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허용 논란서 '오진' 쟁점 부각…醫·韓 시각차

의료계 "대법원, 오진 피해 고려 없이 '궤변'으로 무죄 판단"
한의계 "초음파 안전성만 검토된 판결…근거기반 진료위한 것"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2-27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 논란에서 '오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인데, 이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 간 논쟁이 예고된다.

◆ 의료계 "오진 피해가 보건위생 상 위해(危害)"

26일 의료계에선 앞다퉈 이번 대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음을 주장했다. 오진으로 인해 사건 피해자가 겪은 피해사실이 뚜렷함에도 이같은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해자인 환자는 부인과 질환 증상이 있어 광고를 보고 한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 3개월 간 68회 초음파 검사와 탕약 등 한방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에 차도가 없었다.

이에 한 산부인과의원을 찾아가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고, 전원된 종합병원에서 2기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았다. 이에 자신에게 오진으로 피해를 입혔다며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의료계는 이를 대법원 판결 반박 근거로 삼았다.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오진으로 인한 피해가 보건위생상 위해'라고 지적했다. '궤변'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대한정맥통증학회는 이날 성명에서 "무려 68회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도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거나 최소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는 검사가 아니라 검사 시늉만 한 것이다. 환자를 상대로 한 사기행위와 다름없다"며 "대법원은 환자 피해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궤변을 무죄판단 근거로 내놨다"고 주장했다.

26일 오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대한의사협회도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를 입힌 심각한 사례임에도 국민건강을 방임하는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라고 지적했다.

◆ 한의계 "'오진'과 대법 판결 취지는 무관"

한의협은 이번 사건 '오진'과 대법원 판결 취지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대법원은 범용성·대중성·기술적안전성 등이 담보된 초음파 진단기기 특성 자체만을 들여다봤다. 때문에 한의사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번 사건 오진 문제와 초음파 진단기기 안전성을 별개로 들여다본 것인데, 한의계는 이 점을 지목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양방쪽에서는 오진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오진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쓰는 것으로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며 "양방조차 여러 수단을 활용해서 진단하고 있다. 수단이 많을수록 객관성이나 안전성이 더 담보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는 한방에서도 환자가 더 근거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며 "오진 문제는 양방도 적잖다. 양방 의료진이 오진했다고 그 진단기기 쓰면 안된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특정 오진 케이스만으로 기기 사용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상 위해'라는 의료계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해당 사건에서 문제된 자궁내막암을 의사조차 오롯이 초음파 진단기기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가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한의협 관계자는 "양방조차도 초음파 자료만 갖고 자궁내막암을 진단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데, 이 환자가 뒤늦게 암이 진단되게끔 만들었다고 해서 초음파를 못 쓰게 하자는 것은 과도한 논리 해석"이라며 "케이스 하나 놓고 누가 맞출 수 있는지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26일 한의협 논평에서도 드러난다.

한의협은 논평에서 "양의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누구나 진료에 사용하고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마치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불필요한 걱정에 빠질 시간에, 다양한 의료사고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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