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2026 수가협상, '전 유형 타결'이 남긴 의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02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마무리됐다.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3%, 상대가치점수 연계분 0.07%를 포함해 전체 평균 인상률은 2.0%로 확정됐다.

여느 해처럼 밤샘 협상이 이어졌고, 재정 규모(밴드)와 산정 근거가 공급자 단체에 사전 공유되지 않는 '깜깜이 협상' 구조도 여전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특이점을 남겼다.

첫째는 전 유형 타결이라는 결과다. 2014년(2013년 협상), 2018년(2017년 협상)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8년 만이다. 수가 인상을 둘러싼 소수점 단위의 줄다리기가 매년 반복되고, 일부 유형은 늘 결렬을 택해왔던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단연 이례적이다. 쉽게 말해 가장 '예쁜'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하지만 이 '예쁨'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수가협상단장은 새벽 2시경 첫 타결 직후 "유형별 수가협상에 참여한 지 19번째인데 이번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SGR 순위는 약국, 병원, 치과, 한의, 의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중간 순위였던 치과가 타결을 먼저 끊자 상위 순위인 약국과 병원, 그리고 하위 순위인 한방과 의원까지 협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협상 마감 직전까지 눈치싸움이 계속됐지만, 결국 7개 유형 모두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각 유형별 인상률은 ▲병원 2.0% ▲의원 1.7% ▲치과 2.0% ▲한의 1.9% ▲약국 3.3% ▲조산원 6.0% ▲보건기관 2.7%로 확정됐다. 수가 1% 인상 시 약 6978억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 따른 총 추가소요재정은 약 1조 3948억 원에 달한다.

두 번째 특이점은 공급자 단체의 태도 변화다. 예년에는 건강보험공단을 향한 날 선 비판이 협상장을 지배했지만 올해는 일부 단체에서 공단 측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기류도 감지됐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이 신뢰를 바탕으로 약국 유형에 배려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단, 약국은 올해 SGR 순위 1위로 협상 여건이 가장 유리했던 유형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는 구조적 배경을 고려해 받아들여야 한다.

세 번째 특이점은 공단의 협상 전략 변화다. 순위가 낮은 치과와 한방 유형의 타결을 유도하기 위해, 공단은 수가협상 타결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장성 강화 및 수가정책 지원을 권고하는 부대결의를 마련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유창길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이 약속한 한의 보장성 강화 방안이 반드시 이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원 유형은 그간 수차례 협상 결렬과 환산지수 차등 적용 등 누적된 과제를 안고 있었다. 타결은 이뤄졌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협상 직후 "공단 우위의 불합리한 협상 구조가 이번에도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점은 의협과 건보공단이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190억 원 규모의 재정 투입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향후 의원 유형에 대한 정책적 보완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가협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그 안의 싸움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2026년 수가협상은 수치보다 복잡한 맥락 속에서 각 유형의 대표들이 자신의 회원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 테이블에 임한 결과였다.

'전 유형 타결'이라는 숫자 뒤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협상의 진통이 있었다. 긴 밤을 견뎌낸 협상단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단순한 타결이 아니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절박한 합의였다.

관련기사보기

[종합] 2026 수가협상, 7개 전 유형 타결…평균 인상률 2%

[종합] 2026 수가협상, 7개 전 유형 타결…평균 인상률 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전 유형 타결로 마무리됐다. 공급자 단체들은 이번 협상이 "유독 힘든 싸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각기 다른 어려움을 안은 채 조금이라도 환산지수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협상이 이어졌고, 결국 30일 시작된 협상은 31일 오전 7시가 돼서야 종료됐다. 전 유형 타결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7개 공급자 단체와 수가계약을 완료하고, 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 협상 결

2026 수가협상 마라톤 종료…8년 만에 전 유형 타결

2026 수가협상 마라톤 종료…8년 만에 전 유형 타결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긴 마라톤 끝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마무리됐다. 모든 유형이 타결되면서 2014년, 2018년에 이어 8년 만에 전 유형 타결이라는 기록을 다시 쓰게 됐다. 유형별 환산지수 인상률은 ▲병원 2.0% ▲의원 1.7% ▲치과 2.0% ▲한의 1.9% ▲약국 3.3%로 결정됐다. 평균 인상률은 2.0%, 추가소요재정은 1조3948억원이다. 올해 수가협상은 30일에서 31일로 넘어가는 새벽까지 진행됐으며, 대부분의 단체가 오전 6시 전후로 협상 타결을 알릴 만큼 치열한 막판 줄다리기를

치협, 수가협상 첫 타결‥"19년 중 가장 힘든 협상이었다"

치협, 수가협상 첫 타결‥"19년 중 가장 힘든 협상이었다"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의 첫 타결 주자는 대한치과의사협회였다. 치협은 31일 새벽,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타결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긴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자들과 만난 치협 마경화 수가협상단장은 "유형별 수가협상에 참여한 지 19번째인데 이번이 제일 힘들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최선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중간 정도의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치과 유형은 SGR(유형별 환산지수 결정 모형)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협상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마

"기대했지만 쉽지 않아"…병협, 최종 수가협상 신중 모드

"기대했지만 쉽지 않아"…병협, 최종 수가협상 신중 모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정 갈등 여파로 전공의 이탈 등 큰 손실을 입은 병원계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최종 수가협상 1차를 마친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의 반응은 기대와는 달랐다. 30일 협상 직후 병협 유인상 수가협상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대감이 있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공단은 재정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병원계는 특히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인력 공백이 발생했

약사회, 인상안 '간극'에 당혹‥최종 수가협상, 긴 싸움 예고

약사회, 인상안 '간극'에 당혹‥최종 수가협상, 긴 싸움 예고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최종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이 첫 라운드를 마치고 무거운 분위기로 협상장을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기대를 한참 밑돌면서, 초반부터 긴 마라톤 협상이 예고된 것이다. 30일 1차 최종 협상을 마친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현실적인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제시된 수치와 간극이 너무 커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전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인상안이 제시되면서 상당한 충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