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 '티사젠렉류셀(제품명 킴리아)'은 교과서에서만 봤던 약이었다. 연구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도전이었는데, 하다보니 익숙해지고, 좀 더 알게 되고, 팀 내 종양내과 약사들도 많이 도움을 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2025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된 포스터 발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준혁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사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김준혁 약사는 김예슬, 양사미, 최지영, 한혜원 등 서울아산병원 약제팀과 함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 Tisagenlecleucel의 임상적 성과 : 단일 기관, 후향적 연구' 포스터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티사젠렉류셀을 국내 현실 임상 환경(Real-World)에 적용해 치료 효과와 이상반응을 평가한 연구로, 국내 최초 실사용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연구로 평가받았다.
또한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병원약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이번 연구는 단순 결과 보고를 넘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예방 및 프로토콜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약사의 전문성을 살린 실무 기반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김준혁 약사는 "국내에서는 CAR-T 치료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는 없는 실정이다"라며 "서울아산병원은 신약이 도입된 경우 1년 이상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는데, 티사젠렉류셀을 모니터링 하던 도중, 상당히 고가인 이 약제가 기존의 항암 치료 대비 얼마나 뛰어난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일지가 궁금했다"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연구는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티라젠렉류셀을 투여받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r/r DLBCL)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처방 적절성 ▲유효성 평가 ▲안전성 평가 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처방 적절성은 100%였으며, 유효성 평가에서는 전체 객관적 반응률(ORR)은 47.6%, 완전관해율(CR)은 40.5%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위값(mPFS)은 2.3개월(3개월 PFS 40.5%, 6개월 PFS 14.3%)이었다. 이는 티사젠렉류셀의 다국적 임상시험인 JULIET 연구와 비슷한 수준의 결과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모니터링 환자들은 고혈당 혹은 혈액학적 이상 반응 등이 관찰됐다. JULIET 연구와 유사한 수준이었고, 대증적 치료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완화됐다.
특히 안전성 평가에서 주요하게 연구한 부분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Cytokine Ralease Syndrome)과 면역세포 관련 신경 독성(ICANS, Immune Effector Cell-Associated Neurotoxicity Syndrome) 간의 관계였다.
그 결과, JULIET 연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CRS는 전체 환자군 88.1%에서 발생했고, ICANS는 26.2%의 빈도로 관찰됐다. CRS의 중증도와 ICANS의 발생에서 유의한 상관관계가 관찰됐는데, CRS 심각도(grade) 증가에 따라 ICANS 발생률의 증가 위험은 3.35배로 나타났다.
김 약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티사젠렉류셀의 유효성, 안전성 평가가 없었는데, 실제 임상 데이터를 만들어 향후 국내 CAR-T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연구는 전자진료기록(EMR)을 바탕으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 의료진과 소통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진료팀에 공유했고, 공동 연구를 해보자는 이야기까지 진행된 상태다. 이번 연구가 약제팀과 진료팀 협력 연구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포스터 심사를 맡은 홍소연 한국병원약사회 학술부위원장은 이 연구에 대해 "JULIET 연구는 비교적 선별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나, 본 연구는 현실 임상 환경에서 흔히 마주치는 고위험군도 포함된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유사한 효능 지표를 보였다는 점은 티사젠렉류셀의 임상적 유용성을 국내 환경에서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사가 본 연구의 주체로 참여해 국내 처음 도입된 CAR-T 치료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환자 모니터링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CRS와 ICANS라는 두 가지 주요 이상반응 간의 유의한 연관성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약사가 치료 과정 중 이상반응 조기 감지 및 중재를 위한 임상 감시자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연구의 가치를 평가했다.
연구를 리드한 김준혁 약사는 "임상 경험을 더 많이 쌓아서 전문약사 취득에도 도전하는 등 좀 더 전문성 있는 약사로 거듭나고 싶다"면서 "국가공인 전문약사 제도가 올해로 3년을 맞이하는데, 전문약사의 전문성이 실제로 진료팀에 인정을 받고, 그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수가 마련과 함께 제도적 장치가 더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준혁 약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 연구에서 강조하고 싶은 데이터는 어떤 것인가.
안전성 평가에서 두 가지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혈액학적 이상반응의 경우, 티사젠렉류셀 투여 전 진행하는 항암 화학요법의 일종인 림프구 제거 화학요법 과정이 있다. 이 화학요법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티사젠렉류셀 투여로부터 28일 후 혈액 검사 수치를 바탕으로 연장된 범혈구 감소증(Prolonged Pancytopenia)의 빈도 관찰을 했다.
그 결과, 티사젠렉류셀 투여로부터 14일 전까지 관찰된 혈액학적 이상 반응의 빈도가 28일 시점에서는 근소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간 이 증상이 유지되면 치료나 관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매니지먼트가 치료 성과의 중요한 열쇠다. 즉, 적절한 약물 대응 매니지먼트로 혈구 감소증이 관리될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론을 내지는 못해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또 하나는 CRS와 ICANS 관계다. 기존에는 ICANS 심각도가 1인 경우 예방적으로 레베티라세탐이라는 약제를 사용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CRS 중증도에 따라 ICANS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프로토콜 개선 차원에서 CRS가 발생한 환자에 대해 예방적, 선제적 차원으로 레베티라세탐을 적극 사용하는 개선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프로토콜과 관련해서는 팀과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Q. CRS나 ICANS 진단 시 약제팀에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두 이상반응이 진단된 경우 대응 약제로 토실리주맙(오리지널 상품명 악템라), 덱사메타손(오리지널 상품명 디카드론)이 처방됐을 때 이러한 약제들이 적절한 용법과 용량으로 처방됐는지 아니면 중복 투여가 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처방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티사젠렉류셀이 우리 병원에 들어올 당시, 표준관리 지침(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이나 프로토콜 수립에 약제팀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티사젠렉류셀 투여 전후, 전처치 약물이나 워시아웃 돼야 하는 제한 약제 목록 작성, 제한 약제가 환자에게 투여됐는지 스크리닝 하는 업무도 수행했고, 이와 더불어서 CRS가 발생했을 때 대응 약제들의 관리나 예방적 항생제 사용 등과 관련된 것에 SOP 작성을 약제팀이 주로 했다.
