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현창 양산부산대학교 병원 피부과 교수, 신민경 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한국릴리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간 교체투여 급여 허용에 이어, 동일 계열 치료제 내 교체투여도 급여 허용이 필요하다는 임상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릴리는 2일 더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가 1일부터 급여 적용이 가능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민경 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와 고현창 양산부산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가 각각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와 엡글리스의 기전상 특징 및 주요 임상 데이터에 대해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엡글리스는 새로운 1차 생물학적 제제 중 하나로, 아토피피부염의 염증과 가려움증의 핵심 요인인 '인터루킨(IL)-1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과 함께, 4주 1회 유지요법이 가능해 질환의 주요 증상과 징후를 관리 및 지속적인 완화가 가능한 약물이다.
생물학적 제제로는 엡글리스 외에도 '듀피젠트(두필루맙)',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등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현재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 계열뿐만 아니라 JAK 억제제 계열이 있는데, 최근 두 제제 간 교체투여 시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 옵션이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같은 계열 간 교체투여에 대한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다.
신민경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보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가 잠복결핵 양성인데 결핵 치료는 위험하고, JAK 억제제로는 이상반응 발현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 내에서 약제 변경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하면서 많이 좋아졌고, 자가 주사를 놓기는 어려워서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기를 원하는데 2주 간격으로 병원에 계속 오기 힘든 경우 4주 간격이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로 바꾸기를 원하지만 바꿀 수 없어서 처음 선택한 약제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도 하다"고 현장에서 체감한 환자들의 불편함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계열 내 교체투여가 얼마나 필요한 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없어서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라며 "개인적인 경험으로 추정을 해보면 5% 정도는 계열 내 교체투여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현창 교수는 "피 검사를 해서 환자에게 어떤 약이 제일 적합한 지 바로 알 수 있다면 제일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선택하면 되겠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마커 등이 아직 없기 때문에 환자의 과거력을 참고해 제일 좋은 선택지를 정하더라도 실제로 의외의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효과가 예상보다 낮거나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다"면서 "처방하는 의사나 환자의 입장에서 중간중간 조금 자유롭게 치료제를 바꿔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회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계열 내 교체투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계열 간 교체투여에 대한 급여도 학회 등에서 2년 정도 노력해 성과를 거뒀다. 계열 내 교체투여에 대한 급여도 허가가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희 한국릴리 의학부 이사는 "신 교수님이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심사평가원에서도 해당 부분을 평가하고 있다"며 "릴리에서는 듀피젠트 치료가 실패한 환자 중 엡글리스의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3상 임상 시험 중간 분석 결과가 나와 올해 안으로 출판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릴리에서 생각하기로는 JAK 억제제의 경우 안전성에 대한 FDA 경고도 있었고, 고위험군 환자군에 대해 1차 치료제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군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더 선호하는 만큼 이런 부분이 고려돼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엡글리스 급여 출시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현장. 사진=한국릴리
전문가들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이미 많은 제품이 출시된 상황에서 엡글리스가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고현창 교수는 "기존에 결막염이 있거나, 비염이 있는 경우 부작용을 생길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나, 바이러스 감염, 고령자 혹은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어 JAK 억제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 엡글리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경 교수는 "성인 환자에서 병변이 심해 빠른 호전이 필요하거나, 얼굴에 병변이나 노출 부위에서 빠른 호전이 필요한 환자라면 엡글리스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일각에서 엡글리스의 비용적인 부분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지적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현창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건선과 같이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주사를 한 번 맞을 때 단가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1년, 2년, 5년 혹은 10년까지도 장기전으로 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면 주사를 맞는 횟수도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지은 한국릴리 대외협력부장은 "심평원에서 건강보험공단과 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약가가 설정될 때는 안전성, 유효성뿐만 아니라 투여 간격까지 다 반영이 돼 약가가 결정된다"며 "펜당 가격으로 볼 때는 엡글리스가 좀 더 비용이 나갈 수 있지만, 투여 간격을 고려해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다른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1차 치료제로 급여화에 성공한 엡글리스는 호흡기 관련 적응증에 대한 임상과 함께 알레르기성 비염과 만성 부비동염에 대한 한국 임상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이에 대한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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