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약 퇴출' 대선 공약…개원가 "필요한 약 사라질까 우려"

의료현장 메네스정·트리암시놀론 등 수급불안정 여전
구약 재평가 활성화, 부작용 우려…"공급 기전 마련부터"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6-14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효과 불분명 낡은 의약품 퇴출 구조 마련'이란 새 정부 공약 방향성을 두고 의료현장에선 우려 목소리가 확인된다. 지금도 의료현장에선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원리원칙만 내세운 재평가보단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진료현장에선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현상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공약 방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당시 대선공약TF 총괄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출입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재명 대통령 공약 세부안을 설명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낡은 의약품 퇴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신약 접근성을 높이려면 수십 년 전 등재된 의약품 가운데 효과가 애매하거나 '이 약값이 맞나'란 의문이 드는 약에 대해선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건강보험 퇴출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A 개원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언급된 구약, 저가약 가운데에는 필수의약품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도 필수의약품 공급이 중단돼 진료현장은 어려움을 겪는데, 구약이란 이유로 재평가와 퇴출 기전을 마련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그가 든 사례는 동구바이오제약 '메네스정'과 '메네스에스정', 동광제약 '트리암시놀론' 등이다. 메네스정의 경우 하루 90원 정도로 환자에게 처방 가능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을 비급여로 처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는 하루 55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그는 "지금도 공급되지 않는 저가약, 필수약이 많다. 신고하고 얘기해도 시정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제약사들은 이런 약을 울며 겨자먹기로 만들텐데, 정부에서 대놓고 퇴출시키겠다고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개원가를 운영하는 B 이비인후과 전문의도 메네스정 공급 불안정 현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니에르 환자에겐 루틴으로 처방하는 약인데, 인근 약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고 감안해서 처방해달라고 요청이 오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겨우 한 통 구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언제 떨어질지 몰라 필요한 환자에게만 짧게 처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필수의약품 수급불안에 대해 손을 놓은 건 아니다. 오히려 대선 공약집엔 필수의약품 수급불안 해소와 공급안정 체계 구축을 명시하며 안정화 의지를 나타냈다. 방법론으론 ▲필수·퇴장방지 의약품 생산시설 지원·비축 확대 ▲필수 원료의약품 및 백신 국산화·자급화 기술개발 적극 지원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 인센티브 확대 ▲국가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를 위한 공공위탁 생산·유통시스템 구축 ▲수급불안 필수의약품에 대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등 대체조제 활성화 추진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재평가 활성화만으로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C 개원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관지확장제 계통 '포르모테롤' 성분을 들었다. 현장에선 문제 없이 써왔지만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됐고, 16개 대상 품목 가운데 대다수 제약사가 포기한 상황이다. 이후 소아과를 비롯한 관련 진료현장에선 천식이나 기관지염 환자 기침이 오래되면 쓸 약이 없다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재평가 활성화에 앞서 제약사가 필수의약품 공급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기전부터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C 개원의는 "효과 검증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거나, 필수의약품 약가를 올려주는 등 필요한 약은 유통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원리원칙만 내세우면 제약사는 부담을 떠안고, 진료현장에선 꼭 필요한 약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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