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에 찾아간 환자들‥"건선 산정특례 기준, 개선하라"

한국건선협회, 불평등·불합리·불공정한 기준 개선 지속적으로 요청
보험 급여 기준과 다른 산정특례 조건, 5년 재등록 기준조차 '치료 중단'이란 조건 붙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6-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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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 9일, 건선 환자들이 직접 원주에 위치한 건강보험공단으로 찾아갔다. 


'중증 건선'의 '산정특례' 기준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의 산정특례 기준을 놓고, 불평등·불합리·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 '산정특례'는 왜 존재하는가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이하 산정특례)'는 2005년 9월부터 시행됐다. 


산정특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에 의거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자와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건선은 산정특례에 포함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 같은 면역계 질환들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포함됐는데 말이다.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2017년 6월, 드디어 건선은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긴 했다. 그렇지만 이조차 150만 건선 환자 중 치료비 부담이 큰 '중증 건선'에 한해 적용됐다.


2017년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150만 건선 환자 중 중증 환자가 22,000명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산정특례에 등록된 중증 건선 환자수는 4,500명에 불과했다. 


중증 건선 환자가 산정특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격한 등록 기준' 때문이었다. 


현재 중증 건선에 중요한 치료옵션인 생물학적 제제는 대부분 보험 급여가 돼 있다. 기존 약물 치료 '혹은' 광선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대상이다. 


반면 산정특례에 신규 등록을 하려면, 약물 치료와 광선치료 '모두'를 실패해야 가능하다.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은 진단을 받으면 바로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하다. 치료제 보험 급여 기준이 충족되면 당연히 산정특례 대상이 된다. 


'중증' 환자만이 산정특례 대상이 되도록 별도의 질병코드가 마련된 중증난치질환은 중증 건선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단 2가지 뿐이다. 


하지만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 보험 급여 기준과 산정특례의 등록 기준이 동일하다. 아토피 피부염에 사용되는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가 2020년부터 보험 급여가 됐으므로, 해당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은 올해부터 바로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중증 건선 환자들이 산정특례를 활용하려는 이유는, 생물학적 제제가 보험 급여가 되더라도 '장기적 치료'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건선협회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은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 생계나 치료, 둘 중 하나의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 고가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중증 건선 환자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치료 효과와 경제성 평가 등을 근거로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를 결정했다. 그러니 이에 맞춰 산정특례 신규 등록 기준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산정특례는 5년마다 재등록을 해야하는데, 이 기준에 '치료 중단' 조건이 문제가 됐다. 


▲생물학적제제 치료받은 중증건선 환자는 특례 적용 기간 만료 1년 이내에 '치료 중단' ▲다른 전신치료(메토트렉세이트/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약물요법과 광선치료 등)를 3개월 이상 진행 ▲판상 건선이 신체표면적 5%이상, PASI Score 5점 이상의 임상 소견 보이는 경우에만 재등록이 가능하다.


중증 건선 환자들은 어렵사리 기준을 통과해 산정특례를 적용 받더라도, 잘 유지하던 치료를 중단하라는 조건에 두려움을 표했다. 


한 건선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까지 중증 건선 환자들은 앞서 여러 치료를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건선은 삶의 질 하락이 큰 질환으로 실패했던 치료로 돌아가라는 것은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고 오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한국건선협회는 이러한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을, 환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실험 대상으로 보는 반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에는 이 산정특례 기준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가 개최됐다. 


특히 중증 건선 5년 재등록 기준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인정됐음에도 '1년간 유예'한다고 정리됐다. 


협회는 "중증 건선 5년 재등록 기준에 '치료 중단' 조건은 검토의 대상이 아니며 당장 없애야 함을 분명히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직접 건보공단 앞에 선 이유 


한국건선협회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원주까지 찾아갔다.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의 산정특례 기준 개선을 위해 이미 몇 차례 건보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은 한국건선협회 측에 자료를 하나 전송했다. 


산정특례 확대로 등록된 중증 건선 환자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였다. 


이에 대해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은 2017년 6월 산정특례가 시작돼, 4년 여 동안 고작 4,500명의 환자만이 등록됐다. 아직도 많은 중증 환자들이 등록하지 못한 상황으로, 등록 환자 수가 증가 추세인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중증 건선 환자 22,000명에게 14억 8천만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 전망했다. 산정특례를 받은 1인당 평균 급여비는 67,273원으로 추계했다.  


이 부분에 대해 협회는 산정특례가 적용된 질환은 '중증'의 건선임을 강조했다. 


협회는 "모든 건선 환자가 대상이 아닌, 고가의 의료비 지원이 절실한 '중증' 건선 환자만이 산정특례에 등록할 수 있다. 경증과 중등증의 환자 모두가 산정특례 등록 대상인 타 자가면역질환들과 비교해 볼 때, 1인당 평균 급여비는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산정특례 전인 2016년 중증 건선 급여비와 2020년 급여비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가 있었다는 건보공단의 설명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협회는 "산정특례 이전에는 중증 건선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많았다. 급여비의 급격한 증가는 그만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중증난치질환 별 질환마다 다른 치료제가 쓰이고, 치료법이 달라 비용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 환자들이 타 질환 대비 산정특례로 대단한 수혜를 받는 것처럼 인식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협회는 "중증 건선의 심각성과 중증도, 환자의 고통과 삶에 미치는 영향이 아토피 피부염이나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중증 난치질환에 대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인지 묻고 싶다. 다른 중증 질환 대비 덜 고통스러운 질환이라는 정부의 정책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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