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강제' 법안‥의료계 반발, 궐기대회로 불씨 확산

서울시醫 궐기대회 불씨…"처방권 결코 내줄 수 없다"
의협 "환자 안전 위협, 해외에도 없는 과도 입법" 반발
일부는 원내조제, 선택분업, 의약분업 폐지까지 주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27 05: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0년 의약분업 도입 이후 20여 년간 이어져 온 논쟁은 국회 법안 발의를 계기로 다시 점화됐고, 26일 서울시의사회가 '성분명 처방 반대 궐기대회'를 열면서 불씨는 더욱 커졌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전국으로 확산될지, 또 다른 충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하면, 의사와 치과의사가 해당 의약품을 처방할 때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반 시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의료계는 이를 "처방권 침해이자 환자 안전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가 첫째로 문제 삼는 부분은 법안의 취지다. 실제 공급 불안은 제약사의 생산 중단, 원료 수급 차질, 약가 인하 등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성분명 처방 강제로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 단체들이 이미 불안정 의약품 현황을 정부에 보고하고 있음에도, 정책적·재정적 지원은 일부 품목에 그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는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은 외면한 채 성분명 처방이라는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근본적으로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의 원인은 정부 정책과 제도의 잘못이며, 정부가 이를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수급불안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국민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주요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 결정 구조"라고 꼬집었다.

형사처벌 조항도 거센 반발을 부른다.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법안은 해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범죄 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직역 존립을 위협하는 조치라는 우려가 크다.

의협은 "의사의 고유권한인 처방행위에 징역이라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전무한 입법례"라고 했고, 전라남도의사회는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형사 처벌하려는 행위는 말이 안 되는 비상식적 만행"이라고 못 박았다.

대개협은 "전 세계 어디에도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를 처벌하는 전례는 없다"고 했으며,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의사가 환자 치료를 위해 선의로 처방했는데 단순히 상품명 처방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까지 내리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맞섰다.

환자 안전과 치료 연속성 문제도 쟁점이다.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형·부형제·안정성 차이로 환자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성분명 처방만으로는 이러한 변수를 고려할 수 없어, 대체조제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치료 효과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병의협은 "성분명 처방 강제는 의사가 어떤 제약사의 약품을 환자에게 투여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들어 치료 책임 구조를 붕괴시킨다"고 분석했고, 대개협은 "의사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내린 처방이 조제 단계에서 변질되면 의사-환자 간 신뢰가 무너지고, 약화사고와 치료 효과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결국 의약분업 제도 근간으로 번졌다.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 강제가 오히려 의약분업 원칙을 무너뜨리는 모순이라며, 원내조제·선택분업·의약분업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궐기대회에서 "성분명 처방의 강행은 의약분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우리 의사회는 환자의 편의와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의약분업 폐지, 원내조제 또는 국민 선택 분업을 제안한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물어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도 "수급불안정 의약품은 원재료 수급 차질이나 낮은 약가 탓에 생산이 중단된 경우가 많다. 성분명 처방으로 갑자기 없는 약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 편의를 위해 원내조제를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선택분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약분업은 더 이상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낡은 유물"이라고 규정했고, 병의협은 "의약분업 당시 합의된 대체조제 원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곧 의약정 합의 파기이며, 이 경우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냈다. 성분명 처방은 수급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 성분을 정확히 알게 해 안전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30일에는 국회에서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토론회를 열고 제도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안정 공급과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성분명 처방은 필수적 조치"라며 "정부도 제네릭 신뢰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은 2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논쟁이다. 이미 점화된 불씨는 서울시의사회의 집단행동으로 한층 선명해졌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의사들은 면허를 걸고 끝까지 저항해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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