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백민경 서울대학교 조교수,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 사진=식약처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의약품 개발과 임상 시험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백신, 항암제 등을 개발하기 위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고 임상 효율·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게 사례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주최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5)'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글로벌 AI 규제 조화, 함께 여는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인공지능 쓰임새를 살폈다. 발표자로 나선 백민경 서울대학교 조교수는 인공지능이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쓰이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AI, 단백질 구조 이해 도와…표적에 맞는 약물까지 찾는다
이날 백 교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암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 구조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결과값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 단백질 구조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맞닥뜨린 가운데 단백질 서열을 이해하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AI가 단백질 서열을 해독하는 도구로써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단백질 서열이 다르지만 패턴에서 같은 부분이 있는 경우에 단백질 구조가 유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단백질 서열을 빠르게 분석해 숨어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단백질 동종체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로돕신(Rhodopsin)'과 '미오글로빈(Myoglobin)'을 관찰하니 서열이 다를 순 있으나, 단백질 구조는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인공지능으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줄이며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개발에서 인공지능 활용은 이게 끝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질병 기전을 파악하기 위한 단백질 모델링 과정에서 표적 단백질이 상호 작용하는 대상을 찾는 데 쓰일 수 있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해 "AI로 한 쌍의 다중 서열 정렬(MSA)에서 서열 집합 간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단백질 개별 구조뿐만 아니라 분자 단계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여러 질병과 연관된 메커니즘을 분석해 어떻게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표적을 타겟하는 약물을 탐색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이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5)'에서 발표자로 나섰다. 사진=문근영 기자
인공지능 분석으로 임상 효율·유효성 높인다
인공지능은 임상 효율성과 유효성도 높일 수 있다. 같은 날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AIRIS 2025에 연자로 참석해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이화영 부문장은 LG AI연구원이 전문가에 적합한 AI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데이터가 쌓여 인공지능이 이전보다 발전하면 전문가를 돕는 수준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임상에서 환자 유전자를 분석해서 '층화(Stratification)'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이런 고민을 거쳐 '엑사원 패스(EXAONE Path) 2.0'을 선보인 바 있다.
엑사원 패스 2.0은 2주 이상 걸리는 유전자 검사 기간을 약 1분으로 단축하는 AI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인공지능이 암세포 조직 표본에서 얻은 병리 조직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활성 여부를 확인한다.
이 부문장은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를 분류해 항암제나 표적물질을 투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해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를 공변량(Covariate)에 따라 구분하고 무작위로 배치하는 층화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ONE Path 2.0은 임상 유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AI 모델은 병리 조직 전체 이미지와 이를 수천 개 조각으로 나눈 패치(Patch) 단위 이미지를 함께 분석해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78.4%로 높였다.
일반적으로 패치 단위 이미지만 분석하는 경우에 특정 세포나 조직에 초점을 맞춰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가 낮을 수 있는데, 전체 이미지를 포함한 분석으로 더 적합한 치료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문장은 이와 관련해 "임상 전문가들이 AI 모델을 직접 평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EXAONE Path 다운로드 숫자가 벌써 1만건이 넘었다는 건 업계와 전문가들이 AI 모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