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는 지역의료‥공공의대·지역의사제 해법은 '안갯속'

'의사 1명'에 좌우되는 지방 의료, 인력난은 계속 심화
정부, 지역·필수 의료인력 양성 위해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추진
의료계 "실효성 낮고 장기 정착 어려워…현장 공감 부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0 11: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역 의료 공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의사가 떠나면 응급실이 멈췄고, 전문의 1명 충원으로 병원이 정상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해법으로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제시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두 제도 모두 실효성과 장기 정착 가능성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이유다.

속초의료원은 최근 전담의 2명을 충원해 응급의료센터 5인 전담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진료를 재개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도 전문의 1명이 충원되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야간 진료를 일부 재개하며 언론과 지역사회에 이를 적극 홍보했다. '의사 1명' 충원이 곧 병원 정상화의 뉴스가 되는 현실은 지방의료 기반의 위태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공의 복귀가 현실화되더라도 필수의료 기피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한 지역의료 공백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지방 중소병원은 한 번 빠져나간 인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복귀 이후에도 인력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남 밀양윤병원은 응급의료인력 3명이 지난달 사직을 예고하며 이달 1일부터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강릉의료원도 응급실 의사 2명이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기로 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직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되자, 지방 의료 현장은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 채 불안정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역과 필수의료 현장을 지킬 인력이 남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복지부는 2028학년도 의대 신입생부터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 부설 교육기관으로 공공의료사관학교도 신설해 지방 중증환자를 진료할 의사를 배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공공의대는 국가 재정으로 설립·운영되며 졸업생은 지정된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역의사제는 기존 의대를 활용해 선발된 학생들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응은 차갑다. 공공의대의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설립·운영 비용과 정원 확보의 불확실성, 실제 배출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교육의 질 저하 우려, 의무복무 후 대도시 이탈 가능성도 지적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공공의대 한 곳 설립에 2000억~36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약 2만5000명의 지역의사전형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라며 "재정과 속도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지역의사제는 기존 의대 정원 내에서 바로 모집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높고, 재정 부담도 적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도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의사제는 군위탁생 제도, 공중보건장학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복무 이후 정착률이 낮고, 의무 복무를 회피하거나 지원금만 반환하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회의론이 크다. 또한 의무복무 제도 자체가 직업선택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의학회 김유일 정책이사는 "취약지 의사 확보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복무 이탈과 수도권 쏠림, 지역 정주 여건과 재정 부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공공의대든 지역의사제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지역의료 인력 정책이 되려면 충분한 공론과 다각적인 검토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도입 자체보다, 실제로 의사들이 장기적으로 현장에 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무복무를 강제로 묶어두더라도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정책 취지는 살리기 어렵다"며 "정착을 유도할 인센티브와 지역 정주 여건 개선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문의들이 지속 가능하게 현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유연한 고용구조와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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