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2021년 체결된 9.2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체 복원을 강하게 촉구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보건의료 공약의 기본 방향이 9.2노정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정책 설계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30일 국회체험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공약 및 정책협약 이행 과제 국회토론회'에 참가한 연자 및 토론자들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의료 위기와 갈등의 시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9.2 노정합의의 현재적 의미와 과제를 통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정협치의 성공적 모델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개최했다.
9.2 노정합의는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합의한 것으로 공공의료 강화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 등에 관한 실행계획과 일정까지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안에는 공공의료 중추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70개 중진료권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시기별 단계적 합의를 담고 있다.
또 근무조 당 간호사 대 환자비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 추진,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합의서는 23개 조항에 부속협약 3개까지 총 26개항으로 구성되며 11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체결된 9.2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이행협의체 복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하며 산별 총파업을 예고했다.
토론회 연자인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보건의료운동측면에서 바라본 9.2노정합의 이행의 중요성과 이재명 정부의 과제'를 발제로 "2021년 체결된 9.2노정합의의 성과는 국민 건강권이라는 공익적 정책과제를 핵심에 두고 사회 연대적 관점에서 추진된 사회적 대화이고 노정간 협치 모델의 성공사례다. 이 합의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이행협의체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이행의지 부족으로 2022년 8월 이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9.2노정합의 부활은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9.2노정합의 이행협의체 복원에 대한 어떤 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별 총파업을 7월 24일을 디데이로 준비하고 있다. 산별 총파업 요구의 가장 앞자리에 9.2노정합의 이행협의체계 복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 이행협의체 재개 여부가 노조의 산별 총파업 태도를 결정하는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이행협의체 재개를 재차 촉구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9.2노정합의와 민주당 공약집에 수록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화가 국정과제로 시행될 경우 서비스의 접근성, 지역간 형평성, 질적 기준까지 포함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9.2노정합의에서는 교대제 개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야간 전담간호사제도 등 여러 가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 공약집에는 간호와 관련해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화' 하나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간호간병 서비스는 장애나 고령자들은 받을 수 없는 희한한 상황이다. 제대로 된 간호간병서비스 모형을 재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국정과제로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전면화한다면 이에 더해 환자 당 간호사 배치기준과 간병인력의 배치기준까지 검토해야 한 팀으로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수도권 병원들, 예를 들어 세종이나 제주의 경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에 지역간 격차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9.2노정합의는 단순한 노사 협의가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방향성을 담은 합의였으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만큼 정치적으로도 생명력을 갖고 있어 민주당 총선 및 대선 공약의 핵심 방향에 영향을 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9.2노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사진=김원정 기자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은 "2021년 9.2노정합의는 거의 책자수준의 광범위한 합의문으로 보건의료영역에서 다뤄야 될 대부분의 정책 의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정부와 노조간의 합의라기보다 정책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부분이 정치적 영향력 또는 이행에 대한 근거를 주장하는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생명력의 근원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시기인 문재인 정부 당시 대표적인 보건의료계 합의인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와 2021년 9월 2일 노정합의를 비교하며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정책 이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수석은 "9.2노정합의 체결은 다음날 새벽까지 진행됐고 당시 나순자 노조위원장이 국회에서 잠시 집에 다녀오느라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얼굴을 알아보면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길래 합의했다고 했더니 고생했다. 고맙다, 잘했다고 했던 일화를 얘기해 준 적이 있다"면서 "그것은 노정합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왜냐하면 당시 나순자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이 합의를 이해해줄지 걱정이 크다고 얘기했는데 조합원들이 동의해주기 전에 이미 시민들이 그 부분을 같이 걱정했고 동의해줬다는 점에서 저는 끝났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반면, "9.4의정합의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합의 후 돌아갔을 때 맞닥뜨린 것은 회원들의 반발과 전공의단체의 탄핵 시도였다. 이미 내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내부가 동력을 훼손시켰다. 당연히 이 합의는 추진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의료계가 9.4의정합의라는 부분을 얘기하지만 이미 내부에서 그 부분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았던 합의문"이라며 "이는 생명력을 갖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당시 여론을 되짚어 보면 결코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던 합의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조 수석은 "이 두 사례가 극단적으로 이후의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봤었을 때 9.2노정합의는 담았던 내용들의 상당 부분이 민주당의 지난 총선 공약과 이번 대선 공약에 기본 방향으로 설정됐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영역 안에서는 국민 연론이 지지해 준다면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저는 이 부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공약이 됐고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부분에 대한 세부 기획안을 만들어 갈 텐데 그 부분은 우리가 계속 지켜봐야 되고 압박도 넣어야 되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채워넣도록 해야 되는 부분들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감염병 대응 중심이었던 2021년과는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합의된 이행만을 외치는 식으로는 국민과의 감정선이나 현실 문제 해결에서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9.2 노정합의의 정신은 살리되 현실의 문제를 반영한 언어와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원준 수석은 "지금 전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9.2노정합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이 용어를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을 내부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것은 얼핏 들으면 과거 약속의 이행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로 인해 현재 직면한 문제의 해결과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당시는 코로나가 창궐했던 시기고 지금은 정책의 우선순위나 방향이 바뀌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이 부분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것도 전략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9.2 노정합의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직 정책 설계 단계인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자는 입장을 내보였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보건의료노조가 새 정부와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크다는 점을 느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기획위원회가 돌아가고 여러 가지 현안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는 단계"라며 "정책 실무자로서 9.2노정합의에 대한 이행이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번 토론회에서 여러가지 얘기를 듣고 간다"고 언급했다.
또 "노정합의가 됐던 과거의 문서가 남아있고 국회에서도 요구를 하고 단체에서도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도 그 과제를 내팽개쳐두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제들과 관련해서 계속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진도 체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에 있는 과제들을 충실하게 반영해서 새 정부가 앞으로 해야 되는 일들을 지금 설계하는 단계로, 그 과정에서 이번 토론회에서 나왔던 의견들을 최대한 잘 전달하고 이후에 계속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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