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GLP-1 제제 비만치료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올해 3분기 내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한미약품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뻔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사노피가 경영전략 변화를 이유로 2020년 권리를 반환하면서 한미약품이 비만약으로 직접 개발에 나선 끝에 비로소 결실을 앞두고 있다.
◆ 5조원 기술수출→권리 반환 아픔 겪어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한다.
2027년 1분기로 계획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일정을 소폭 앞당긴 셈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1주일 한 번 투약이 가능한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RA)로, 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이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그러다 '잭팟'을 터트린 건 2015년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이 사노피에 기술수출 되면서다. 계약 금액은 계약금 4억유로를 포함해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35억유로까지 총 39억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5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사노피가 당뇨병이 아닌 혈우병과 스페셜티케어 등 다른 분야에 집중하기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업화 권리를 다시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한미약품으로선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글로벌 임상 3상까지 간 마당에 개발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상업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한미약품은 2021년 개발 전략을 비만약으로 수정하고 직접 임상에 나섰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비만신약을 목표로 2024년 1월부터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앞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력을 확인한 만큼, 식약처 허가는 무난할 전망이다.
◆ 국내 GLP-1 시장 점유율 50%↑ 목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위고비' 열풍이 국내서도 불면서 그 어느 때보다 GLP-1 계열 치료제에 대한 소비자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며 비만치료제 시장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것도 회사로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1780억원으로 지난 4년간 연평균 7.3%씩 성장 중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4위 수준으로 미국, 브라질, 호주에 이은 큰 규모다.
여기에 작년 4분기부터 출시된 위고비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릴리 '마운자로'까지 국내 들어오게 된다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만약 개발 열풍을 이끈 위고비, 마운자로와 경쟁에도 한미약품은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임상 3상이 올해 3분기 종료되는 만큼 정확한 체중 감소 수치는 아직 나오기 전이지만, 위고비에 필적한다(68주 간 체중 15% 감소)는 게 회사 전망이다.
그럼에도 GLP-1 제제의 대표 부작용인 위장관 부작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체내 느리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강력한 경쟁 품목이 될 마운자로가 동아시아인 일부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연구(SURPASS1~6)를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지만,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 결과값은 모두 사후분석에 그친다.
반면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은 전향적 연구로 임상 근거 수준이 더 높다.
특히 국내 생산이라는 점에서도 강점이 크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2023년 전세계 수요 폭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공급난을 겪었다. 하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인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의약품 품절 이슈로부터 자유롭게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는 점은 한미약품으로선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GLP-1 제제 간 교체투여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아직 안 된 상황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의료진 처방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와 함께 국내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중 GLP-1 제제 시장은 빠르게 2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점유율 50% 이상을 가져가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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