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지원 간호사 제도, 의료계·간호계 모두 실효성에 우려

21일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 개최
의협, 진료 지원 업무 행위 45개…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 지적
대전협, PA 도입보다 전문간호사 제도 내실화가 바람직
간호계, 전담 간호사 제도의 과도한 세분화…임상 현장과 괴리 지적
간호사 진료지원 교육 체계 '부실' 우려…간호사 교육 주체·방식 논란 
복지부, 입법 전 충분한 의견 수렴할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5-22 05:58

(왼쪽부터)최수정 성균관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장겸 전문간호사협회 회장, 정의석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보경 성남시의료원 간호행정 특수파트/전담간호 담당 파트장, 윤영란 이화여대 목동병원 전담간호사, 김소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간호팀 전담간호사,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정미 대한간호협회 경기도 간호사회 회장,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사진=이정수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내달 21일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공개된 '진료지원 업무수행에 관한 규칙(안)'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간호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모호한 업무 범위와 미비한 교육 체계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21일 서울 피스앤파크 로얄홀에서 개최한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 패널토론에서는 이날 발표된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에 대해 우려 섞인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왼쪽부터)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정수 기자
첫 토론회 패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진료지원간호사에 대한 단순히 업무범위 확대나 의사 권한 위임보다는 그에 수반되는 기준, 교육, 법적 책임 등이 구체적으로 정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충기 정책이사는 "진료 지원 업무 행위에 대한 목록이 45개지만 그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예를 들면 '수술 지원'의 경우, 수술 과정에서 비침습적 보조, 침습적 지원·보조라고 할 때 비침습적 행위에 대한 내용들이 어떻게 돼 있는지, 침습적 내용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보조는 무엇이고, 지원은 무엇인지 정의가 없는 상태로, 이렇게 모호한 법령의 내용들이 있을 경우 자의적 해석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현장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직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직무를 하는 과정에서 감시라든지 보조 업무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확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PA 진료 지원 인력이라는 용어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Physician Assistant'를 줄여서 PA로 통용되고 있으며 이는 보조 행위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Physician Assistant' 단어 뜻 그대로 '의사 보조원'으로 번역해 정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 간호사 자격을 취득한 간호사들은 평균 약 8년 이상의 교육과 임상 경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전담 간호사 제도는 아직 교육 과정조차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로 검증 절차도 부재한 상태다. 전담 간호사에게 유사한 수준의 의사 보조 업무를 허가하고자 한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임상 경력이 전제돼야 한다. 졸속으로 전담 간호사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전문 간호사 제도를 재정비하고 내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경우 한국과 달리 미국은 평균 27개월 이상 교육과정과 2000시간 이상의 임상 실습을 요구하고 영국은 약 90주, 총 3200시간에 달하는 석사 수준의 교육 과정을 요구하며 캐나다도 2년 이상의 전문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배액관(Catheter) 삽입, 복수천자, 골수천자, 흉관, 절개(Incision)와 배농(Drainage) 등 고위험 침습 치료까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부학 등의 기초 과목과 내과, 외과학 등의 임상 과목의 전문적인 교육은 부재하거나 매우 단편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가 의사의 업무를 위임하거나 보조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면 교육의 주체는 물론 교육 과정의 설계와 운영 평가 전반에 걸쳐 의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러한 기반 위에 간호사와 협력을 통해 안전한 교육체계를 함께 구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보조 업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 제시된 의사 보조 업무 대부분은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가 수행해 온 술기"라며 "정부는 일부 교수의 편의와 병원장의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구조적인 약자인 젊은 간호사에게 이러한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 업무가 위임되고 나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 역시 간호사 개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예산을 투입해 의사를 더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소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간호팀 전담간호사, 윤영란 이화여대 목동병원 전담간호사, 최수정 전문간호사협회 회장. 사진=이정수 기자
김소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간호팀 전담간호사는 "간호사 진료 지원 업무의 제도화를 앞두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전담 간호사의 입장에선 첫째, 전담 간호사 제도의 과도한 세분화는 임상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다.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마주하면 단일 질환만 가지고 있는 환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다양한 증상과 복합적인 질환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분화된 제도는 간호사의 실질적인 역할 수행에 제한을 줄 수 있고 오히려 환자 케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시험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업무 정의와 현실성 있는 교육이다. 협회가 제시하는 교육 시간은 현실적으로 병원에서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한정된 인력과 시간으로 전담 간호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개월에 걸친 교육 기간은 병원과 간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교육의 이론과 깊이도 중요하지만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 있는 제도가 외면받지 않고 정착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윤영란 이화여대 목동병원 전담간호사는 체계적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윤 간호사는 "정부가 정말 올바른 전담 간호사 제도를 정착을 시키고 싶다면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지' 식의 태도는 그만둬야 한다. 병원마다 알아서 하라는 것은 결국 또다시 귀동냥 교육, 도제식 업무 전수를 반복하게 돼 환자의 안전도, 간호의 질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수정 성균관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장겸 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의 자격과 교육은 국가 차원에서 법과 제도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문제의 핵심은 '자격을 갖춘 간호사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위임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전문 간호사가 도입된 대만과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한 후에 기존에 있었던 PA 제도를 폐지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PA 제도가 남아 있는 다른 나라는 석사 이상의 학위 과정을 갖추고 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박사 과정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는 인구 고령화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질환을 다뤄야 하는 만큼 비의사인 전문 간호사와 PA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패널 토론에 이어 진행된 청중 질의에서도 우려는 제기됐다.

강원대학교병원 입원 전담 간호사라고 밝힌 한 청중은 "각 병원에 실무 교육을 맡길 경우, 교육을 누가 담당할지 불명확하다"며 "진료지원 간호사 경험이 없는 병원에서는 실무 전수가 어렵고, 의사들이 맡기엔 기존 업무 부담이 이미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를 가장 잘 아는 숙련된 간호사들이 교육을 맡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도제식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 교육자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여전히 의문이다. 교육 인력을 따로 확보하지 않으면 기존 인력이 담당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병동 등의 인력 공백 문제도 피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의료 대란 상황으로 인해 이미 간호사들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건 현장에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현장에서 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행위를 제도화하는 것은 환자와 간호사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며 업무 범위를 보수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토론과 청중 의견을 들은 보건복지부 박혜린 과장은 "교육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의 실습이 병행되지는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직무의 특성 자체가 현장에서 의사와의 협업을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들 중에는 실습 교육을 못하는 환경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주요내용’은 현재 논의해야 될 것들이 많고 어려운 과제들이 많아서 방향성 정도를 공개한 것이라면서 "업무 범위에 대해서도 시범 사업의 업무 범위를 토대로 해서 굉장히 여러 의견들을 들어가면서 45개의 행위로 추린 것이다. 이 안으로 바로 입법 예고를 하지 않고 법제화가 되기 전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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