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치료보다 중요한 건 약물 상호작용 관리"

[인터뷰] 피오나 마라 영국 리버풀대학교 교수 
약물 상호작용 여부 알려주는 HEP Checker 개발
"스타틴 계열 복용 시 용량 변경 또는 중단 여부 알려줘"  
"한국서도 HEP Checker 널리 사용되길…플랫폼 무료 유지"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5-27 11:56

피오나 마라 영국 리버풀대학교 교수 및 임상약리학부 의료 책임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올해부터 C형간염 국가검진이 국내 시행된다. 국가건강검진 시 검진년도 기준 56세에 해당하는 사람은 생애 1회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C형간염은 경구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의 등장으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됐지만, 중요성은 여전히 부각된다.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은 만성 바이러스 간염을 일으키는 두 번째 흔한 원인인데다 간암 발생 원인의 약 1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C형간염에서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건 약물 상호작용(DDI)이 꼽힌다. 국내 C형간염 환자 약 80%는 고령 환자(50~80대)로 분류되는데, 대부분 고혈압, 간경변증,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감염병 분야 약물 상호작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약물 상호작용 검토 프로그램 'HEP Drug Interaction Checker(이하 HEP Checker)'의 개발자인 영국 리버풀대학교 피오나 마라(Fiona Marra) 교수 및 임상약리학부 의료 책임자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동안 국내 여러 병원에서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약물 상호작용 관리 중요성을 설파한 그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맞춰 한국에서도 HEP Checker가 유용하게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HEP Checker는 주로 항바이러스 치료 약물의 상호작용 검토를 위해 개발된 웹사이트다.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HEP Checker는 약물 상호작용을 네 가지 색상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빨강색은 금기, 주황색은 낮은 상호작용 가능성, 노란색은 잠재적 상호작용 가능성, 초록색은 병용가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DAA와 스타틴 계열 약물 간 상호작용 여부를 그 종류(로수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등)에 따라 색깔로써 판별해주는 식이다.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은 DAA와 상호작용 가능성이 높아 경우에 따라 용량 조절이나 약물 중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병용이 금기되는 약물로 뇌전증 치료제, 그중에서도 효소 유도형 항간질제(antiepileptics) 등을 꼽았다.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페니토인(phenytoin),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라 교수는 "이들 약물은 강력한 효소 유도 작용을 통해 C형간염 DAA의 대사를 촉진시키며, 결과적으로 체내 DAA 농도를 현저히 감소시켜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처방에 있어서는 환자 개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임상적 판단이 필수적이라 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약물 상호작용 자체에 대한 정보만 제공될 뿐, 실제 환자의 연령, 간·신장 기능, 동반 질환, 병용 약물 등 개별적인 임상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제공된 정보를 환자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건 전적으로 의료진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엡클루사'와 '마비렛'에 대한 검색 빈도나 선호도와 같은 처방을 유도하는 식의 정보 제공은 없다고 했다. 엡클루사나 마비렛은 글로벌 C형간염 치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제들이다. 

마라 교수는 "어떤 약제가 녹색(상호작용 없음 또는 임상적 영향 없음) 약물 조합 비율이 높은지 여부만 제공할 뿐,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학 소속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어 특정 제품이 더 많이 검색됐는지에 대한 통계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라 교수는 향후에도 HEP Checker를 무료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C형간염에 대한 국가검진이 도입된 만큼 국내 임상현장에서의 필수 도구가 됐지만, 의료진 접근성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유료화할 경우, 정작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진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별도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사용자에게는 항상 무료로 제공한다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EP Drug Interaction Checker에서 (왼쪽)엡클루사, (오른쪽)마비렛의 상호작용 특성 색상 비율표. 
마지막으로 피오나 교수는 HEP Checker의 향후 청사진도 공개했다. 단순히 C형간염 치료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간질환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의료진에게 인사이트를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마라 교수는 "간염 치료제뿐만 아니라 B형간염, 간암 치료제 등 간 질환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AI 모델 기반 예측 기능도 고려 중"이라며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 지원 확대를 통해 세계 어느 의료진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C형간염에 있어서도 그는 "현재 기준 약 1100여 개 약제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달 새로운 약물을 점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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