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메디파나 기자2025-06-19 05:50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 기대가 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개혁은 동력을 잃고 미완성으로 멈출 위기에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하지 않은 채 출범해 의료계의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다양한 정책과제를 발굴해 1,2차 실행방안을 제시하는 성과를 이뤄다. 

다수 정책과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오랫동안 숙제로 여겼던 문제들이라 이재명 정부가 정책 리모델링을 통해 의료개혁 과제를 연속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되 대통령 및 여당의 정책 기조를 반영해 개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료특위)는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위원장과 민간위원 20명, 중앙행정기관장 6명으로 구성됐다. 산하에 의료인력, 전달체계·지역의료, 필수의료·공정보상, 의료사고안전망 4개 전문위원회를 뒀다. 아쉽게도 의료특위는 2000명 의대증원이 결정된 이후 설치됐고 의대 정원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 의정갈등 해결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의료특위 위원장이 전직 관료 출신이고 의료계가 소극적으로 참여해 의료현장의 다양한 의견수렴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의미 있는 결과도 있었다. 1차 실행방안에 포함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과 2차 실행방안에 포함된 2차병원 지원책, 비급여 관리, 의료사고안전망 강화 방안 등은 의료전달체계와 지역·필수의료 해결에 필요한 선결과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도 없이 의료개혁 과제 시범사업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정이라는 명분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의료대란 수습이나 시범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시급한 과제는 의료개혁보다 1년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2000명 의대증원 강행으로 무너진 의대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전공의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의대증원 의사결정 및 추진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2000명 숫자의 정책결정 과정을 명확히 밝혀 책임자를 문책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향후 깜깜이 정책결정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이전 정부의 정책실패를 수습한 후에 그간 의료특위가 제안한 의료개혁 과제를 검토해 이어갈 정책과 변경 또는 폐기할 정책을 선별하는 것이 순서다. 이 역할을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가 담당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국민참여형 의료개혁공론화위원회로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하고 각 과제별 실무위원회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결정된 사항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면 된다. 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과제는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신설, 공공의료사관학교 도입, 비대면 진료 제도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정책들과 이전 정부의 의료특위가 실행방안으로 발표한 과제 중 이어갈 정책들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 등 이미 시범사업으로 이행되고 있는 과제들은 일방적으로 조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어 외부평가를 통해 실효성을 점검하고 계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의료개혁 과제는 우리 사회 여러 분야와 연관되기에 의료계 관점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환자와 병원 이용자 중심의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그래서 의료계, 학계,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 여러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합리적 논의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은 의료개혁을 위해 혁신이 필요한 시간이다. 단순히 열심히 해서 성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관성에 따라 수행하던 기존 업무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반쪽짜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정책과제일수록 충분한 숙의가 수반돼야 하고, 국민 이익을 기준으로 최종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국민과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과 정무감각을 갖춰야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개방형 의사소통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의료인 의견에 귀 기울여야 진짜 의료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기고]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보건학박사
-미국 하버드대 박사후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 방문교수
-서울시 서울의료원 비상임이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평가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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