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허가받았을 때요?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그동안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약이 너무 한정적이었거든요."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
<사진>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의 치료 환경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 중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는 TNBC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약은 세포독성항암제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TNBC에서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아브락산(nab-paclitaxel)'의 병용요법이 허가되면서,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처음으로 2년 이상의 OS 혜택을 입증했다.
하지만 약의 가치는 실제 임상에서 드러난다. 아무리 임상데이터 결과가 좋을지라도, 실제 임상에서는 더욱 다양한 컨디션의 환자들이 약을 처방 받기 때문이다.
티쎈트릭이 국내 TNBC 환자에게서 사용된지 1년. 다행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 케이스가 꾸준히 쌓여갔다.
이제 의사들은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급여'를 바라보고 있다.
"티쎈트릭이 허가받기 전, TNBC에서 사용되던 세포독성항암제는 평균 1년 정도의 생존기간을 보였습니다. 반면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서 2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나타낸 '유일한' 치료제입니다. 이 부분을 정부도 관심 가져주길 바랍니다."
◆ 'TNBC' 치료 환경의 변화 시작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아형 중 가장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암종으로, 타 유방암에서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 HER2 표적치료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들 치료제가 주로 타깃으로 하는 수용체(ER, PR, HER2)가 TNBC는 모두 음성인 탓이다. 이에 전이성 TNBC 환자들의 치료 옵션은 대부분 20~30년 전 출시된 세포독성 항암요법으로 제한돼 있었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면역항암제 옵션이 생겼고, 유전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를 포함, 삼중음성 유방암에 쓸 수 있는 옵션들이 생겨나고 있죠.
이런 다양한 약제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의 생존기간은 약 1년 내외에 불과했습니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기본적으로 일반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나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허가를 받으면서 TNBC 치료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3상 IMpassion130 임상연구를 통해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처음으로 2년 이상(25.4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 중간값을 확인했다.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은 대조군(5개월) 대비 유의한 7.5개월의 중간값을 보였다.
동일 연구에서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약 60%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으며, 이중 10%의 환자에서 완전 관해 상태가 관찰되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고작 몇 개월 정도의 생존기간 연장이 실제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겠냐고 질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약 1~2개월만하더라도 암 환자에게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의미가 굉장히 커요.
삼중음성 유방암은 약 한두 달이라도 생존기간을 연장시킨 약제가 나오면 허가를 해주죠. 그런데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이 이상의 임상적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실제' 환자들에게서 증명된 효과
그렇지만 아무리 치료제가 출시됐어도, 허가 임상과 실제 임상에서의 효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조건에 맞는 환자를 모집하는 RCT와 달리 실제 임상에서는 다양한 환자 유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약 40% 감소시켰죠. 다만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진료현장에서 사용된 지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아 전체생존기간 추적관찰 기간이 짧아요.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놀랍게도 실제 임상에서도 티쎈트릭은 환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김 교수가 직접 진료한 환자 중에는 40대 미혼 여성이 있다. 이 환자는 2019년 10월 조기 유방암 치료 후(adjuvant) 4년만에 재발해 다발성 폐 전이까지 확인됐다.
그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개월 간 티쎈트릭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TNBC에서 티쎈트릭이 비급여이기 때문에, 2020년 7월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환자는 실비 보험도 없어 치료제 비용을 온전히 부담해야 했습니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비급여로 오래 사용하다 보니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계속 커졌고, 결국 약 8개월 정도 치료받은 후 작년 7월 티쎈트릭 병용요법 치료를 중단해야 했죠."
그럼에도 해당 환자는 2021년 2월, 재발 후 1년 4개월이 지났으나 안정병변(SD, Stable Disease) 유지 중이다. 치료 중에는 휴직했으나, 티쎈트릭 병용요법 치료 후 업무에도 복귀한 상태다.
"치료는 중단됐으나 아직까지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현재 계속 추적관찰 중에 있습니다. 2019년에 재발이 확인됐고 약 1년 4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인데 환자 상태가 안정적입니다. 티쎈트릭 병용요법 3상에서 보여준 무진행생존기간보다 훨씬 길게 나타나고 있어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병용요법의 경우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티쎈트릭 이상반응은 임상연구에서 확인된 것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보다 심한 이상반응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면역항암제의 이상반응은 대부분 비슷한데, 약제로 인한 폐렴, 갑상선 기능 저하, 피부 발진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제가 치료했던 환자들 대부분 큰 이상반응이 없었습니다."
아울러 최근 암 환자 치료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삶의 질'이다.
티쎈트릭은 임상시험에서 환자 삶의 질을 손상시키지 않고 질병 진행을 지연시켰으며, 대조군과 비교해 건강 관련 삶의 질(HR-QoL)이 저하되기까지의 기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김 교수는 어느 정도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소에는 암으로 인한 증상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여기엔 구토, 탈모 등이 포함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들이 유독 치료 자체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대개 4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을 치료할 때, 환자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있습니다. '현재 상태는 100%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기관으로 전이가 발생하지 않게 막고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머리카락도 많이 안 빠지고, 심한 구토도 없기 때문에 식사를 못해 살이 급격히 빠지는 증상이 없습니다. 이에 병원과 집을 오가는 일이 편안해지면서 삶의 질이 매우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삶의 질' 측면에서 TNBC 환자들이 다른 일반인처럼 잘 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제가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처방한 30대 여성 환자는 수술 후 8개월만에 병이 재발한 케이스였습니다. 이 분은 뼈 전이로 인한 통증이 상당히 심했는데,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한두 번 맞은 후부터 통증이 바로 사라졌어요. 이런 부분도 환자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일환이겠죠."
◆ 암 환자의 사회 복귀 앞당기는 '급여'
이제 의사들은 TNBC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생긴만큼, 급여를 요청했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경제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40세 이하의 젊은 연령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처럼 TNBC 환자들은 생산성 및 양육 활동 등의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의사들은 현실적 치료 대안인 티쎈트릭 병용요법에 관심을 촉구했다.
"임상 의사로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 젊은 환자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심지어 부모일 경우 자식들이 상당히 어린 경우가 많아요. 이들에게 치료를 시작하면 약 1년 정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결국 비용 때문에 치료를 끊게 되는 케이스를 가장 안타까워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 및 간병비 등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고려했을 때, 적시의 치료와 급여 적용은 그만큼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다.
"젊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많은 가족들이 병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한 환자를 간병하기 위해 가족들은 일도 그만두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굉장히 클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남편, 이외 여러 가족들이 평범하게 일상적인 경제생활에 임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클 것입니다."
김 교수는 치료제의 '급여'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가 크게 달라짐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비급여 약을 처방하기가 어렵습니다. 의료진이 권유를 할 수는 있지만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못 쓴다'라고 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급여는 '임상 데이터'가 상당히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김 교수는 티쎈트릭 병용이 갖고 있는 '유일한 혜택'이 높게 평가받기를 소망했다.
"티쎈트릭 병용요법과 같은 새로운 TNBC 약이 빨리 도입된 것은 기쁘지만, 나아가 급여까지 이어진다면 안타까운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 입니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비용 때문에 약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입니다. 한 젊은 미혼 여성 환자분은 어머니가 집을 팔아서라도 치료를 시키겠다고 하셨죠.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어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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