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박 비대위원장 입지 훼손이 전공의·의대생 대표성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나, 정작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선 '오히려 의견수렴이 원활해질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비대위원장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사태 초기부터 대전협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공의와 의대생 단일대오를 끌어왔지만, 김택우 집행부 출범 이후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미필 전공의 피해 문제가 더해졌고, 의대생 복귀 시한을 앞두고 강압적 단일대오를 주문한 '팔 한 짝 내놓을 각오'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 의협 상임이사회에선 해당 발언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선 '불신임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언급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김택우 회장이 결단하지 못하고, 박단 부회장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수 직역에서도 불편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회의에서 불신임이 언급된 건 맞지만, 지난 집행부가 탄핵된지 일년도 되지 않았다. 불신임까지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단 부회장 입지가 흔들리면 전공의·의대생 대표성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직 전공의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실각할 경우 오히려 의견 제시와 수렴이 원활해질 것이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화에 나서지 않는 박 비대위원장을 직격한 채동영 의협 전 공보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채 전 공보이사는 박 비대위원장이 안팎 비판에 입지를 잃을 경우 전공의 의견수렴은 오히려 원활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진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공의와 의대생 소통을 돕기 보단 방해해왔다는 이유다.
그는 "익명 인터뷰가 나가면 의심되는 사람에게 연락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의견 피력을 방해해온 것으로 안다"며 "입지가 흔들리면 대표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활한 의견수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가 주도하는 지도부 목소리로만 운영되는 게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수렴은 물론 여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 사직 전공의는 "지난달부터 7대 요구안만을 고집해야 하는지, 원하는 건 명확한데 협상 없이 누워만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며 "지난해라면 반대와 비판 일색에 내려갔을 게시글이 최근엔 찬반이 반반 정도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B 사직 전공의 역시 전공의 의견은 박 비대위원장이 대표성 유지를 위해 제동을 걸어둔 것이지 없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따라서 박 비대위원장이 대표성을 상실하면 자연스럽게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B 사직 전공의는 "박단 비대위원장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개개인마다 다른 엔드포인트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 상징성 있는 대표성을 유지했다. 이를 위해 의문 제기도 전체투표도 부정하며 소수의견 여론화를 제지했다"며 "제동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시도될 거고, 대체할 리더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협상 골든타임은 지났다. 미필 전공의 입영 대기부터, 입영 전공의 일부는 파병까지 예정돼 있다고 한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나오긴 어렵겠지만, 더 최악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합의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A 사직 전공의 역시 지금까지 전공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짚으며 박 비대위원장이 없으면 전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협이든 대전협 다른 인물이든 상향식 의견수렴으로 목소리를 듣고 모으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박단 비대위원장이 없다고 의견수렴이 안 되지 않는다. 돌아보면 오히려 지금까지 상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면서 "의견을 모으는 집단은 의협이 할 수도, 대전협에서 다른 인물이 맡아서 할 수도 있다. 역량도 의견을 모을 네트워크도 충분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공의 사회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는 건 박단 비대위원장 신뢰도가 낮아진 것도 있지만, 전공의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기 시작한 변화도 작용한 것"이라며 "박단 식 고집이나 강경한 모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실리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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