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순환기학회, 다양한 학회와 조인트‥일차의료 현장에 접점 확대

CKM 증후군 중심 통합 진료 강조‥일차의료 가이드 역할 자임
혈관학회·고혈압학회와 조인트…진료 현장과 실질적 연결
핸즈온 교육·소책자까지…'실행력' 있는 학회 본보기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12 05:56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회장, 이상 학술부회장, 홍의수 총무부회장, 한경일 정책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질환 중심 진료에 한계가 왔다. 일차의료 현장에서 먼저 마주치는 환자에게 필요한 건, 단편적 치료가 아닌 통합적 이해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순환기 질환의 예방과 교육을 넘어 다양한 학회와의 조인트를 통해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키워드는 심혈관-신장-대사 증후군(CKM Syndrome)이다. 기존의 개별 질환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CKM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질환에 대해 환자 맞춤형 통합 진료 체계를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학회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11일 열린 제14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류재춘 회장은 "이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KM 증후군은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대사질환이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행되는 복합 질환이다. 학회는 대사증후군, 심장-신장 증후군, 심대사질환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해 이들 질환 간 연관성과 임상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심장협회(AHA)도 CK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통합적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이러한 질병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진료실을 넘어 일차의료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진료 가이드를 제시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각 전문 학회와의 조인트 세션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도 대한혈관학회와의 조인트 세션이 마련됐다. ▲혈관 나이 평가법 ▲일차의료에서 적용 가능한 혈관경직도 검사법 ▲말초혈관질환의 진단 및 치료 ▲경동맥 초음파 협착 평가 등 실제 진료에 접목할 수 있는 세션이 구성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류 회장은 "일차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진료의사들이 CKM 증후군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순환기학회를 향한 학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30주년 기념 연구과제로 서울대 의대 이해영 교수의 '반지형 무커프 가정혈압 측정계를 기반으로 한 코호트 구축 연구'를 선정했고, 해당 연구의 임상 기반 확보를 위해 임상순환기학회와의 협력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병원 내 혈압 측정이 일반적이었으나, 진료실 혈압은 일상 활동이나 야간 혈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긴장 상태에서 측정되는 '백의고혈압'이나, 병원 밖에서는 혈압이 상승하는 '가면고혈압' 등의 현상이 실제 진료에서도 자주 확인된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15~20%는 백의고혈압, 진료실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의 약 13~35%는 가면고혈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고혈압학회 등은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커프형 장비는 착용 불편이 있어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반지형 웨어러블 혈압계 '카트비피 프로(CART BP Pro)'는 이러한 점을 보완했다. 운동이나 수면 중에도 혈압 측정이 가능하고,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1만원 미만의 본인 부담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고혈압학회는 이 장비를 활용한 연구에 있어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임상순환기학회의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이상 학술부회장(총괄)은 "대학병원 중심 학회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데 주력한다면, 우리는 일차의료 중심의 학회로서 당장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관리의 개념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진료실 혈압을 기준으로 치료해왔지만 최근 해외 가이드라인은 '진료실 밖 혈압'에 주목하고 있다. 진료실 밖 혈압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나은 예후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 아래, 고혈압학회의 연구가 향후 진료지침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에서 필요한 실전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도 눈에 띈다.

홍의수 총무부회장은 학회가 운영 중인 '핸즈온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성과를 언급하며 "심장초음파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 활용도는 높아졌지만, 장비만 도입되고 교육이 부실한 경우 질적인 검사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강사 1인당 수강생 4~5명 규모로 구성된 3주 연속형 교육을 도입했다. 단기 체험이 아닌 체계적이고 정례화된 교육으로 수료증 발급과 함께 현장의 반응도 크다는 평가다.

홍 총무부회장은 "향후 한국심초음파학회와 협력해 '인증의' 제도도 추진할 계획이며, 수료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진료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소책자 '심대사질환 핵심 Q&A: 최근 핫이슈와 임상 활용 정리'는 그 대표 사례다. CKM 진료 시 자주 마주치는 의문에 대해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기획됐으며, 현재 무료로 배포 중이다.

한경일 정책부회장은 "일차의료 의사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와 의문점에 대해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부정맥, 약물 등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했고 답변에는 근거 수준도 함께 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응급상황 등 주제도 추가해 실용성과 활용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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