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난임치료 근거 부족, 위험성까지…유산 증가 우려도

관련연구 임신율 14.4% 자연임신 수준, 유산율은 46.2%
"국가예산 지원, 과학적 근거 마련과 안전성 규명이 우선"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31 06:04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한방난임치료 지원 근거를 마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따른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근거가 부족한 데다 유산율 상승 우려도 있어 안전성 규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30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지원법 통과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한방난임치료비에 공적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이날 의료계는 국가나 지자체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할 때에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방치료가 난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많지 않은 데다 정부가 근거 마련을 위해 시행한 연구조차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김동일 교수에 의뢰해 강동경희대병원, 원광대광주한방병원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선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20~44세 여성 90명 가운데 13명이 임신해 14.4% 임신율을 보였고 7명이 출산해 7.78% 출산율이 확인됐다.

의과계는 한방난임치료 근거로 삼는 해당 임상시험이 대조군을 생략한 채 진행돼 과학적으로 효과를 비교할 수도 없다는 점을 되짚었다.

실제 영국 의료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이 해당 연구에 대한 저널 검토(peer review) 의뢰를 받은 뒤 소셜미디어에 '과학이 아니고 임상연구가 아니며 터무니없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연구결과 13명, 14.4%라는 임신율도 원인불명 난임 부부에게 같은 기간 기대할 수 있는 자연임신율과 차이가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신에 성공한 13명 가운데 6명, 46.2%가 유산했다는 사실은 일반적 유산율에 비해 상당히 높아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연구 참여자는 평균 30대 초반으로 유산 위험이 높은 연령도 아니었다"며 "비정상적 유산율에도 연구는 대조군조차 없어 한약 효과나 유산위험을 평가하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유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으로는 한약을 지목했다.

해당 연구에서 유산한 6명은 한약을 복용 중이거나 복용 3개월 내 임신했다. 반면 한약 복용 4~5개월차에 임신한 3명은 모두 출산했다. 절반에 가까운 출산실패율이 한약 복용 3개월 후 0으로 줄었다는 것.

2016년 연세대 원주의대 김춘배 교수팀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해 임신한 118명을 조사한 결과 한약 복용 중이거나 3개월 내 임신한 87명 가운데 2명이 사산하고 24명이 유산했다. 반면 3~6개월 내 임신한 31명 가운데서는 3명만 유산했고 사산은 없었다.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한약 복용 3개월 이내와 3개월 이후 출산실패율이 3.6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산부인과학회도 이 같은 우려에 목소리를 더했다.

최영식 연세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이미 여러 원료를 포함하는 한방제제 특성상 모체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료가 포함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며 "각종 원료에 대한 여러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이 부족해 한방제제가 오히려 모체와 태아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돼 왔다"고 언급했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도 "한약이 유산 원인이라는 건 아니다. 데이터가 너무 적다"면서도 "보통 8주에서 10주 사이를 제일 위험한 시기라고 얘기하는데 이 때 특정 약물을 복용했을 때 유산률이 유난히 높다면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심스러울 때는 맞는지 돌아보고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의심되는 상황이 있음에도 계속 가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이미 법제화 됐더라도 이 같은 우려와 문제를 국민과 정부에 지속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중요한 건 대국민 홍보다. 전에 지자체별 한방난임 지원 육성 조례안을 제정하려 할 때 전국을 돌며 이런 내용을 알려 많은 지자체가 포기했고 적극 시행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면서 "국회와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방난임치료가 얼마나 효과 없고 위험성이 있는지 계속 홍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의협 기자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방난임치료 근거로 언급된 연구에서 나타난 14.4% 임신율은 '양방 인공수정보다 높은 성공율'이라고 맞받았다.

한의협은 "모자보건법 개정은 초저출산으로 대한민국 존폐가 달린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지원해야할 필수 사업"이라며 "양의계가 보여준 우격다짐 왜곡이 아닌 최선의 진료를 통해 높은 출산율이라는 결과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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