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에 막힌 뇌전증 치료‥국내 제약사가 돌파구로

'저가 일변도' 정책에 글로벌 신약 잇단 철수‥"급여제도, 환자 치료권 놓쳐"
글로벌 신약 떠난 자리, 국내 제약사 제네릭·신약이 치료 공백 메워
"신약은 생명선인데 쓸 수가 없다"…현장은 외면한 급여 심사 구조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26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는 한동안 '정체' 그 자체였다. 글로벌 신약이 비급여 상태로 방치되거나, 약가 협상 실패로 결국 국내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일선 의사들은 이 같은 '코리아 패싱'의 책임이 정부의 무조건적인 '저가 약가 정책'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제네릭과 신약이 잇따라 출시를 앞두며, 그나마 숨통이 트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외면받았던 한국 시장에 국내 개발 약물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에 해당한다. 이들에게 신약은 생존과 직결되지만 현재 국내 시장엔 이들을 위한 급여 약이 거의 없다.

대한뇌전증학회 구대림 총무이사(서울보라매병원 신경과)는 "뇌전증 환자에게 신약은 생존과 직결된 치료 수단이지만 약가와 급여 심사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거의 배제돼 있다"며 "그 결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외면하는 코리아 패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 사례가 UCB제약의 '빔팻(라코사미드)'과 '브리비액트(브리바라세탐)'이다. 두 약 모두 차세대 뇌전증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부와의 약가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빔팻은 급여 등재를 받지 못해 비급여로만 처방됐고 결국 2018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브리비액트는 국내 허가까지 받았지만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이같은 공백은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제네릭으로 일부 메워지고 있다. 

2017년 SK케미칼이 '빔스크정'을 출시해 급여 등재에 성공했고,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빔팻의 철수는 그 이듬해였다.

브리바라세탐도 명인제약이 '부리팜정'을 개발 중이며, 올해 4분기 허가 이후 내년 2월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발매가 예정돼 있다. 해당 제네릭은 16세 이상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 발작치료의 부가요법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브리비액트가 제때 국내에 도입됐다면 약물 난치성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네릭이라도 급여가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SK바이오팜의 신약 '세노바메이트'도 가세할 전망이다. 2019년 미국 FDA 승인 이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 중인 이 약물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품목으로 지정돼 신속심사 대상이 되면서 국내 출시가 가시화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환자들이 신약을 써보지도 못한 채 제네릭만을 기다리는 구조가 반복되는 원인을 '약가 중심 정책'에서 찾았다. 혁신성이나 치료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가격만을 기준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를 문제라고 바라봤다.

대한뇌전증학회 서대원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혁신 약물을 제대로 쓰려면 우리 제도도 그에 맞게 갖춰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혁신의 가치를 무시하고 무조건 저가만을 고집하는 구조에서는 한국 시장에 신약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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