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교육원' 설립 필요성 제기…혼란·실효성 우려도

13일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서 전공의 수련제도 토론 진행 
전문가들, 수련환경 변화 따른 현장 혼란 우려도…실효성 담보한 설계 필요
대한의학회, 전공의 교육과정 연구 및 개발 등 양질의 전공의 교육에 힘쓸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6-13 17:27

(왼쪽부터)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 김범석 연세의대 교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교육이사, 대한영상의학회 이제희 수련교육이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공의 수련의 질적 향상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전공의 수련교육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설화된 전공의 수련기구 설립에 공감하면서도 수련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될 경우의 현장 혼란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3일 플렌티컨벤션에서 개최된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제1세션으로 진행된 전공의 수련 패널토론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 수련교육원 제안'을 발제로 "그동안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학회 수련이사들, 수련위원회 여러 위원들과 수련교육 운영과 실행을 위해 본인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사안이 발생될 때마다 과제 수행 개념의 위원회나 TF를 구성해 운영하고 과제가 종료되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식과 경험의 축적과 연계성, 전문성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이에 양질의 전공의 수련 교육을 위한 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가능한 기능을 하는 상설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상설화된 전문 기구인 '전공의 수련원' 설립을 통해 ▲전공의 교육과정 연구 및 개발 ▲수련 평가 ▲지도 전문의 역량 개발 ▲교육 연수 ▲수련기관 평가 및 인증 등 5가지 기능을 포함해 양질의 전공의 교육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전공의 수련교육원'이 설립될 경우의 기대효과, 보완점, 우려사항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수련평가를 통해 전공의 수련이 진행될 경우 얼마나 역량이 향상됐든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급격한 수련환경 변화로 인해 수련 전문의가 현장에서 겪을 혼란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범석 연세의대 교수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관점을 바꿔야 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전공의 교육 2.0 시대를 맞이해야 될 것 같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피교육자 신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고 전공의 수련에 대한 역량 평가도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될 것 같다. 이러한 수련평가를 통해 4년이나 3년에 대한 수련을 한번의 전문의 필기시험 하나로 평가하던 단점을 개선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급진적으로 수련환경이 변화했을 때 전공의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들도 이에 적응하고 역량을 얼마나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에서 우려된다고 짚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교육이사는 기존 수련과정인 3년 또는 4년을 마치고 나서 전문의 시험만 보면 됐기 때문에 수련평가를 매년 진행할 경우 전공의들 사이에서 또다른 유급제도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충분히 시행 취지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이 단축 추세가 수련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점도 내놨다.  

윤 교수는 "수련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과가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근무시간도 주 80시간에서 주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도 24시간으로 단축되는 추세라면 임상에서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수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줄어드는 전공의 근무시간 동안 수련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전문역량을 기르기 위해 꼭 필요한 수련에 대해서는 배우고 나갈 수 있도록 전문 학회, 대한의학회, 보건복지부 등이 함께 고민하면서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 및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이제희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 수련 교육원이 생기고 이를 통해 교육이 진행된다고 하면 재정이나 업무, 교육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저수가 환경, 수련 교육에 대한 비용을 전적으로 수련 기관에서 부담하는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ACGME, 영국의 GMC, 캐나다의 RCPSC 등 다른 나라의 수련 제도를 표방하고 받아들이기 보다 한국 실정에 맞게 KACGME을 만드는 것이 실효적"이라는 관점도 내놨다. 

특히 수련 지도 전문의가 근무시간 중 절반이나 일정 비율을 할애해 교육지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고민들을 반영해서 수련교육프로그램 및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진 청중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현재의 전공의 수련 시 어려운 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제안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의 제1세션에서 진행된 전공의 수련 관련 패널토론 전경. 사진=김원정 기자
20년 이상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한 교수는 "전공의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Bedside Teaching(병동임상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 그래서 같은 교수지만 같은 과 내에서도 0에서 약 100까지 가르치는 범위나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적어도 Bedside Teaching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교육 가이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청중은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표준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잘못 전달될 경우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왜냐하면 술기 위주로 돼 있는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내과 위주로 돼 있는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수련프로그램 구성이 아닌 작은 수련병원에서도 가능한 수련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토론의 좌장인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은 누구를 탈락시키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역량을 달성하기 위한 평가"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전공의 수련 교육원은 외부 간섭으로부터 독립해 전공의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 좌장을 맡은 이강영 대한외과과학회 이사장은 패널토론을 마무리하며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수련 교육원을 통해 지금 해야 될 일 중에 하나로 수련 프로그램 인증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수련을 시킬 만한 자격에서 미흡한 병원에도 기존에는 전공의 정원을 배정했다면 앞으로는 수련 프로그램 인증을 강화해서 전공의 수련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기관에만 전공의들이 배정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보기

"수련엔 설계도, 지역의료엔 현실 필요"‥의학회, 해법 제시

"수련엔 설계도, 지역의료엔 현실 필요"‥의학회, 해법 제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대생·전공의 공백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공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현장에선 더 늦기 전에 정책적 브레이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의학회는 학술대회를 통해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오는 13일 열리는 '2025년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9일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의학회

이달 전공의 근무 단축 시행…일각선 의료공백·수련 악화 우려

이달 전공의 근무 단축 시행…일각선 의료공백·수련 악화 우려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이달부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병원 진료 현장에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근무시간 단축이 수련시간 부족으로 이어져 전공의 전문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간호계 일각에서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의사 부족에 환자 불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까지 진행되면 간호사 업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참여기관 모집 공모 결과 상급종합병원 47개, 종합병원 22개를 합쳐 총 69

조규홍 장관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 의견 듣는 기회 필요"

조규홍 장관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 의견 듣는 기회 필요"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전공의 의견 개진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조규홍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99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의료개혁을 위해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現) 의료개혁특위에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 예산에 반영된 과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정된 과제는 차질없이 이행하겠다. 그리고 발표한 과제 중 구체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