿐만 아니라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까지 독려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엔허투를 비롯해 앞으로도 의과학의 발전에 따라 생존기간을 월등히 늘린 약제는 계속 등장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과거의 GDP 수준에 묶여 ICER가 낮게 적용된다면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에 신약 도입을 포기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약평위에서 엔허투가 혁신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실질적 2GDP'가 반영돼 6000만 원 이상의 ICER를 인정받는 첫 사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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