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계, 국회, 정부와 연이어 접촉하며, 실질적인 복귀 조건 설계에 착수했다.
새로 출범한 비대위는 수련 연속성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의 상징이었던 '사직' 이후, 복귀를 서두르기보다 지속 가능한 수련 환경을 위한 조건을 조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박단 전 위원장의 사퇴 후, 28일 한성존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대위가 꾸려졌다.
이후 첫 공식 일정은 7월 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마련한 의료계 회동이었다. 이날 회동에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이 함께 참석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12일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교육·수련 단절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위기를 공유했다. 양 단체는 "전공의 수련의 연속성과 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도전문의 확충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3일 열린 '전국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들의 수련제도 개편 제언을 청취했고, 14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의 '중증·핵심의료 재건 간담회'에서 사법적 리스크 완화와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15일에는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수련병원협의회와 3자 간담회를 열고,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한 병원 현장의 조정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련의 행보에 대해 일부 의료계 단체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공의 단체가 정부 및 의료계와 대화에 나선 것은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중단된 전문의료인력 양성을 재개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전공의들의 개혁 요구는 절박한 구조적 외침"이라며 의료계가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귀가 점차 현실화되는 가운데, 향후 수련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군 복무 여부, 연차별 이수 정도, 수련 중 임상 지속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이 얽혀 있는 만큼, 일률적인 복귀 정책보다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부회장은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군 복무자는 전역 즉시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제도 연계가 필요하고, 인턴 1년차는 별도 TO를 배정해 처음부터 다시 수련하도록 해야 한다. 중도 수련자는 기존 경력을 인정해 잔여 과정만 이수하게 하고, 수련 직전 중단자는 단기 집중 코스를 통해 전문의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복귀 논의는 형평성과 특혜 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병역 이행이나 전문의시험 응시처럼 민감한 이슈에 정부가 유연하게 대응할 경우, 국민 감수성과 충돌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복귀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특혜성 조치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지원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귀 시점이 불분명하고, 예외적 조치가 특혜로 비춰질 경우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공의 복귀 논의는 선언만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정책 조정, 수련제도 개선, 사회적 신뢰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복수의 간담회와 회의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의료현장의 법적 리스크 완화는 미래 의료를 위한 중요한 주춧돌이라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이는 비대위가 복귀 논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직 전공의 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반됐다. 수련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군 입영자 지원,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형사처벌 완화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되, 모든 결정과 판단은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비대위는 그간의 의견 수렴과 설문조사, 의료계와의 간담회를 바탕으로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공식 요구사항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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