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의료광고, '심의 사각지대' 방치‥관리 체계에 구멍

4년간 적발된 불법광고 87% '미심의'‥SNS·AI 기반 광고 규제 벗어나
지자체마다 단속 기준 달라 실효성 부족…"플랫폼 자율규제 필요"
"단속보다 인식개선 중요"…정부-의료계 협력 기반 정비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27 10:5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온라인 중심의 의료광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의 심의 및 단속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SNS·유튜브·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심의제도는 여전히 일부 매체에 국한돼 운영되고 있으며, 사후 모니터링은 인력과 자원의 한계로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원이 최근 발간한 '의료광고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된 불법 의료광고의 87.09%는 심의 없이 게시된 '미심의 광고'였다.

이는 의료광고의 신뢰성을 저해하며, 규제 체계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심의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은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큰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광고 방식도 점차 정교하고 교묘해졌다. 전후 사진, 시술 후기, 1+1 이벤트 등은 여전히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편집이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간접광고가 새로운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틱톡·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시술 장면을 직접 노출하는 광고도 확산되는 추세다.

연구팀은 "이러한 광고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고, 의료서비스 선택에 있어 신뢰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대응도 문제다.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현재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3곳에서 맡고 있으나, 실제 심의 인프라는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모든 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를 현 의료광고심의위원회 3개 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사후 모니터링 역시 실효성이 떨어졌다. 최근 4년간 총 3676개 기관에서 1만666건의 불법 의료광고가 적발됐지만, 복지부나 보건소로 조치가 이관된 비율이 낮은 동시에 대부분이 시정 안내나 경고에 그쳤다. 반복 위반 기관에 대한 실질적 제재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시정 안내(51.13%)와 경고 안내(20.09%)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보건소 등 지방자치단체로의 조치 요청은 28.78%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역시 1차 요청이 전체의 93.08%를 차지해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례가 처리되고 있으나, 보건소 조치 요청은 6.92%에 그쳐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는 비율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

대한한의사협회의 경우 1차 요청이 전체 조치의 44.99%를 차지하며 초기 대응 단계에서 상당수의 사례가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차 요청(0.53%), 복지부 시정 의뢰(0.80%), 삭제 및 중단(2.75%)과 같은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단속 역량도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 광고 문구에 대한 해석이 각 지자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인력 부족으로 상시적인 점검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지자체의 모니터링 단계는 각 지역별로 조직과 자원이 상이하여 일관된 관리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국 적발 이후에도 실질적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국민 인식도 규제 실효성 저하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3%가 "불법 의료광고를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답했으며, 의료광고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10.3%에 그쳤다. 광고를 통해 의료기관을 선택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69.4%는 "광고 내용과 실제 의료서비스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의료광고 관리 강화를 위해 ▲심의기구 확대 및 면제기준 정비 ▲불법광고 모니터링 전담조직 설치 ▲지자체-중앙정부 간 협력체계 강화 ▲불법 광고 신고 인센티브 도입 ▲플랫폼 내 자율규제 시스템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제안했다.

이처럼 현행 제도는 실효성이 낮고 행정적 대응 역시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전략 전환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모니터링은 단순 불법 의료광고를 적발해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불법 의료광고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재발을 방지하는 인식개선의 일환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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