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어느 한 제약사의 CSR 수령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6-23 06:00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신약 개발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임상 디자인 설계 문제로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과거보다 임상시험 성공률이 올라갔다지만, 여전히 신약으로 허가받는 경우는 드물다.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및 임상시험 서비스(CRO)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임상 연구개발 프로그램이 1상 임상시험에서 승인에 이르기까지 성공할 가능성은 7%다.

3상 임상 성공률이 59%로 개선된 덕분이다. 여전히 1상 성공률은 47%, 2상은 25%로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다. 

이 가운데 국내 신약개발 한 업체로부터 최근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기사 제목에 임상 '실패'라는 말을 쓰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업체는 지난주 임상 2b상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linical Study Report, CSR)를 수령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1차 유효성 평가변수에서 위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해당 후보물질이 임상적으로 위약군 대비 실제 의미 있는 약효를 보인 표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임상시험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 이분법적으로 두고 본다면, 실패가 맞다. 

그럼에도 실패란 단어는 쓰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보다 모호한 표현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결국 업체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기자 역시 기사 제목을 톤다운 했다. 주주나 주가 악영향 같은 말 보다도 병용요법을 통해 후속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회사 입장이 결정적이었다. 

후보물질에서 유효성은 일부 입증됐으니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있는 파트너사를 섭외하고 후속 임상을 이어가겠다는 게 회사 계획이라는 것이다. 

순간 회사는 임상을 포기한 것이 아닌데 내가 실패라 규정짓는 건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포기하는 순간이 진짜 실패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임상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해당 제약사에게는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임상 포기가 아닌 재도전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한 번 겪었으니 다음 임상에서는 더욱 촘촘하게 설계를 해 원하는 결과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발명왕이었던 토머스 에디슨의 말로 갈음한다.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듯 그는 셀 수 없는 실패 끝에 발명가로 성공을 거뒀다.

"우리의 최대의 약점은 포기다.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든지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이다.(Our greatest weakness lies in giving up. The most certain way to succeed is always to try just one mor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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