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의료 강화' 꺼낸 政…의료계 "인력·소송에 실현 不"

政, 소아·응급의료체계 국정과제에 포함…24시간 전문의 대응체계 구상
소청과 전문의·세부전문의 인력난 심화…전공의도 비수도권 충원율 8% 불과
의료계 일각 "진료권 중심 24시간 전문의 체계…비현실적" 지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19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로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를 내세웠지만, 전문의 인력 부족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세부 실행계획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력과 인프라의 한계를 고려해 대형 센터 설립과 신속한 전원체계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주요 과제로 선정했고, 이 가운데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가 포함됐다.

정부안에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응급의료기관 종별 기능을 명확히 하고 역할에 따라 차등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응급환자의 신속 이송·수용·전원 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진료권을 중심으로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전문의가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야간·휴일에도 소아환자 진료 협력망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소아·응급의료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부 전문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배치된 인력도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진료권을 중심으로 한 체계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2분기 6441명에서 3분기 6438명으로 감소했다. 배출된 전문의 가운데 세부 분과 전임의는 내분비와 신생아 분야에만 부분적으로 충원되고 있으며, 소아심장·신장 분야는 1년에 한 명 배출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또한 상황이 심각하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수도권은 정원 481명 중 80명이 지원해 충원율 16.6%에 그쳤다. 비수도권은 정원 289명 중 23명만 지원해 충원율이 8%에 불과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력난은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 정책의 실효 가능성을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진료권 중심으로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24시간 전문의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아이가 동전을 삼킨 경우 소아내시경 전문의가 있어야 처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국내에 해당 전문의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소청과 전문의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진료권 중심으로'는 지역 내에서 완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아뿐만 아니라 산모, 외상 등의 특수한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에서 이러한 정책을 세우기에 앞서 구체적인 목표를 우선적으로 세워야 한다. 또 전문 의료진의 협조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이에 필요한 예산을 세부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를 반복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국정과제에 제시하고 있는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 계획들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으로, 종별 기능을 명확히 하겠다는 얘기는 30년 전부터 나왔지만 해결이 안 됐던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1·2·3차 의료기관 전달체계 구축과 같은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국민에게 중증이 아니면 3차병원에서는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병원에 그 역할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현장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심리적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인프라를 집중해 규모와 질을 고도화한 대형 센터를 설립하고, 이 센터로 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이 실질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하린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응급실과 최종 진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이 사법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환자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판례를 보면 세부 전문의가 아닌 소아과 의사가 응급 상황에서 처치를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사례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환경에서 세부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의사가 적극적인 진료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소아과만 있다고 해서 소아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아영상의학과, 소아외과 등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약 7곳 정도의 대형 센터를 두고 전국에 있는 세부 전문의를 모아 중증·응급 환자가 이곳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전원체계를 정비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보기

소아청소년과 붕괴 현재 진행형‥전문의 배출 10%로 추락

소아청소년과 붕괴 현재 진행형‥전문의 배출 10%로 추락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는 더 이상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발표한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하며 "소청과는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와 전공의 지원 축소, 수도권 쏠림이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산발적인 정책을 포괄적 체계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경증 환자의 응급실 쏠림과 중증 복합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료 서비스 이용행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연구에서 지적

소아응급체계 정비 시급…"준중증 맡는 '2형' 지원이 관건"

소아응급체계 정비 시급…"준중증 맡는 '2형' 지원이 관건"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응급의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의 골든타임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과 지방 소아응급실 축소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소아의료 안전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병원은 준중증 소아환자의 생활권 내 진료 종결이 가능한 모델"이라며 "아픈 아이들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아긴급의료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세 남아가 급성 후두염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

전국 의원 3만6000개소…소아청소년과 0개소 지자체 58곳

전국 의원 3만6000개소…소아청소년과 0개소 지자체 58곳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지방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감소세를 보이며 농어촌 지역에서의 소아진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2018년 2221개소에서 2025년 2187개소로 34개소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의원 수는 3만1032개소에서 3만6520개소로 약 17.7% 늘었다. 특히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전혀 없는 곳은 58곳에 달하며, 대부분 농·산&middo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