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HIV 감염에 대한 '사회적 낙인' 걷어낼 때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7-13 06:00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주로 성관계로 인해 감염된다. 감염 경로가 주로 감염인의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 같은 의료 선진국은 남자 동성간의 성관계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신규 HIV 감염자의 약 90%는 남성일 정도니. 

이로 인해 HIV 감염은 늘 사회적 편견으로 점철돼 있다. 정상적인 성생활을 갖는 성인 남녀라면 정기적인 HIV 검진이 필요함에도 늘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러는 동안 최근 국내 HIV 감염자 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실제 2019년 1223명에서 2020년 1016명, 2021년 975명을 기록했다. 

'신규 HIV 감염 수가 줄어들었다'라기 보다는 그간 보건소가 코로나19 선별검사에 매달린 탓이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 전국 보건소 HIV 선별검사 현황'(2011~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HIV 선별검사는 연평균 약 44만건이 진행됐지만, 지난 2020년에는 약 18만건에 그쳤다. 적극적인  HIV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사실상 수면 아래로 잠수한 셈이다. 

하지만 HIV에 대한 편견과 달리 전파 우려는 높지 않다. 물론 HIV 치료제를 잘 복용한다면 말이다. 

지난 12일 있었던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빅타비 국내 출시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HIV 치료제 빅타비 5년 데이터가 소개됐다. 

회사 측 데이터에 따르면 빅타비는 HIV 치료서 바이러스율을 98% 억제했다. 이 약은 국내 HIV 감염인 약 절반이 처방받은 약물이다. 또 내성으로 인한 치료 실패 사례는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비율도 0.8%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날 연자로 참여한 국립중앙의료원 진범식 감염의학센터장도 "HIV 감염은 평생 관리가 가능한 질환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HIV 감염인이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으면,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억제된다는 개념인 'Undetectable(바이러스 미검출)=Untransmittable(전파 불가)'를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인 한국GSK는 최근 HIV 질환 인식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자체 유튜브 채널인 'Think Positive'도 개설하면서 2023년 한국퀴어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된 단편 영화 'YOU=YOU'까지 제작했다. 

제목 역시 마찬가지로 'HIV 검출 수준이 일정 수준(HIV-1 50 c/mL) 이하이면 전파 위험성이 없다'는 개념인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와 '당신(YOU)도 당신(YOU)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HIV는 사실상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만성질환'의 개념으로 들어섰다. HIV는 AIDS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지만,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유지하며 비감염인과 동일한 수준의 기대여명을 살 수 있다.

이제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찍기 보다는 응원의 박수가 어떨까 싶다. 물론  HIV 치료제 개발과 질환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제약사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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