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약사의 약국 개설금지 조항, 공익적 취지 커‥헌재 "합헌"

의약품 오남용 예방으로 건전한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 확립 위한 조항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11-04 11:4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비(非)약사에 의한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약사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 건강 위험의 우려가 큼으로,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통해 이를 방지함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위헌소원을 청구한 A씨는 약사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B씨에게 고용돼 급여를 받기로 하고 약국 개설등록을 했다.

이후 B씨는 A씨를 비롯한 약국 직원 채용 관리, 급여지급, 자금관리 등 실질적인 개설자로서 역할을 수행했고, A씨는 의약품 조제와 판매를 담당했다.

이후 A씨는 B씨와 공모해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의 약국 개설금지 규정인 약사법 위반 사실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청구인 A씨는 당해 사건 재판 계속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의 약국 개설금지를 규정한 약사법 제20조 제1항과 이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위 조항들에 대해 헌법서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헌재는 A씨가 해당 약사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먼저 '개설'의 사전적 의미와 약사법상 약국 개설 관련 조항들의 규정 내용, 이에 관한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약사법 제21조 제1항에서 언급한 '개설'이란 '약국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약사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물론 A씨는 약사인 본인이 약국 개설등록을 하고 의약품을 조제·판매했고, 비(非)약사인 B씨는 약국 개설비용을 부담해 동업관계 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약국의 운영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누가 주도적으로 약국 개설 업무를 처리했는지 여부를 통해 실제 약국을 개설한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A씨는 개설등록 명의인일 뿐, 실제 약국을 운영 주도한 것은 B씨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가 일정한 교육과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에게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의약품 오남용 및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한편 건전한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밝히며,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약국의 개설단계부터 의약품에 관한 전문성이 결여되고 영리 목적이 강한 비약사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비약사의 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영리 위주의 의약품 판매로 인해 의약품 오남용 및 국민 건강상의 위험이 증대할 가능성이 높고, 대규모 자본이 약국시장에 유입됨으로써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그동안 비약사가 개설한 약국들은 무자격자 조제·판매, 의료기관에 특정 제품의 집중적 처방 유도, 부당한 의약품 마진 취득 등 각종 위법행위의 온상이 되어 왔으므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위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허용하되 관리약사를 반드시 두도록 하고 의약품의 조제·판매는 해당 관리약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비약사의 약국 개설은 엄격한 법 집행 및 자율적인 정화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근절되고 있지 않으며, 약국 개설등록 취소나 약사의 자격정지, 부당이득 보험급여 징수 등 행정제재만으로는 이를 예방하기에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행정질서벌 등 보다 완화된 제재수단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택했다고 해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약국 개설등록 시 신청인이 진정한 약사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므로, 비약사의 약국 개설 행위 대부분이 이에 가담한 약사의 명의로 개설등록을 한 경우일 수밖에 없으며, 이와 같이 가담한 약사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헌재는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며, 의약품이 불필요하고 부정확하게 사용될 경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일반 국민들에 대해 의약품 공급의 신뢰성과 질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이러한 관점에서 약사에게만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공성을 지닌 공중보건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비약사가 약국 개설의 형태로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전면적으로 제한되기는 하나, 약국 개설은 전 국민의 건강과 보건,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보다 제한되는 사익이 더 중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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