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법무법인(유) LKB 김강대 대표변호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최복준 정책실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사노조 설립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전공의 등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단체투쟁 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법적 보호 아래 집단적 협상력을 갖춘 의사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전국 단위의 조직화된 노조를 통해 전공의, 봉직의, 의대 교수 등 다양한 의사 직역의 권익을 보호하고 실효성 있는 대정부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의료정책연구원 공동 주최로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한 '2025년 제1회 의사노조 정책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5년 전 의약분업 사태가 발발했을 때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10여명의 교수와 공직자가 모여 전국병원의사협의회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사노조 결성이었다. 이에 노조의 전 단계로 병원의사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의협의 산하 단체로서 성장해 온지 20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자생적 의사노조 1호인 동남권 원자력병원 의사 노조가 만들어지고 다음해 중앙보훈병원 의사노조가 만들어지게 됐다. 앞장선 활동가, 노조 위원장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대학병원 최초로 아주대병원 의사 노조가 천신만고 끝에 설립됐다"며 의사노조 결성을 위한 오랜 시간의 노력에 대해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의사들의 상황은 매우 안 좋다. 전공의 수련의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의대생들은 2년 동안 학업을 쉬고 있다. 전쟁통과 같다"며 "앞장서 투쟁하는 의대생들과 전공의 선생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는 의사들이 뭉쳐야 한다. 합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노조를 만들어서 뭉쳐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의사노조가 희망이다"라고 강조했다.
주신구 회장은 "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노조로 가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매년 이 행사를 할 것이며 5년 내로 의사노조원 1만명, 10년 내로 의사노조원 10만명을 만들어 보자. 전문가로서 자존심을 세우고도 국민들한테 박수받는 의사들이 돼 보자"고 피력했다.
이어 주제 발표에서도 의사노조 결성에 대한 요구는 계속됐다.
법무법인(유) LKB 김강대 대표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의료상황과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발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의료사태와 관련해서 대정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의사노동조합 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노조 결성은 집단의 힘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의 단체 행동이 노동조합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면 노동조합법상 필수 유지 업무 방해 금지 조항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며 "노동조합법 제42조의2에는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의행위의 제한'이라고 해서 병원 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응급실 진료행위 등을 필수 유지 업무로 보고 이러한 필수 유지 업무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법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러한 규정은 노동조합법의 적용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저항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악용되고 있는 실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강대 대표변호사는 "정부의 이러한 과조한 개입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의사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노동조합법에 따른 교섭과 쟁의 행위라는 틀에서 정부가 합법적인 투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 투쟁 방식의 한계점에 대해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별도 선거를 통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단체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점 ▲집행부의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한 점 ▲대한의사협회의 2000년, 2020년 두 차례 조기 파업을 이뤄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는 점 등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 단위 의사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의사 노동권의 법률적 조직화와 ▲개원의 비율이 점차 축소돼 70%가 피고용인의 신분인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거대화와 거대 자본화에 대항할 필요가 있고 ▲전체 의사들의 권익 보호와 실효성 있는 대정부 협상을 위해서라도 일부 병원이나 의과대학의 의사노조 단체가 아닌 봉직의, 의대교수, 전공의 모두를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의사노동조합 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의료상황은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로 의해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의료인 평균 노동시간은 한국 노동자 평균보다 길 정도로 장시간 근로에 노출돼 있는 만큼봉직의, 전공의, 임상전임교원들 등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근로조건 사각지대에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 전공의 노동조합의 실질화와 진료·연구·교육의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도 돈벌이를 강요받는 의대 교수들의 처우 강화를 위해 대학별 의과대학 교수 노조 설립을 장려하고 대학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연가보상비 또는 연차 휴가 수당 등의 실질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진행된 '대한민국 의사노조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현황발표에 나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김재현 의사노조 위원장, 아주대의대 노재성 교수노조 위원장, 중앙보훈병원 주인숙 의사노조 위원장, 인재대의대 김대경 교수노조 위원장도 현실적인 노조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전국 단위 의사노조 설립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마지막 패널로 참석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최복준 정책실장은 "발제자가 지적했던 저수가 같은 경우 정부가 병의원에 지불하는 진료비 단가가 낮다는 뜻이 될 텐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확충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면 보장 항목과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지불 수가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장기 요양을 포함해서 총 보험률이 약 19%에 달했다. 그 수익의 19%를 낸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한국은 8%다. 이러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는 기업도 반을 부담하고 있다. 직장에서 자기 부담금 50%, 기업이 50%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기업들,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또 실손보험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숨어 있다"고 짚었다.
최복준 정책실장은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조합원의 경제적인 요구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익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여론 조사를 보면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인식도가 민주노총 산하에서도 가장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는 노조의 사회적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면서 경제투쟁 또한 사회적 투쟁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됐고 이것이 바로 국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보험납부자를 설득하는 노조의 정당성은 바로 공익성에서 출발이 돼야 하며 임금이나 노동시간, 안전의 문제가 개인의 생계문제뿐만 아니라 분배구조와 총 노동생산성의 문제이자 경제사회 구조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사노조 설립이 사회적 연대와 공익성에 기반한다면 우리 노조는 당연히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만약 의사노조가 어떤 하나의 직역의 이익에만 골몰한다면 결국에는 다른 직역에 있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어디를 향해 같이 갈 것인가를 같이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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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14시간 전
엄청난 구린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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