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안정화 심혈…'건생금' 바꾼다

지난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본사업 전환
사업참여환자 본인부담금 연 8만원 증가…건생금으로 대처
불편한 카드 발급 절차로 난항…전산 시스템 구현해 해결
고혈압·당뇨병 중심 정착 우선…논의됐던 COPD는 검진으로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9-25 06:0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본사업으로 전환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대한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은 그 흔적이 담긴 대표적 사례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24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본사업 전환 후 대응과정을 설명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은 고혈압 또는 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에 '통합관리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당 의원이 검사 등으로 환자 맞춤형 관리계획을 세우고 교육과 주기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2019년부터 109개 지역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된 후, 지난해 본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본 사업으로 전환된 후 환자가 내야할 본인 부담금이 연평균 8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 1차적인 문제로 파악됐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계와 합의를 거쳐 늘어나는 본인 부담금을 지원하기 위한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을 도입하고, 지원금이 담긴 카드를 발급키로 했다.

이같은 조치들로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이 본인 부담금에 대한 부담은 줄일 수 있게 됐지만, 2차적인 문제는 불편한 카드 발급 절차였다.

카드 발급은 MG새마을금고에서만 가능했고,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당행 계좌가 있어야 했다. 만일 없을 경우에는 방문 또는 비대면 본인 인증 등을 통해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또 각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카드 발급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진료 지체와 설명 어려움 등을 겪는 상황이 펼쳐졌다.

곽순헌 국장은 "본 사업으로 전환한 후에 사업에 참여하는 환자 수는 예상치만큼 크게 늘진 않았다. 더욱이 본인 부담금을 줄일 수 있음에도 카드를 발급한 인원은 많지 않았다"며 "환자들이 카드를 발급받도록 하기 위해 각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카드 발급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참여의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기관정보마당'을 사용해 건생금을 조회하고 본인 부담금 차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곽순헌 국장은 "이제 각 동네 의원에서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한 후에 환자 이름을 검색하고 건생금 포인트를 확인한 뒤 거기서 바로 차감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면서 "해당 전산 시스템은 오는 12월까지 만들어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을 통해 주기적으로 한 병원에 다니게 되면 다른 질환도 진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치의제 실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혁신 시범사업도 주치의제 개념 비슷해서 나중에 합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대상 질환에 COPD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복지부 입장도 확인됐다. 고혈압·당뇨는 식단, 운동 등 생활습관 영향이 큰 데 반해, COPD는 치료법이 명확해 다소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곽순헌 국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온전히 정착되는 것이 우선이다. 의료계와 논의해서 COPD는 특성 상 건강검진에 넣는 걸로 결정됐다. 다만 호흡기 치료제를 사용하는 데 교육과 상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수가 등을 만들어주는 걸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4453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참여를 신고했다. 전국 참여대상 의원 중 본사업 참여기관 비율은 23.6%다. 4453개 의료기관 중 환자가 등록된 의원 수는 3495개로, 비율로는 78.5%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강보험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는 총 76만여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규 등록한 환자 수는 월 평균 55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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