티사젠렉류섹 투여 전에 이뤄지는 림프구 제거 화학 요법 및 항암 프로토콜 세팅 또한 약제팀에서 전산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Q. 임상 결과의 주요 지표가 환자의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어떤 의미가 있나.
티사젠렉류셀의 허가사항 자체가 2차, 3차 치료에 실패한 재발성, 불응성 환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ORR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PFS 같은 경우는 JULIET 임상시험에서도 2.9개월로 나왔는데 저희는 표본 수가 적기는 하지만 2.3개월로 나왔고, 소수의 환자의 경우는 CR을 유지한 채로 장기 생존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mPFS가 짧기는 하지만 재발성 불응성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또한 더이상의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추가된 것도 의미가 있다.
김준혁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사. 사진=조해진 기자
Q. CAR-T 치료 진행 시 병원약사와 환자와의 접점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환자 관리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주로 진료과에서 담당 의사와 진료 전담 간호사들이 환자 접종 업무를 한다.
다른 항암제의 경우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는 약사가 교육을 하는 등 관련 지침이 세팅이 돼 있는데, CAR-T는 아직 그렇게 체계가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투여 전 관리와 투여 후 관리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프로토콜이 중요하다. 주기, 일수가 정해져 있고, 세팅된 대로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산적인 설정이나 관리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이다.
개인마다 프로토콜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투여 용량이 다를 수 있다. NCCN 가이드라인에 나와있는 용량에 대해 기본적으로 항암 프로토콜에 전산이 세팅돼 있다. 의료진들이 정해진 프로토콜을 선택하면 약제팀이 세팅해 둔 전산이 전달되고, 여기서 용량을 감량, 증량한다.
증량이나 감량을 할 때 직접 수기로 입력하면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프로토콜 전산 세팅을 통해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프로토콜 자체를 변경하거나 할 때는 이에 대한 적절성을 다시 사후평가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병원별로 항암 프로토콜 관리에 대한 전산은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기도 하고, 의료진과의 의사소통도 계속 필요한 부분이다. 전산 전반적 관리 자체에 대한 오너십을 약제팀에서만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문데, 서울아산병원은 약사 주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임상 경과 등과 같이 세밀한, 유전형에 따른 치료 성과 등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조건에 따른 세부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이에 대한 의견이 필요하다.
이는 약사만의 관점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관련 연구를 좀 더 모아서 성과를 발표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Q. CAR-T 치료제는 해외에서 제조가 진행된다. 제조 전 환자의 혈액 등을 보내기 위해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병원약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환자가 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의 기존 세포를 채취하거나 하는 전처리 과정에서 워시아웃이 필요하다.
이에 환자가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파일 확인을 하고, 대응방안과 조언 등의 중재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다.
CAR-T는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세심한 매니지먼트를 요구하는 약이다. 이에 약을 환자에서 채취해서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배송 받아서 동결 상태에서 이송해서 우리 병원에서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인력과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약사의 행위 수가라든가 인력 산정에서 뭔가 새로 신설되는 업무에 대한 인력을 별도로 배정해서 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보니 약사들이 전적으로 관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긴 하다.
전반적인 관리, 투여 후 이상반응 관찰, 약물 중재 관련에 대한 업무를 다 하지만, 의약품 보관이나 관리 측면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저희도 지금 계속 병원 내부에서 특히 CAR-T 치료 센터와 진료과에서 약제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약사가 해줘야 한다며 약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력에 대한 서포트가 미비하다보니 병원에서 선뜻 약사 인력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CAR-T 치료제를 비롯해 무균조제를 해야 하는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와 같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의 도입이 점차 늘고 있다. 약의 사용 빈도가 많아지고, 요구도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약사의 역할에 대해 더 강조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다.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병원에서도 관련 인력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약이 입고되는 것은 약사가 체크하지만, 보관 장소 자체는 별도의 세포 치료제 보관실에서 보관 중이고, 사용할 때도 진료과에서 직접 가져가서 이송해서 해동 후 투여하고 있다. 과도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입고 전까지만 실무에서 관여하는데, 병원 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약의 보관과 관리도 약제팀이 주관해서 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주기적인 온도체크, 전반적인 보관 조건에 대한 관리 기록에 대한 오너십을 약제팀에서 주도하기를 원하고 있다. 팀이든, 병원이든 계속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Q. CAR-T 치료제 분야에서 다학제팀의 필요성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인 CAR-T에 대한 전문성을 탑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약사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헌으로 보는 것과 실제 임상 환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같은 과정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면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려면 다학제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진료과 관점에서 보는 문제와 약사의 관점에서 보는 문제들이 원활하게 소통 돼야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접점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Q. CAR-T 치료제 등과 같은 약을 전담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처방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약의 종류가 많아지고 있다. 관련 절차라든가 보관 조건, 관리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전담 인력이 1명 이상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전담약사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 자체에 대한 물리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약 자체에 대한 부작용을 세심하게 매니지먼트 할 수 있어야 확실히 환자의 상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병원약사에게 연구는 부가 업무다. 전공의의 경우는 수련 요건 중 하나가 논문 발표인데, 약사는 전문약사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현재까지도 그러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퇴근하고 남아서 계속 연구를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상을 받으니 그 과정들이 미화되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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