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2020년 의정갈등 한 축이었던 공공의대 설립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의료계에선 정치권이 공공의대를 추진할 경우 갈등 재현 여부는 '면허 분리'에 달렸단 평가가 나온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김윤·남인순·백혜련·서영석·소병훈·이수진·장종태·전진숙·천준호 의원은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론법안인 공공의대법 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5일엔 박희승 의원과 전북도의원·남원시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17일엔 전북 국회의원회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의대법 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대정원 확대와는 선을 긋고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전라권 공공의대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서남대 폐교로 인한 의대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필수·지역의료'를 담당할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선 의대정원 확대와 연계된 공공의료사관학교도 구상 중이다.
앞서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대선 공약 TF 총괄팀장)은 최근 복지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 수 충원이 필요할 경우 방법론으로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언급했다. 향후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분야·지역별 의사 부족이란 결과가 나온다면, 방법론으로서 공공의료사관학교를 고려 중인 것이다. 개념은 기존 공공의대와 같지만, 일반 의료인과는 양성체계도 근무영역도 별개로 간다는 점을 강조한 방식이다.
지난해처럼 기준 없는 전국적 의대 증원으로 낙수효과에 기대거나, 기대치에 대한 편차가 큰 수가 정상화에 기대하는 방식보단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만큼' 확보한다면 과잉경쟁 등 의료계 일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필요한 부분에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식으로는 명확한 면허 분리나 실질적 면허 분리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이 거론된다.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공공의대란 의료인력 확충 방식엔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면허 분리가 없는 특정 분야 의료인력 양성 방식은 이미 장기군의관제도를 통해 효용성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징계를 받는 경우를 들었다. 공무원 신분엔 문제가 생기지만, 면허는 제도 혜택을 받은 일정 비용만 내면 그대로 남는다는 것. 의대에 가지 않고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하나의 루트가 될 뿐이란 지적이다.
조 위원장은 결국 명확한 면허 분리 없인 '공공의료에 남아줄 것'이란 기대에 불과하다고 봤다. 따라서 공공의대를 추진한다면 명확한 면허 분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의료에서만 사용 가능한 면허를 만들고, 영역을 벗어나면 의료행위를 못하도록 하면 의료계도 반발할 이유가 없단 설명이다.
앞서 조 위원장은 2년 전 바른의료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공공의사면허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인력을 위한 의료면허를 만들어 국립·시립병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공공보건의료법에 명시된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교육은 기존 의대에 위탁교육 방식으로 진행하며, ROTC처럼 방학 기간에 공공의료를 위한 추가교육 예과 과정을 수료한 뒤 본과 위탁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면허를 분리하고 사관학교란 방향성대로 만들어낸다면 그들이 얘기하는 공공의료 부족을 채울텐데, 국가가 지원하고 정원을 증감하는 데 있어 의료계가 반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사직전공의 역시 면허 분리가 된다면 이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면허를 지역으로 구분할지, 민간과 공공이란 영역으로 구분해 민간 의료기관 취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할지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법·제도적으로도 여러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란 시각이다.
따라서 면허 분리가 어렵다면 적어도 실질적으론 면허 분리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합리적 관리 방안과 민간 영역 진출 통제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이 같은 방안이 의료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정도로 마련된다면 과거와 같은 갈등이 재발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공공의대 선발 과정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공의 동료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과거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를 반대한 이유도 선발 과정에 시민단체 추천 몫이 포함되는 등 공정성 훼손을 꼽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련의 과정에서 의료계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공공의대를 비롯한 인력 정책에 계속 반대하다 마주한 게 의대정원을 2000명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비과학적 정책인 만큼, 대안 없는 반대는 또 다른 갈등만 낳을 것이란 시각이다.
그는 "면허 분리가 이상적이긴 하나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공공의대를 계속 반대하다 나온 게 2000명을 늘려 낙수효과로 부족한 분야에 내리는 정책이었다. 면허 분리에 준하는 합리적 방안이 마련된다면 마냥 반대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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