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또 일방통행…'의사 판단 진료거부'는 눈속임

발표 이틀 전 자문단 회의에 확대안 등장…醫 반발에도 강행
"진료 거부, 될 때까지 시도하면 그만…의학적 판단 무색해질 것"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2-05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 비대면진료 확대안 발표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초진을 확대하면서 새로 생긴 의사 판단 아래 진료거부와 대면진료 요구권 등 안전 장치도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커 의료계 반발은 확산될 전망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비대면진료 확대안은 발표 이틀 전 자문단 회의에 갑자기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발표 이틀 전 자문단 회의가 있었는데, 해당 확대안이 갑자기 등장했다고 들었다"며 "의협은 이대로라면 초진을 무한정 확대하자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결국 통보 식으로 발표됐다"고 말했다.

법적 책임 소재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초진 대상 확대라는 점에도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비대면진료에 부적합한 환자라면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침에 명시했지만,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기관에서 의학적 판단 아래 비대면진료를 거부한다고 진료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될 때까지 다른 의료기관에 진료를 요청하게 되면 진료가 이뤄질 수 있고, 의학적 판단이란 안전장치는 무색해질 것이란 시각이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보면 사실상 광고 플랫폼처럼 활동하고 있다"며 "한 의원에서 거부하더라도 많이 진료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의원 노출도를 높여주는 상업적 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도 진료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하고 몇 건만 대면으로 하는 불법적 악용 사례가 있다. 의학적 판단이 무색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는 것이 정부 역할인데, 플랫폼 명맥 이어주기에만 골몰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처럼 무리한 정책이 환자와 의사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초진이 확대됐다는 사실만 알고 기대한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거절당할 경우 불쾌해지고, 개별 의료기관을 넘어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신뢰도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실질적으로 비대면진료 확대 정책을 수행할 개원가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오는 6일 일방적 비대면진료 확대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나라에서 갑자기 비대면진료 확대안을 통보하고 15일 만에 시행하겠다는 것은 국민 생명으로 정책을 실험하는 셈"이라며 "누구를 위한 초진 확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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