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도 포기한 70대 척추질환 할머니, 한 전문의가 수술한 사연

[인터뷰] 평택 박애병원 신경외과 박영섭 과장
"할머니 진통제만 받아가려 해 설득 끝에 척추유합술 시행"  
"수술 후 삶의 태도 변화에 보람 느껴…환자 따라서는 수술치료 고려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0-27 06:05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고생을 하며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뿌듯함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의사로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이 힘들다고 한 70대 여성의 척추후만증 수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명의가 있다. 주인공은 평택 박애병원 신경외과 박영섭 과장<사진>

70대 여성인 A씨는 지난 15년간 척추후만증을 앓아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척추유합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간 대학병원조차 수술이 힘들다고 하면서, 결국 A씨는 지난 6월 진통제를 처방 받으러 박 과장을 찾아왔다. 

박 과장은 "처음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내원했을 때 약만 처방받아 가려고 했다. 그래서 통증이 심할 텐데 왜 약만 받아가려 하는지 물었다. 알고 보니 A씨가 이전에 방문했던 병원들에서 마취 위험성 등이 높아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과장은 환자를 설득해 X-ray와 MRI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예상대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척추 유합을 위해 삽입했던 나사는 부러져 있었고, 디스크는 다 닳아 척추가 한 쪽으로 매우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환자 나이도 고령인데다 비만,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어 척추 유합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악조건이 많았다. 

하지만 A씨의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결국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병원 마취과와 논의를 했다.

다행히 마취가 가능할 것 같다는 마취과장의 의견을 들었다. 가족과 환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수술 동의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차상위계층인 A씨에게 병원 차원에서의 수술비 지원도 약속했다. 결국 지난 6월 27일 수술에 들어갔고, 다행히 결과는 좋게 나타났다.

수술 후 A씨의 일상 동작도 비교적 빠르게 가능해졌다. 

박 과장은 "보통 수술 사흘 뒤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게 하는데 A씨는 기저 질환이 많고 장에 가스가 차는 등 상황으로 닷새 만에 일어났다"면서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 보행기를 착용하고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수술 전에는 A씨가 통증으로 눕는 것도 어려워 벽에 기대서자는 등 자주 울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표정부터 달라졌다"며 반색했다.  

그는 "많이 웃고 화장도 하는 등 여유가 생긴 것이다. 보호자인 아들도 고령의 환자를 돌보느라 늘 환자 옆에 있어야 했는데, 수술 후 보호자도 일상생활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A씨와 그의 가족이 의료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박 과장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 과거 다수 병원을 거치며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저에게 수술을 받고 이런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좋다"면서 "한 번은 A씨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식혜를 만들어 온 적이 있다. 만드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만큼 몸이 전보다는 편해졌다는 의미여서 기쁘면서도 미안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척추유합술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라고 했다. 반드시 보조기 착용과 규칙적인 운동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과장은 "정확히는 골유합을 '위한' 수술이다. 수술의 결과가 유합이 아니기 때문에, 나사로 고정해 둔 상태에서 보조기를 잘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골밀도가 떨어지지 않게 운동과 비타민D를 신경 써야 한다. 간혹 여름철에 보조기 착용을 소홀히 하는 환자가 있는데, 유합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기를 잘 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수술적 치료법도 꼭 필요하다고 했다. 간혹 척추유합술을 걱정하는 환자가 있지만, 발목이나 다리 등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지거나 대소변 보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수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퇴행성 변화의 끝은 연골이 닳아버린 뒤 뼈가 자라며 스스로 붙어버리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노인들의 허리가 굽은 채 굳어있는 것"이라면서 "환자가 척추 변형을 겪는 과정 중 자동차의 타이어처럼 쓸 만큼 다 썼다고 생각되고 더 이상 감압으로도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거의 마지막 치료로서 진행하는 것이 척추유합술"이라고 설명했다. 

척추 나사못 자체가 골유합이 되기까지 버텨주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골대체재도 안전하다고 했다. 

골대체재란 척추 유합이 안 된 상태에서 나사못을 고정시켜주는 일종의 뼈 역할을 한다. 

최근 시판된 합성 골대체재는 골형성단백질인 rhBMP-2(Recombinant Human Bone Morphogenetic Protein)를 포함하고 있으며,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 세라믹 소재로 만든다. 

이에 골형성단백질을 효과적으로 탑재하고 천천히 방출해 골재생이 필요한 부위로 줄기세포를 끌어와 더욱 우수한 골형성 능력을 보인다. 

그런 만큼 골대체재에 대한 치료 접근성도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만큼 척추유합술에서 골대체재는 필수적인 치료재료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알로본이라고 타인의 사체에서 채취한 뼈로 만든 동종골 제품들은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만, 노보시스와 같은 신생 합성 골대체재는 아직 적용이 안 된 상태"라면서 "조심스럽지만, 환자들이 더욱 좋은 치료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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