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블리미드와 7년‥"제가 다발골수종 '관해' 환자입니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다발골수종도 초기부터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된 치료제 사용시 장기치료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11-12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06년, 감기처럼 뼈 마디가 쑤시는 증상이 있어 단순히 '몸살 감기'라고 생각했다.

아랫배가 아파 찾아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는 혈액검사 결과, 종양 표지자 수치가 8 정도로 나왔으니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종합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조 씨(1955년생·여)의 병명은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이었다.

조 씨는 병의 진행 상황을 고려해 재빨리 항암치료, 골수이식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질병이 재발했고, 고통스러운 재치료를 받는 과정 중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가 출시됐다. 그 당시엔 레블리미드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상당했지만, 이전 치료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경구제 치료를 선택했다.

현재 조 씨는 지난 약 7년간 95 사이클(Cycle)의 장기간 치료를 진행했으며, 현재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CR)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의 1차, 2차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급여도 해결돼, 경제적인 부담도 완화됐다.

주치의인 가천의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재훈 교수는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초기부터 탁월한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된 치료제를 사용하면 장기치료와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며 조 씨의 사례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 `다발골수종` 환자로 산 13년, `레블리미드`를 만나기까지

2006년 8월, 다발골수종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조 씨였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돼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조 씨는 골수 검사상 암세포 80%, 병기는 3기 A 였으며, 당시에는 형광제자리교잡법(FISH법)이 아직 도입되기 전이라 염색체 검사상 13번 염색체의 소실이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였다.

인터넷이나 주변에서는 다발골수종에 대해 부정적인 말 밖에 하지 않던터라, 조 씨의 심리적인 위축도 상당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조 씨는 주치의의 말을 믿고, 가족들을 생각했다. 조 씨는 "다발골수종이라는 질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진단 후 바로 항암치료를 진행했다. 5일 정도의 주기로 항암제를 투약 받고, 집에서 쉬고(휴약), 이런 식으로 반복했다. 이러한 항암치료 과정을 5개월 정도 진행한 후 골수이식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 이후, 약 6개월도 채 안돼 재발이 됐다. 조 씨의 전체 다발골수종 치료 기간이 약 13년 정도라면, 그는 재발된 종양을 치료받던 3년 정도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조 씨는 "그 당시 투약했던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지라도 몸이 비틀어 짜는 것처럼 아팠다. 먹는 것, 마시는 것을 거의 못 했고 수액으로 연명하다시피 했다. 집에 와서 쉬는 시간에도 거의 누워있고, 화장실도 못 다니고, 기어 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 씨가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을 때는 2008년이다. 아직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 옵션이 많지 않을 때였고, 신약이 개발됐더라도 국내 도입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이재훈 교수는 "조 환자는 2008년 불량 염색제 예후를 가진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돼 표준 요법으로 유도 요법 후 멜팔란 표준요법으로 이식을 진행, 다시 보르테조밉 유지 요법을 1년간 받은 환자이다. 이식 2년 후인 2008년 고위험군인 골수외형질세포종과 골수 내에 동시에 재발해 PAD 요법(보르테조밉+ 독소루비신 + 덱사메타손)을 12차 진행하고 완전관해를 얻었으나 다시 조기 재발해 다시 보리노스탯(Vorinostat)과 벨케이드 복합 요법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어 매우 실망스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와중 2011년, 세엘진의 `레블리미드`가 출시됐다. 레블리미드는 국내 출시 전부터 이미 해외에서 다발골수종의 기본치료제로 사용돼 온 약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기대가 높았던 약이다.

레블리미드의 임상연구(MM-009, MM-010) 결과, 덱사메타손 병용요법 시 질병의 진행에 걸리는 소요기간(Time-to progression, TTP)은 위약 대비 약 3배 연장됐으며, 전체 반응률 또한 대조군 대비 3배 높았다.

