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내는 한미약품 비만 신약…안착 관건은 '가격·급여'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내년 출시 예정
개원가 "환영·고무적…성과는 가격 설정·시장 변화에 영향"
증권업계 "가격과 공급 안정성 바탕 경쟁력 확보 가능"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7-10 05:58

한미약품 사옥. 사진=이정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한미약품 비만 신약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임상 결과와 가격이 시장성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하반기에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점치고 있다.

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자체 개발 중인 국산 GLP-1 비만 신약 출시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 오는 9월 데이터를 확보해 연내 허가 신청을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에는 국내 IBK투자증권 NDR(Non-Deal Roadshow)에 참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같은 국산 비만치료제 개발에 대해 의료계에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족한 치료 옵션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후속 개발 약물에 대한 확장성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철진 대한비만연구의사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3상 데이터를 통한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을 전제로 환영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국산 GLP-1 개발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기존에 펜타민이나 알약밖에 없던 환경에선 약이 많을수록 비만치료를 하는 의료진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위고비가 나오면서 삭센다도 사라진 상황"이라며 "어떤 약이든 안전하기만 하다면 그 약에 맞는 환자가 생기기 때문에, 많을수록 의료진 입장에선 무기가 느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속 개발 중인 삼중작용제 초록 데이터도 최근 공개됐는데,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는 확장성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기존에 삭센다가 나왔기 때문에 위고비가 현장에 바로 반영될 수 있었던 것처럼, 향후 후속 개발 약물이 나올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원가에서 비만치료를 하는 A 내과 전문의도 "에페글레나타이드만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하긴 어려울 수 있겠지만, 국산 비만치료제 출발점이란 점에선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비만치료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장 안착 관건은 가격과 외부 환경이다.

이 회장은 최종적으로 3상 데이터가 확인돼야 하겠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는 국내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제는 삭센다 레벨 3상 데이터와 가격 경쟁력 확보다.

그는 "당연히 3상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기대하기로는 삭센다 레벨 정도만 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춘다면 국내에선 수요는 있을 것 같다. 가격이 중요하겠지만 충분히 시장을 뚫고 들어갈 부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 내과 전문의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환경도 에페글레나타이드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출시 이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엔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 시장 출시가 예고된 상황이다. 마운자로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비만과 당뇨 두 가지 적응증에 허가를 받은 가운데, 급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전문의는 "위고비 독주 체제에서 하반기 이후엔 마운자로와 양강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분적으로라도 비만도 급여가 적용된다면 시장 환경이 또 바뀌는 것"이라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 환경과 그에 따른 가격 설정이 관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경쟁약물 대비 유사하거나 한자리 수까진 낮은 효능을 확보한다면 가격과 안정적 공급 능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S투자증권은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 최대 시장점유율을 25.5%로 추정했다. 2030년 기준이며 위고비는 27.5%, 마운자로는 29.2%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매출은 내년 147억원으로 시작해 2029년 23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위고비 제네릭이 출시되는 2030년엔 215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GLP-1 시장에서 가격차가 중요해질 것이란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제품 차별성이 낮거나 ▲구매 빈도가 높아 누적 지출에 민감해지거나 ▲가격 정보를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경우 등에서 가격이 소비에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되는데, GLP-1 시장은 가격 부담은 높고 비교는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다.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가격 정보 비교가 쉽고 ▲위고비는 월 40만~6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부담이 있으며 ▲약 중단 시 요요현상 우려가 있는 특성상 장기 복용으로 인한 누적 지출 금액이 높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단일 용량으로 20주를 관찰한 2상과 달리 3상은 관찰 기간을 40주로 늘리고 용량도 2mg부터 10mg까지 증량하도록 설정해 부작용이 줄고 효능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더했다. 최근 암젠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 연구에서도 용량 증량 없는 투여에선 구토 부작용이 65~85%였으나 증량할 경우 22.5~24.4%만 발생한 사례가 있고,  GLP-1 특성상 고용량에서 보다 높은 효능을 보인다는 이유다.

DS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향후 출시될 GLP-1이 효능 프로파일이 비슷하거나 낮은 한자리 수 차이를 보일 경우, 시장은 제품 차별성보단 안정적 공급 능력과 높은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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