48개월의 추적기간 동안 덱사메타손 투여군에서 레날리도마이드 투여군으로 47.6%의 환자들이 교차 투여했음에도 유의한 평균 생존율의 연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레블리미드가 급여가 된 것은 2014년으로, 출시 후 약 3년동안 비급여 상태였다. 조 씨 역시 고통스러웠던 주사 치료를 벗어나, 경구제 투약을 기대했지만 비급여 상태의 레블리미드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조 씨는 "레블리미드의 약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보험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약값에 대한 비용 걱정을 모두 하기 마련이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고가의 약을 무턱대고 사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주치의도 선뜻 권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전 치료가 고통스러웠던 상황에서 자비로 레블리미드를 투약하기 시작했고, 세엘진에서 '레블리미드 동정적 프로그램'이 시행돼 어느 정도 비용 부담에 대한 완화가 있었다.

현재 레블리미드는 2014년 다발골수종의 2차 치료제, 그리고 2017년 12월 이전에 항암요법을 받지 않은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다발골수종 환자, 즉 새로 진단받은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적용받았다. 이전에 최소 한가지 이상의 치료한 환자에서 멜팔란 및 프레드니솔론 병용요법 또는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에 대해 보르테조밉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올해 2018년 6월 7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발골수종 환자의 유지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확대 승인 받았다.

레블리미드를 복용한 뒤, 조 씨는 이전 치료와는 분명히 다른 장점을 겪었다.

조 씨는 "레블리미드로 항암치료를 받기 이전에는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일주일에 두번씩 병원에 일부러 가야 했다. 그런데 레블리미드는 경구제이기 때문에 집에서 약을 먹으니까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며 "실제로 레블리미드 복용 후 증상도 이전 치료제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졌다. 이전에는 치료과정에서 밥을 먹지도 못해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밥을 먹는 것도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 다발골수종의 `완치`는 불가능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조 씨는 현재 '완전 관해' 판정을 받았다.

레블리미드 치료 이후 빠른 종양의 소실이 관찰됐고 3주기 후 부분 관해 판정을 받았다. 11주기 째인 2011년 10월에는 완전 관해를 달성했으며 이후 현재 만 7년을 관해 상태로 유지 중이다.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에서 가장 기본 베이스가 되는 약물 중 하나다. 다발골수종은 질환의 특성상 완치가 안되며, 재발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에 `임상적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입증된 약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꼽힌다.

그중에서도 레블리미드는 경구제라는 점, 타 치료제들이 갖고 있는 신경독성이 덜하다는 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통의 다발골수종 치료제는 신경독성이 심한 약제가 많아 환자가 손발이 저리는 등의 부작용 문제로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블리미드는 신경독성이 거의 없는 약이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 유지가 가능하다.

이재훈 교수<사진>도 치료 효과만큼이나 환자들의 장기적인 약물 투여 시 가장 고려할 점은 '부작용의 최소화'라고 꼽았다. 부작용이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이재훈 교수는 "조 씨의 경우 장기간 치료하는 동안 설사가 자주 발생해 레블리미드 및 스테로이드 용량을 잠시 줄인 적은 있었으나 큰 부작용은 없었다. 현재 환자의 전신 수행상태는 0으로 아무런 증상 없이 직장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제 레블리미드는 국내에서 1차, 2차 옵션으로 비용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됐다.

실제로 치료제의 급여 여부는 상당히 국내 환자 치료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레블리미드도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기점으로 전과 후를 나눠보았을 때,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가장 뚜렷하게 변화가 나타났다.

이재훈 교수는 "급여 여부는 우리나라에서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특히 1차 요법으로 레블리미드가 승인이 된 이후 약 절반 이상의 환자가 레블리미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올해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이후 유지요법'이 빠른 시일 내에 보험급여가 된다면 더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항암치료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은,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발골수종에 이식이 불가능한 고령환자군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1차 치료에서부터 어떤 약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쓰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이재훈 교수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반응률과 생존기간으로 표시되는 약제의 효과다. 그 외에도 투여의 편리성이나 부작용 그리고 환자의 부담 비용도 중요한 요소다"며 "잦은 재발과 진행을 경험하는 다발골수종 환자들을 현 치료단계에서 최대한 오래, 효과적으로 머무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또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회사와 정부의 지원, 즉 보험급여 적용이 꼭 필요하다. 치료환경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약의 지속적인 도입과 검증된 약제들의 허가 및 보험급여 확대다. 최근 간신히 통과된 다라투무맙의 예에서 보듯이 혈액전문의의 권고사항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라며, 이미 미국에서는 표준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혈모세포이식이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빠른 시일 안에 급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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